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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판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 과연 ‘역사해석의 다양성’ 측면으로 볼 수 있을까?

참의부 |2013.09.14 19:53
조회 166 |추천 0

 

 

뉴라이트 계열 한국현대사학회의 영향을 받아 출간된 교학사의 새 역사 교과서가 교육부의 검정을 통과하여 역사왜곡 논란을 빚고 있다. 이 교과서가 검정통과된 것보다 더 심각한 것은 ‘도대체 이게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나오는 언론인들의 태도다.《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소속 언론인들이라면 “그저 그러려니” 하겠는데,《세계일보》·《한국일보》·《아시아투데이》등도 교학사판 교과서에 대한 비판을 좌파 정치인·교육자들의 억지 주장으로 몰고 가거나 이념상의 대립쯤으로 치부하고 ‘역사해석의 다양성’을 훼손하는 부당한 반발이라고 비난하는 사설을 싣는다.

 

뉴라이트 계열 역사학 비전문 어용학자들이 직접 집필한 역사 교과서를 새로운 역사해석의 시도라고 평가하려면 유럽 지역에서 히틀러와 독일 나치스 세력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언행과 그러한 내용의 서술 책 또한 역사해석의 다양성이라는 시각에서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만약 유럽 지역에서 이러한 일을 했다간 형사처벌은 둘째치고 밖에 나다니지도 못할 신세가 될 것이다. 유럽의 나라들이 과연 우리나라보다 ‘역사해석의 다양성’이 인정되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는 후진국이라서 그런 걸까?

 

그렇다면 항일독립운동사를 축소하여 서술하거나 폄훼하고, 일제 식민지 지배를 한반도 근대화의 은혜로 미화하면서, 민족을 배신하고 제국주의 침략자들에게 충성한 친일파 무리를 대한민국 건국의 일등공신으로 높게 평가하며 한국 경제개발의 주역으로 찬양하는 교학사판 새 역사 교과서를 검정통과시킨 대한민국은 유럽의 나라들보다 ‘역사해석의 다양성’이 존중받는 소위 ‘자유민주주의’의 선진국인 것일까?

 

한국이 고대부터 일본과 중국의 식민지였으며 일본의 한국에 대한 군사력 진출 덕택으로 서구열강의 침략 기도를 저지하여 한국을 보호했으며 한국인 대다수가 일본의 한국 강점을 찬성하고 지지했다는 서술의 후쇼사판 역사 교과서보다 지금의 교학사판 역사 교과서가 더 친일적이라고 평가한 일본의 어느 미디어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시사하고 있는가?

 

교학사판 역사 교과서 논란은 결코 ‘역사해석의 다양성’ 혹은 ‘역사교육의 자율성’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할 일이 아니며 ‘이념적 대립’으로 치부할 문제도 절대 아니다. 이것은 상식과 진실의 문제다. 교학사판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가 ‘우편향’적인 서술로 일관됐다는 일부 신문의 기사도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교학사판 역사 교과서는 철저하게 전체주의적인 입장에서 서술됐으며, 또 한국인으로서의 시각을 최대한 배제하고 미국인과 일본인의 시각으로 한국 역사를 바라보는 반민족적인 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예 임지현 한양대학교 교수가 “한국인들은 한국의 역사를 배우지 말고 외국의 역사만 공부하자”고 7년 전부터 해왔던 주장이 더욱 애국적인 발언으로 들릴 정도다.

 

뉴라이트 계열 한국현대사학회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서술된 역사 교과서를 교육현장에서 사용하도록 노력하는 것은 독재정치의 정당화와 시대에 뒤떨어진 반공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서 냉전체제의 지속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승만 백색독재정권과 박정희 군사유신정부와 전두환 군사반란세력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서술하려면 이들 세 정치권력의 형성에 중점적 역할을 했던 친일파의 후손들을 높게 평가해야 하고, 그들을 대한민국 건국의 일등공신으로 찬양하려면 그들의 친일행위를 두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사실관계를 무시하고 그들의 친일행위를 시대적 한계로 치부해 버리거나, 오히려 항일지사로 둔갑시키는 무모한 서술도 서슴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친일파들이 민족반역자로 매도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제의 식민지 지배 자체를 미화하여 왜곡하는 서술 역시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일제의 통치 덕택에 근대적인 경제발전이 시작됐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이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에게 그토록 어마어마한 혜택을 내린 일본 제국주의에 목숨을 걸고 저항했던 항일독립운동 순국열사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만 하는가? 항일지사들은 ‘현실을 부정하고 체제에 반역한’ 허구적인 이상론자들에 불과하다. 신혜식 인터넷독립신문 대표가 “당시 조선인들의 국적은 일본이었으므로 일본의 국익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곧 애국”이라며 백선엽을 비롯한 친일파 출신 군인들을 비호하는 것이나, 조영기 고려대학교 교수가 “우리의 현대사를 항일과 친일의 이분법으로 서술하는 것은 북한의 전체주의적 주체사관을 미화하기 위한 좌파 진영의 논리”라는 궤변을 늘어놓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임시정부의 백범 김구 주석이 조직한 한인애국단의 항일의열투쟁이 알카에다의 반미 테러와 동일시하게 보는 시각은 여기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같은 우파 진영의 역사관은 아무리 정당한 명분이 없는 국가권력이라도, 아무리 부정한 행위를 일삼는 국가권력이라도, 그 국가권력에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복종하는 것이 ‘국민으로서의 도리이자 의무’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이것은 우파 진영이 그토록 입에 달고 다니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와 오히려 상반되는 개념이다. 차라리 ‘파시즘’에 가깝다고 하면 모를까…….

