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우리 반에 단기 교환 학생 2명이 왔다.
그 얘들과 있었던 사건을 쓰려고 한다.
그 아이들이 왔을 때 반 여자아이들이 그 2명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이유를 잘 몰랐지만, 우리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고,
차별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해서 유학생 2명과 사이 좋게 지내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좋은 사람이었고 일본의 수도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당시에는 왜 여자들에게 미움을 받는지 몰랐다.
그런 일이 계속되던 어느 여름 방학 전날, 우리는 전부터 신경 쓰이던,
폐허가 된 빈집으로 담력시험을 가려고 계획했다.
가는 멤버는 나, A, B, C와 유학생 D, E 총 6명.
D와 E는 우리 멤버가 아니라서,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을 때
너무 사람이 많으면 시끄러울 것 같아서 거절했지만,
아무한테도 피해 주지 않겠다며 막무가내식으로 나와서 데려 기로 했다.
당일 토요일 밤 8시경. 우리는 빈집에서 가장 가까운 B의 집에 묵는다는 명목으로 모였고
그대로 B의 집에서 10시까지 시간을 잡고 그곳으로 향했다.
산길을 조금 오른 곳에 있는 폐허의 빈집은 손전등으로 비춰도 무척 커 보였고,
낮에 보던 것과는 확실한 차이가 느껴져서 소름이 들었던 걸 기억한다.
빈집에 도착하자 어디서 알아낸 것인지, A가 [뒤쪽 부엌문 열쇠가 고장 나 있어,
거기로 들어가는 것 같아.]라고 말했다. 잡초를 헤치고 뒤로 가보니,
부엌문이 아니라 그냥 뒷문 같았지만, 확실히 자물쇠가 깨져 있었다.
한순간 주저했지만,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니까 앞이 깜깜해서 잘 보이지 않는 복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전에도 누군가가 침입한 적이 있는 것 같았고, 먼지투성이의
나무 바닥에는 어떤 신발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이곳은 유명한 것 같고, 우리 같이 담력 시험하러 오는 녀석들이 상당히 있는 것 같았다.
복도를 걷다가 어느 순간 여러 가지 짐을 놓아서 막아버린 현관이 나타났다.
현관 왼쪽에는 다다미방이, 오른쪽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지만,
유리 벽으로 된 문이 있어서 아마도 부엌인 것 같고,
부엌이 있는 곳에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있었다. 우리는 먼저 다다미방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 보니 상당히 넓었고, 다다미가 8개 정도 깔린 방 2개를 중간에 맹장지로
나눈 구조로 되어있었다. 가구류는 전혀 없었지만, 누추해 보이는
방석 한 장이 떨어져 있던 것이 기억난다.
특별히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아서,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C가 뭔가를 찾은 것 같아서 [여기 열 수 있을 거 같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근처에 웅크렸다. 나도 그 말을 듣고 알았지만,
그 근처에 있는 판자 부분 중 일부가 어긋나 있었고,
아무래도 그 부분만 뗄 수 있게 만든 것 같았다. 그래서 제일 먼저 발견한 C가 판을 떼기로 했다.
판을 떼자, 거기에는 폭 40cm 정도, 깊이 30cm 정도의 공간이 있었고 안쪽에
진한 갈색 나무 상자가 있었다. C가 판을 떼던 기세로 나무 상자를 꺼내어 뚜껑을 열어보니,
안에는 동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 더 작아 보이는 작은 상자 같은 것이 들어 있었다.
상자 자체는 몇 년 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탓인지 검게 변색하고 곰팡이 같은 것도 나 있었지만,
분명히 값비싼 물건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는 구조였다.
C는 한순간 주저했지만, B가 빨리해라는 말에 밀려 그대로
상자 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꺼냈다.
일반인의 눈으로 봐도 비싸 보이는 회중시계가 들어 있었다.
그때, 조금 전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유학생이 서투른 일본어로 [이거 비싼 거야?]라고 물었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비싸지 않을까, 황금 같은 장식도 있고, 골동품 같고.] 그렇게 대답하자,
E도 그 사실이 흥미로운 것 같았다. 하지만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
이런 이상한 위치에 숨겨진 물건이라면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B와 C의 컥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동나무 상자가 들어 있던 공간, 상자를 꺼낼 때는 몰랐는데 바닥 쪽에
분명히 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종이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B가 [이 시계 위험... 빨리 다시 돌아가자...] 라고 말하니까,
C도 [그래, 이거 보통 일이 아니네.]라고 말하며 시계를 상자 안으로 다시 넣었다.
