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부모님께 동거하겠다고 말했다가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려 관계가 안좋아진것때문에마음이 안좋습니다. 이에 대한 선배님들의 따끔한 충고 부탁드립니다.
저는 한국나이 31살에 나름 전문직으로 현지회사에 다니고있습니다. 외국에 산지도 8년차가 되다보니 이게 참 한국의 정서와 외국의 정서 사이에 갈등을 하게 되네요.
주체성이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외국에 살다보니 남자한테 마음을 안주려 노력하며 살아왔습니다. 어줍짢게 나이 차서 짝맛춰서 시집가느니 혼자사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구요.
언제나 '당당한 솔로'를 외치던 제가 '소울메이트' 인 지금의 '외국인' 남자친구를 만나게 되며 여태까지의 인생관이 흔들리게 됩니다.
남자와 데이트는 1주일에 2번이상은 절대 노노를 강요했었는데 하루종일을 붙어있어도 또 보고싶은.. 모든 인생선배들이 말하는 "때가 되면 나타난다"는 그놈을 만나게 된거죠..
개그코드부터 시작해서 입맛 허투루 돈을 쓰지 안되 쓸때는 써야한다는 경제관 그리고 제일 중요한 부모님께는 더이상 금전적으로 기대지 말아야한다는 생각에도 이렇게 딱딱 맞을 수가 없습니다
외국에 가족과 떨어져 살다보니 그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아침 7시 기상해서 혼자 일어나서 직장에서 퇴근하면 6시 잠이 들때까지 특별히 친구만나는 일이 없으면 하루종일 말을 할 사람조차 없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친구들이 없으니 친구들 폭이 좁은건 당연하겠죠. 이렇게 외로운 타지 살이 중 사랑하는 사람과의 연애가 시작되었습니다.
3년 이상을 친구로 지내다 연인으로 발전한 저희는 지난 연애 6개월동안 처음에는 주말엔 같이있고 주중엔 한번 이던게 주중에도 두번 세번으로 늘어나 자연스럽게 집을 합치자는 말이 나오게 됩니다. 그중에 집에 관련된 사정도 있었구요..
동거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하자면.. 물론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할 생각은 없습니다. 결혼전에 꼭 마지막 체크를 위해서 살아봐야 한다는 생각도 아닙니다. 남자친구도 저도 나이가 있는만큼 이제 같이 돈도 모으고 해서 2~3년뒤에는 집을 살 보증금을 마련하고 또 결혼식도 생각하겠지요. 일단 남친도 저도 제 3국에 살고 있기때문에 일반적인 부모님께 먼저 소개 시켜 드리고 우리 결혼하겠습니다 허락해주세요 하고 식을 올려서 합가를 하는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입니다. 11월달에는 남친 나라에 가서 남친 부모님을 뵐 예정이고 저희 부모님은 12월이나 1월쯤 이곳에 방문계획이었는데... 하..이건 이제 모르겠네요..동거를 쉽게 결정한게 아니고 저에겐 결혼이나 마찬가지로 신중한 결정이었습니다. 이정도 바른 생각을 가진 남자라면 인생의 동반자로 놓치면 후회할만큼 괜찮은 남자라는 확신이 200% 들었고 '결혼식'을 올리는 것은 그냥 하나의 의례행사일 뿐이지 저는 사실혼에 접어든 반 유부녀란 생각입니다. 결혼식 한국식으로 거창하게 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나중에 결혼식을 하게 된다해도 정말 가까운 가족들과 친구들만 불러 하고 싶습니다. 결혼식에 돈을 쓰기보다는 그돈으로 차라리 집을 사는데 더 보태고 싶습니다.
