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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빠진 그릇

엄혜숙 |2013.08.08 08:50
조회 74 |추천 0

 

 

홈쇼핑에서 미싱을 샀다.

가격이 비싸서 그런지 사은품이 있었다.

밥 그릇, 국 그릇, 접시가 있는 그릇셋트였다.

나는 받자마자 박스를 풀어서 씻었다.

그런데 설거지를 하다가 국그릇에 이가 빠졌다.

이가 빠진 그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개수대의 한 구석에 놓고 쓰기로 했다.

야채를 다듬을 때, 버리는 부분을 담았다.

수북이 쌓이면 음식물 쓰레기봉투에 옮기고.

 

이가 빠진 그릇을 보다가 내 모습을 보았다.

어쩌면 내가 이 그릇이 아닐까 하는.

물론 이가 빠져서 식탁에는 오르지 못하지만.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그릇이 될 것 같다.

사람에게 보이지는 않지만 내 손길이 가장 닿는.

 

그렇게 허물 많고 부족한 나를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버리지 않으신다.

오히려 더 자주 사용하고 요긴하게 이용한다면.

이가 빠진 그릇 같은 나로서는 기쁘다.

얼마든지 버릴 수 있던 나를 불러주셔서.

아니 더욱 가까이 해주시면서 만져주시니.

어쩌면 더 깨끗해지고 윤이 날지도 모르겠다.

자주 사용할수록 자주 씻는 그릇처럼.

그리고 이 말씀이 문득 생각난다.

 

‘그가 전에는 네게 무익하였으나

  이제는 나와 네게 유익하므로

  네게 그를 돌려보내노니 그는 내 심복이라.’(몬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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