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 매끈하다.
군더더기 없는 배우들의 연기와 긴박한 분위기,
그리고 나름 잘 구성된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에는 왠지 처지는 느낌이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순간에서도 자꾸 시계가 보고 싶었고,
영화의 남은 러닝타임이 궁금해졌다는 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
그래서인지, 잘 봤다는 뿌듯함보다는 약간의 아쉬움이 크다고나 할까.
어쨌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단종'과 '수양대군(세조)'의 이야기이다.
조카를 죽여가면서까지 왕위에 올랐던 한 야심가의 이야기말이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지만,
누구나 생생하게 느낄 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우린 그저 역사책으로 그 상황과 사실을 아는 것 뿐이니까.
그래서 나는 요즘 유행하는 이런 '팩션'영화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런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던져주거든. 생생하게.
누구나 아는 이야기를, 적절한 연기와 화면으로 구성해내고,
우리에게 그 당시의 긴박함과 처절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
연산군이 얼마나 또라이였는지(왕의 남자),
광해가 재위하던 시절에는 시대가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갔는지(광해),
그리고 수양대군이란 인간은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관상),
우리에게 직접 들이대는 것. 그게 이런 팩션의 의미이다.
실제로 그 시절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공부하게 되니까 말이지.
이 영화는, 그런 비극적 상황에 송강호와 이종석을 집어 넣었다.
그 둘의 묘한 비극이 단종의 비극과 겹쳐지면서,
이 영화가 내내 무거운 분위기가 될 수 밖에 없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종석 연기의 톤이 전혀 마음에 들지 않고,
그 두 명의 사건과 계유정난의 개연성이 떨어진다.
그런 구조를 통해서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것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의미는 '이정재'의 발견이랄까.
목소리, 눈빛, 미소로 수양대군을 연기하는데,
우와.. 그 압도적인 카리스마.. 진짜 무섭더라.
화를 내는 장면은 별로 나오지 않는데,
수양대군은 영화 내내 화를 버럭 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런 압도적인 분위기는, 그런 연기는 '내공'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감탄했다.
여튼 괜찮은 캐스팅에 괜찮은 이야기와 연기였으나,
광해나 왕의 남자같은 큰 매력은 없는 느낌.
아주 특이한 재료로 특이한 음식을 만들어서 무지무지 기대했는데,
먹어보니까 그냥 일반 감자탕 같은 맛이랄까. 뭐 그랬다. 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