부모님께 동거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서의 부모님은 일단 남자친구가 한국사람이 아닌것만으로도 반대이십니다...ㅜㅜ사실은 제가 처녀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안한건 아니지만)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게 되버린것때문이 제일 충격이셨다네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나이가 20살 초반도 아닌데 옳은 성적 가치관이 형성된 후에 사랑하는 사람끼리 행위를 마치 저질 스럽게 보는게 더이상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결혼식을 마친 부부만이 떳떳하게 성행위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니가 뭐가 모자라서 떳떳하지 못하게 동거를 하느냐.. 이것도 떳떳하지 못해서 결혼을 회피하기 위한 동거가 아니라 결혼으로 가고있는 당연한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몇몇분들 말씀하시죠... 헤어질 수도 있다는 가벼운 생각이다.. 동거를 결심하는 100쌍의 커플을 한 그룹으로 일반화를 시킬 수 없겠지만 최소한 일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가정한다면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랑 헤어지게 되도 슬픔을 말로 표현할 수 없는데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지게 되도 이별의 아픔은 다들겪어 봐서 아실텐데.. 하물며 같이 살던 사람이랑 헤어지기를 결심하고 같이 쓰던 공간을 정리하는게 과연 쉬운 일일까요? 이 정도의 아픔을 감내하면서까지의 이별을 결심한다면 결혼후에 이혼과도 맞먹는게 아닐까요. 다행히 결혼은 하지 않은걸 감사하게 여길만한 큰 사유겠지요..
위에 부모님에 입장에 대한 반론은 물론 부모님께는 저렇게 말씀드린적이 없고 동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하시는 분들 전체에 대한 제 의견을 설명드린겁니다.
똑똑한 척 제 입장은 확고한 것처럼 썼지만 사실은 8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짧은시간이 아니여서 저도 반 외국인의 사고가 된것 같아 속상합니다. 이럴수록 부모님과의 의견조율은 점점 힘들어만 질테니까요...80% 정도가 동거를 경험하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가치관이 참 흔들리는게 사실입니다. 외국인들은 성에 개방적이고 쉽게 동거를 결정하는것 같아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라고 다들 생각하고 대개는 동거한 사람과 결혼까지 합니다. 물론 끝까지 사실혼으로만 남아있는 커플도 많지만요...
외국에서는 20살부터 대부분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고 혼자살기때문에 한국처럼 결혼할 결정을 하고 나서야 따로 나가서 살 수 있는 형태가 아님에서 비롯된 다른 주거형태라고 보여집니다.
일단 이정도로 제 생각을 정리하고..부모님이 저때문에 실망하시고 마음 상해 하시는 것때문에 참 힘들고 슬프네요..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이 들면 죄송하다고 용서를 구하고 다시는 안그러겠습니다 할텐데 이건 가치관이 차이잖아요. 제가 만약 내가 한 결정이 떳떳하지 않다고 생각했다면 충분히 부모님 몰래 동거를 시작할 수 있었겠죠.. 근데도 솔직히 말씀드린건 전 제 결정에 확신이 있었고, 어긋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부모님땜에 속상한 한편, 이제 같이 생활한지 한달째, 저는 8년간의 외국생활 후 처음으로 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이런 느낌이 '집'이라는 거구나... 라는 생각에 행복합니다. 이제 더이상 주방에서 대충 요리해서 방으로 들어가서 잘 나오지 않는 티비 소리라도 켜서 외로움 달래지 않아도 됩니다.늦게까지 거실에서 티비도 보고 친구들 초대해서 요리도 실컷할 수 있습니다.퇴근시간에 맞춰 회사앞으로 저를 데릴러 와 같이 손잡고 집까지 걸어올 사람이 생겼고, 24시간중 근무시간+ 출퇴근시간 제외한 15시간 바라만 봐도 행복한 사람과 같이 있어서 좋습니다.이쁜손에 쓰레기봉투는 절대 안어울린다며 저녁요리를 제외한 모든 집안일을 즐겁게 하는 사람과 함께여서 좋습니다. 그냥 다다다 좋습니다..
저 나쁜딸년인거 알아요... 근데 나 행복해요.. 그렇다고 내 행복때문에 부모님 속상한거 보고만 있을 수 없잖아요.... 이 상황에서 전 어떡해야 부모님과의 관계를 돌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