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앞두고 또다시 일본산 수산물이 도마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17일 한 종편방송에 출연한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은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2011년 3월 일본의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 이후 좁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는 먹을거리에 대해 무수한 걱정을 했다. 그 걱정은 언론이나 방송이 한 번씩 다룰 때마다 다시 되살아난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안전검사를 철저히 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말한다. 또 며칠 시끄러웠던 문제는 또다시 그렇게 사라진다. 다음에 또 다른 언론이나 방송이 이를 다룰 때까지는 말이다. 이런 식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는 것은 비단 일본산 수산물만은 아니다. 먹을거리 문제는 언제나 그러하다. 일본산 농산물이나 축산물도 방사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유난히 이렇게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문제의 시작은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모든 문제의 시작은 국민이 먹을거리에 관한 한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난 9월 11일 정기국회 첫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윤진숙 장관은 ‘과학적 관점에서 얘기한다면 현재로서는 별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17일 종편방송에서도 마찬가지의 답변을 했다. 더 가관인 것은 새누리당의 김무성 의원은 당직자들은 앞으로 회식을 횟집에서 하라고 권고하고 상임위가 끝난 후에는 국회의원들이 노량진수산시장으로 몰려가 횟감을 사는 등의 쇼를 했다는 것이다. 이건 마치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를 먹던 고위관리들과 의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쇼가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는 사실을 정부고위관료들은 얼마나 경험해야 깨달을 수 있을까?
먹을거리에 관한 국제적인 기준을 정하는 코덱스위원회조차도 그들이 정한 기준은 어디까지나 권고용이며 각국은 자국의 먹을거리에 대해 그 섭취량 등을 고려하여 스스로 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 좁은 땅덩어리인 한반도에서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 왔을까? 그리고 그 생활습관은 현재에까지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국민 대다수가 어떻게 밥상을 차리고 있을까? 그 밥상에 올라가는 수산물은 어떤 종류이고 양은 얼마나 되고 그걸 통해 무엇을, 얼마나 섭취하고 있을까? 이런 것들에 대한 답이 나와야 적어도 ‘과학적’이란 단어를 쓸 수 있다. 그러니 장관은 자신의 ‘과학적’ 관점이 무엇을 기준으로 나온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했어야 옳다. 그런 설명 없이 자신이 박사학위가 있는 연구자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발언을 ‘과학적’이라고 포장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다시 수산물로 돌아가 보자. 지금 관심의 대상인 수산물은 그 자체가 가지는 특성이 있다. 바로 수산물의 경우 원산지 표시는 그 수산물을 잡은 어선의 국적을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면 일본산만 위험하고 같은 바다에서 잡은 러시아산은 안전한가? 아니면 국산은 안전한가? 이 역시 국민의 신뢰를 위해서라면 적어도 ‘과학적’ 근거로 단순히 해류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해류를 따라 잡히는 어종이 무엇인지, 얼마나 잡히는지. 그것을 주로 잡는 어선의 국적은 어디인지, 우리가 먹는 것은 얼마나 되는지,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들은 너무 많다. 그러나 원전사고가 터진 지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이런 사실에 대한 조사결과를 본 적이 없다. 모든 수산물을 꺼리는 것이 국민들이 괴담에 휘둘리기 때문이라며 이를 유포한 자를 처벌하겠다는 말을 하기 전에, 정부는 이런 수산물의 특성을 우리의 식생활에 비추어 충분한 설명을 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이런 최소한의 의무조차도 다하지 않았다.
오락가락 땜질 대응, WTO 제소 자초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금 수산물이 문제가 된 것은 바로 일본에서 원전이 폭발했고 그로 인한 방사능오염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런 일본에서 세슘 방사능 기준치를 kg당 100베크렐로 낮추는 동안에도 우리나라는 바로 얼마 전까지도 국산의 경우 370베크렐이라는 기준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최근 일본에서 방사능 오염수 배출에 대한 발표가 나오자 그때서야 일본과 같은 기준인 100베크렐로 낮추었다는 것이다. 즉, 그 기준이 100이건 370이건 500이건 1200이건 간에 그것을 안전에 대한 기준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 수치가 안전에 관한 기준이라면 왜 그동안 370이었다가 이제는 100인지에 대한 이유가 설명되어야 한다. 그러나 장관은 방송에서 용감하게도 100도 너무 센 기준이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는 것이 너무 세다는 이유다. 바로 얼마 전 국회에서 자신의 입으로 말했던 ‘과학적’ 관점은 어디로 간 것일까? ‘과학적’이란 말을 하려면 1베크렐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그냥 대기 중에 있을 때와 피부에 닿았을 때, 먹었을 때 각각 어떻게 다른 영향을 미치는지, 아니면 똑같은지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했다.
일본이 이번 9월 6일의 일본 8개현 전면 수입금지와 그 외 지역의 비오염증명서 첨부에 대해 WTO 제소를 들고 나왔다. 그 소행은 괘씸하지만 그런 빌미를 제공한 것은 우리나라의 정부이고 특히 담당부서의 장관이라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더욱이 국산은 370베크렐을 기준으로 하면서 일본산을 100베크렐로 해왔던 점, 100베크렐을 기준으로 하면서 갑자기 전면 금지한 점 등은 결코 그동안 WTO 제소 건을 돌아볼 때 결코 우리가 유리하다고 볼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GATT/WTO 체제에서 농축수산물의 무역에서는 끊임없이 ‘과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삼는다. 더 나아가 수입국이 수입을 거절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원칙 같지도 않은 원칙이 수출국에 의해 강요되어 왔다. 그리고 바로 이 ‘과학적’ 근거가 없음을 이유로 우리는 우리가 원하지도 않았던 많은 농축수산물을 수입해야 했다. 이런 수입농축수산물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먹을거리 불안에 시달려야 했는지를 생각해 보라. 더 나아가 그 20여 년의 세월 동안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의 기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보여준 정부가 있었던가? 문제가 터지면 그 위기만을 모면하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안전을 과장되게 설명하고 앞으로 더 철저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더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어떠하더라는 정부보고, 기사 한 줄 본 적이 있었는가 말이다.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 계기 삼아야
결국 문제는 돌고 돌아 다시 우리가 우리 스스로 먹을거리를 선택할 권리의 문제로 귀결된다. 지난 여름 한중FTA 협상과정에서 농민들은 이 먹거리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절규했다. 그리고 그 실천방안으로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내세웠다. 국민이 가장 안심하고 가장 안전한 먹을거리로 밥상을 차릴 수 있으려면 이런 농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도 마찬가지이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잠시 난리법석을 피우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먹을거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후쿠시마원전이 터진 직후 나라가 들썩일 정도로 난리였다가 6개월도 채 안되어 모든 것은 원상태로 돌아간 것이나 한 번씩 터트리는 언론이나 방송에 일희일비하며 지내는 식이어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지금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정부의 조치와 그에 따른 일본정부의 태도는 지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때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사건이 터지면 우리는 아니라고 발뺌하는 정부나 그것 땜에 장사가 안 된다고 항의하는 국민이 아니라 바로 전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리고 시간을 들여 해결방안을 내놓기 위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하는 정부와 그동안 조금 불편하더라도 그걸 참고 기다려주는 국민이 필요할 때이다.
☞ 김은진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민중의 소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