 

공권력·재벌 등 기득권 계층이 평범한 민중을 자본의 노예로 부리는 21세기형 봉건제 자본주의……. 이런 사회를 구현하는 데 역사교육의 현장에서 서민·중산층 집안의 자녀들을 세뇌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작업을 드러내놓고 시작하겠다는 목적이 아니면 교육부가 이따위 교과서 같지도 않은 교과서를 검정통과시킬 수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아무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거창한 말을 씨부려도 일본 제국주의와 군사쿠데타 독재를 동경하는 자들이 사회 지도층의 위치에서, 또 교육계의 중심에서 버젓이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일본 정부의 과거사 정리 거부와 역사 왜곡을 비판할 수 있으며 어떻게 ‘민족주의’를 외칠 수 있는가?

 

이미 뉴라이트 계열 어용학자들이 역사 교과서에 손을 대기 전부터 우리 나라의 역사교육 현장에서 사용되었던 각종 역사 교과서는 이미 오랫동안 일제식민사학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조선총독부가 구성한 조선사편수회에서 수사관보로 활동했던 이병도는 쓰다 쓰요키치·이나바 이와키치를 도와 한국의 고대사와 중세사를 축소·왜곡하는 어용적 연구·작업에 크게 기여했다. 게다가 박정희 정권 초기에는 서울대학교 인문학부 문리대학장의 신분으로 일본에 자주 방문하여 덴리교 의식에 참여할 정도로 해방 이후에도 철저하게 극우 일본인의 삶을 살았다. 이것은 마치 우리 나라의 교육부 장관이 일본 문부상을 방문해 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우리 나라의 역사학계는 지금도 이병도를 한국 역사학 현대적 연구의 토대를 개척한 위대한 학자로 평가한다. 하지만 광복 이후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우리 역사교육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역사 교과서는 여전히 우리 민족 최초의 고대 국가인 단군조선을 ‘신화 속의 가공국가’로 서술한다. 단군조선과 위만조선을 아직도 동일한 국가로 보고 있으며,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그 영토에 설치했다는 한사군의 일부가 지금의 평안도·황해도 지역에 있었다는 일제식민사학자들의 날조된 학설을 학계의 정설로 인정한다.

 

심지어 고구려·발해의 서쪽 국경이 랴오허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고집을 부리는가 하면, 백제의 영토가 산동성 지역에도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 중국 사료의 기록마저 무시한다. 고려 초기 서희가 개척한 강동 6주와 천리장성을 엉뚱하게 압록강 이남 지역으로 비정하는가 하면, 조선 세종 때에 김종서가 설치한 6진의 위치마저도 두만강 이남 지역으로 왜곡하고 있다. 이렇게 철저하게 이병도사관, 아니 쓰다 쓰요키치·이나바 이와키치 등 일본인들의 시각으로 서술된 역사 교과서는 오랫동안 잘못된 역사의 상식을 우리에게 세뇌시켰고, 이병도의 제자들로 장악된 한국의 주류 역사학계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일본의 임나일본부설과 중국의 동북공정을 지지해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고대사와 중세사에서도 수정·보완해야 할 부분이 한둘이 아닌데, 이젠 친일파·군부독재의 후예들이 뉴라이트를 앞세워 노골적으로 근현대사를 왜곡하고 있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는 역사 교과서를 정치적 도구로서 특정 정당의 입장에 알맞게 왜곡하는 역사학 쿠데타이며 정치적 프로젝트의 일환일 뿐이다. 여기에 ‘우편향’이니, ‘역사해석의 다양성’이니, ‘역사교육의 자율화’이니, ‘이념적 대립’의 문제에 불과하다느니, 하고 떠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최근 독일에서는 이미 90세가 넘은 노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 군대의 하위급 장교로 복무했었다고 하여 재판을 받는 모습이 화제가 된 바 있었다. 그 나라에서는 과거사 정리 과정을 두고 ‘이념 논쟁’ 따위의 괴상한 소리로 비난하지 않는다. 이것은 확실하게 과거사가 정리된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유권자들의 대부분이 민족해방운동·민주화운동·노동자인권운동에 헌신했던 지사들보다 친일파·독재권력·재벌에게 더 매력을 느끼고 있는 한심한 사회……. 21세기 대한민국의 분명한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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