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병원에서 근무하는 20대 처자입니다.
화가 뻗쳐 글이 산으로 가도 글솜씨가 없어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요새 판에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게 개념없다고 애엄마들, 부모들 글이더라구요.
사실 그런 글들 보면서 나는 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애엄마 사냥 너무 하는거 아니냐고 애엄마들이 쓰는 글들도 보곤 했는데
정말 화가나서 바로 달려와 톡까지 쓰네요.
근데 비단 애엄마들 문제가 아니라 이제 애아빠까지도 그러는걸 보다니..
어쨌든 부모들이 아이들이 너무 자유분방하게 키우는거 아닌가 싶네요.
개념없다고 개념챙기라는 애부모 탓하는 글들 댓글에
나는 안 그런다 하는 부모들은 대체 어디서 사는지 모르겠어요.
왜 내 눈 앞에는 하나도 안 보이는지..
주저리가 너무 길었나요?
오늘 제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병원에서 데스크 담당입니다.
대기실은 물론이고 한방 병원이다보니 약 조제까지 제가 다 직접 맡는데요.
병원 전체를 관리하는 업무다보니 굉장히 바쁩니다.
병원 구조가 신발을 벗고 슬리퍼 신고 들어오는데라 굉장히 대기실이 넓고 편합니다.
쇼파 중간 중간에 어깨 마사지기도 있고 대기실 탁자 밑 공간에는 발마사지 기계가 있죠.
혈압기도 있고, 한방이라 약차기도 있고 정수기까지 어디나 다 그렇듯 대기실에 위치합니다.
다이어트, 비만 치료도 하니까 인바디 기계도 있죠.
여기까진 대략 병원에 대한 설명이였구요.
오후쯤 한 부부가 들어옵니다. 먼저 남편이 한 돌 반 쯤 넘긴 아이를 안고 들어오고
나중에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꼬마 남자애와 엄마가 들어왔죠.
엄마가 치료 볼거였는지 엄마는 표정이 영 안 좋고 어디가 불편해서 왔냐니까 인상 팍 쓰면서
어디가 불편해서 왔다 말씀하시더라구요.
솔직히 여기까진 이해합니다.
저는 친절하게 한다해도 아프면 예민할 수도 있고, 기본적으로 환자분들이 '왕이다' 라고 생각
하니까요. 원장님도 그런 환자 중심적인 마인드이시고.
아이 엄마를 원장실로 모시고 그 뒤에 아빠와 아이 둘만 남았는데..
탁자 위부터 점령하기 시작해서 쇼파, 안마기 어디 하나 대기실 한 구석을 안 건드리는데가
없더군요.
그런걸 애 아버지라는 분은 다 보고 있으면서 그냥 웃어주고 말고..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습니다.
아이가 아빠한테 "엄마 많이 아파?" "침 아프지?" 하면서 애교부리고 엄마 걱정하는 모습에
아들인데도 좀 다르네~ 라고 느끼는 것도 잠시..
탁자 위 환자분들 드시라고 놓은 비스켓은 물론 사탕까지 손에 쥐고 던지고 난리나고..
어깨 마사지기는 어떻게 눌렀는지 전원 눌러놓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놔두고 딴 곳으로 가고
아빠 품에 안겨있던 그 어린 아가까지도 테이블 책자 다 엎어놓고..
목 마르다며 정수기 옆에 붙어있는 종이컵을 몇 개씩이나 꺼내 쓰는지.
문제는 이런걸 다 보면서도 아빠는 한가롭게 탁자 위에 신문 쫙 펴서 쇼파 점령..
아이들은 신난다고 뛰어다니는데 어찌나 열이 뻗치던지요.
혈압기가 쇼파 옆에 있는지라 쇼파에 앉아가지고 버튼도 계속 누르고 기계는 수축 됐다 펴졌다
난리를 치고..
뭐라 한마디 할까 했지만, 심지어 그냥 부드럽게 "하면 안돼요~" "만지면 안돼요~" 할까 했지만
원장님 마인드도 그런게 아니고..ㅠㅠㅠㅠㅠㅠㅠ
데스크에 앉아있으면 잡상인부터 시작해서 광고 전화에 갖가지 시달리니까 이런 일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지만서도 진짜 너무한거 아닌가 싶네요.
이래서 애엄마들, 애부모들이 욕 먹는구나 싶더군요.
엄마가 치료 끝나고 나오고 발 마사지기로 바로 직행해서 발 마사지기 하는데 그 옆에서 아들이
쫑알거리면서 발마사지기 사용시에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봉투 헤집고 다 뜯어놓고..
뜯어서 풍선 불어달라고 하니까 대충 불어서 만들어주는 아빠.
나중에 나갈때는 슬리퍼도 그 자리에 벗어던져놓고 풍선 쓰레기 그대로 둥둥 떠다니고..
치우는건 뭐 힘든게 아니긴 하지만 그런 태도가 전 너무 어이가 없네요.
정말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왜 욕 먹는지는 알 것 같은데
저는 나중에 이렇게 키우라고 해도 못 키우겠던데.
눈치를 많이 보고 소심한 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제발 아이 있는 부모님들은 집 안에서는 몰라도 밖에서 애들 관리 제대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남들까지 욕 안 먹게끔, 적어도 다른 사람 피해는 주면 안되는거 아닙니까?
그러다 애 잘못되면 누구 책임지려고 한가하게 애들 위험한 장난 하는거 보고만 있는건지.
막판에는 정수기 위에 한방차 몇 개씩 챙겨가고, 애기가 커피 믹스에 관심 가지니까
애 안고서 커피 믹스 다 휘집어놓고.. 정말 그러고 싶습니까?
화가나서 한번 주저리 해봤습니다.
2~3회 더 치료 받을 분이라서 내일도 오실텐데
내일은 또 어떤 테러가 일어날지..
주말은 환자분들 많아서 그렇지 않아도 예민한데..
정말 한숨만 나옵니다! 한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