그때 와장창! A가 가슴 근처까지 아래로 떨어졌다.
아무래도 A가 떨어진 근처의 다다미와 마루가 썩어 있던 것 같다.
A는 소리를 지르며 아픈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부상은 없는 듯했다.
[발이 땅에 닿질 않아. 위로 올려 줘.]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 멍청한 모습에 조금 전까지 엄습하던 공포심도 날아가고
A를 가리키며 껄껄 웃기 시작했다.
그동안 D와 E는 따로 떨어져서 둘이서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계속 보고 웃을 수만 없기 때문에, 나와 B와 C가 A를 끌어 올리기로 했다.
하지만 힘으로 당기려고 해도 전혀 진전이 없었다.
그때 A가 [좀 조용히, 위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라고 말했다. 귀를 기울이자,
희미하지만 위층 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솱... 솱... 솱...] 벽이나 바닥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
D와 E는 부적에는 별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이번에는 상당히 불안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소리는 여전히 위층에서 들리고 있었다. C가 [여기, 우리 말곤 아무도 없지 않아?]라고 하자,
B가 나에게 [D랑 E에게 확인 좀 하고 오라고 하자.]라고 말했다.
A가 상당히 불안한 듯 [나는 이대로 둘 거야??]라고 말했다.
그래서 B와 내가 소리를 확인하러 가고, 나머지는 A를 끌어올리기로 했다.
먼저 말을 꺼낸 B가 계단을 오르고, 내가 그 뒤를 이었지만
B가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간 부근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야 B 왜? 뭐라도 있어?]라고 말하자, B는 [조용히 해..]라고 말하며 앞만 보고 있었다.
그리고 B는 [야, 천천히, 조용히 도망가자.]라고 작은 소리로 말하고 내려갈 것처럼 말했다.
아무래도 B는 2층에서 뭔가를 본 것 같았다. 내가 [뭐야, 뭐 있었어?]라고 말하니까,
B는 [나중에 말할게. 여기 위험해, 빨리 도망가자.]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내가 B에게 바짝 다가섰을 때, 갑자기 B가 [이쪽 봤어! 위험해! 빨리 내려가!]라고 외쳤다.
뭐가 뭔지 모르고 재빨리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A가 있는 곳에 가보니,
여전히 A는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B가 [뭐 하는 거야! 빨리하라고! 여기에서 도망쳐야 해!]라고 말하자,
모두 상황파악을 못 하고 [뭐야 B, 무슨 일 있었어?]라고 물었다.
그때 위에서 들리던 소리가 갑자기 격렬해지더니, 위에서 사람이 걷는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 소리는 천천히 들려왔지만, 우리가 있는 계단 쪽을 향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와 A, C도 뭔가 위험한 느낌이 들어서 무리하게 A를 끌어 올리려고 했다.
그때 내가 고개를 돌렸을 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D와 E가 회중시계가 들어있는 상자를 손에 들고 도망치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야 너희 뭐하는 거야!! 지금 그딴 게 중요하냐?
빨리 여기 와서 A 끌어 올리는 거 도와줘!]라고 말하니까,
우리 쪽을 한 번 쳐다보더니 그대로 들고 도망쳤다.
그래서 나랑 B가 쫓아가려고 했는데, 일단 A를 구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서 그만뒀다.
그리고 문제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
발소리랑 손톱 같은 걸로 막 벽 긁는 소리.
안 그래도 한여름이라서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리는데,
평소에 흐르던 땀이랑은 좀 다른 땀이 흐르고 있었다.
소리는 이미 계단 내려오는 소리로 들리고.. 그때 타이밍 좋게 A를 끌어 올렸다.
그리고 뒤도 안 보고 그대로 방에서 나와서 원래 왔던 곳을 통해서 밖으로 나갔다.
그때 순간이긴한데, 계단 있는 곳에서 사람의 다리 같은 걸 봤는데 흰 버선 같은 걸 신고 있었다.
그리고 그대로 뒷문으로 도망쳐서 자전거 타고 B의 집까지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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