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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너.

나 아직 멍해.

 

헤어졌다는게 실감이 날 듯 말 듯, 그래.

이젠 더 이상 휴대폰을 살뜰히 챙기지 않는 모습에서

겨우 너와 헤어진걸 알아채.

 

우리 장거리였지.

 

누가 그러던데, 사랑은 불같은거라 그러더라.

작은 촛불 같은 사랑은 바람이 불면 금방 꺼지고

큰 불은 바람이 불면 더욱 타오른다고.

 

나는 우리가 적어도 후자라 생각했고 믿었어.

 

후에 더 멀리 떨어질 게 뻔하게 예상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나 기꺼이 기다렸다가 다시 돌아와서 예쁘게 연애할 생각에 벅찬 적도 있었어.

 

주말에 만나고 어젯밤에 한 전화에서,

우리가 장거리 연애를 시작한 시점에서부터 끝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너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더라.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최근에 연락문제로 너에게 잔소리를 해서 그랬니?

아니면, 이제 더 이상 내게 흥미가 없어졌니.

 

그것도 아니면 내가 너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한거니.

 

나는 적어도 많은 것을 양보했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내게 과연 양보한 것이 있었을까.

 

대놓고 내가 백일 때 편지 한장이랑 꽃한송이 달라고 그렇게 말했는데도,
정작 서울까지 올라간 내게 쥐어진 건 아무것도 없었어. 그래, 서운했어.
그래도 좋았다. 그냥 그렇게 같이 있는 걸로도 좋았어.

 

나를 네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주지 않은 것도 서운했어.
근데 그것도 이해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내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건 나이고,
너는 그런 성격이 아닐 수 있을거라 내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거 아니? 나는 한번도 네게 편히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내가 어디가 좋아? 하고 물었을 때 네가 잘 들어주는거. 하고 대답했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열심히 네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는 강박같은 것들이 생기더라.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이야기를 해도 카톡에서도 현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는 '나 그런분야에 관심없어.' 하는 너의 태도 때문에 네게 편히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그 모든 것들이 서로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나를 서서히 정리하기 위한 너의 행동이 아니었었나 그런 생각마저 든다.

 

선물 받지 못했어도 평소 데이트비용을 네가 냈기에 난 이해할 수 있었어.
친구분들에게 내 존재는 미미한 것이었지만 그것도 이해할 수 있었어.
내 이야기 편히 하지 못하고 네 이야기만 듣는 거 힘들었지만, 할 수 있었어.

 

근데 정말로 내게 끝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은 하는게 아니었다.

 

내가 너를 사랑했던 모든 시간 모든 노력을 헛된 것으로 만들어 버린 너의 말이,
야속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해.

 

넌 내가 첫사랑이라고 했지. 미안해.

예쁜 첫사랑으로 남진 못한 것 같다.

 

그리고 고마워.

내 마음이 더욱 깊어지기전에 이렇게 당혹스러운 말로 끝나게 해줘서.

 

안녕. 널 사랑했던 모든 날들이 부질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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