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일선 경찰관들은 저를 많이 지지하고 저희 경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어제(19일) 자정까지 계속된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국정조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청문회 말미에 한 말입니다. 권은희 과장의 답변에 앞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발언과 신문이 있었습니다.
“오늘 15명의 분석관 여러분들이 권은희 수사과장을 왕따시켰는지 모르겠지만, 여러분들은 국민들로부터 왕따당하는 겁니다. 여러분들이 복도에서 쉬는 동안 작당 모의하는 것은 우리 당직자들이 다 보고 사진 찍어 놓았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미 증인들이 아닙니다. 이렇게 해 가지고 수사권 독립 되겠습니까?”
권은희 수사과장의 소신 증언에 대해서는 일선 경찰들의 응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확인된 사실마저 왜곡하고 부인한 수뇌부와는 달리 국정조사에서 진실을 당당하게 밝힌 권 과장이 자랑스럽다는 것입니다. 이틀간의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를 통해 우리는 이 나라 공직자들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청문회에서는 국정원장, 서울경찰청장을 지낸 고위공직자들의 뻔뻔한 민낯을 봤습니다. 2차 청문회에서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기를 포기한 채 권력과 상급자의 종을 자처하고 있는 공직자들의 서글픈 초상이 드러났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의 진면목을 재확인한 것도 소득이었습니다. 이번 국정조사는 의혹의 진실을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실패로 귀결된 국정조사는 아닙니다.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국민은 많은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왜 국정원을 해체 수준에서 개혁해야 하는지, 왜 경찰의 수사권 독립요구가 공허하게 들리는지. 왜 새누리당이 김무성 권영세의 증인채택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지.
이제 국민이 국정조사를 통해 깨달은 바를 행동으로 옮길 때입니다. 촛불을 들어서라도 국민이 직접 특검에 의한 진상조사를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정원과 경찰에 납치된 민주주의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
☞ 조상운 미디어협동조합 사무국장 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