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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후회(後悔) - 3화

용용이 |2013.10.21 11:08
조회 1,499 |추천 6

후회(後悔)

by 용용형제 (Copyright MoonS All Right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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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pter 3. 후회

 

 

준식은 검은색 비닐로 돌돌 말은 죽은 만수의 시체와 함께 마당에 넘어져 있다.
아마 살해 현장을 다 치우고 시체를 옮기는 중인 것 같다.
하진은 시체에는 손을 못 대고 무서운 듯 몇 걸음 뒤에서 보고 있다가,

준식이 넘어지자 다가와서 일어날수 있도록,

 

손을 내민다.

준식은 하진이 내민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 손을 잡고 일어난다.

그리고 다시 낑낑 대며 시체를 질질 끌면서 대문 밖으로 나간다.

하진은 먼저 대문으로 나와 길가에 서 있는 차의 트렁크를 연다.
이어서 준식이 낑낑대며 시체를 끌고 나와 트렁크 앞에서 긴 한숨을 내쉰다
하진의 차는

 

검은색 구형 소나타 모델.

 

[헉…헉….이게 들어가려나….]

 

준식이 있는 힘껏 시체를 들어올릴 때,
하진은 시체의 다리부분을 들어 도와준다.
구겨지듯 들어가는 시체.

하지만, 다리 부분이 이내 빠져 나온다.

트렁크 문을 닫아보지만, 닫히지 않고 다시 열려버린다.

준식은 시체의 다리부분을 구겨 넣고,

다시 트렁크 문을 닫아본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겨우 닫히긴 했지만, 뭔가 완전히 닫힌 것 같지 않다.
뭔가 미심쩍인 준식이지만

 

[뭐…. 열리진 않겠지….일단 가자….]

 

하며 하진을 안심 시킨다.
그리고 준식과 하진, 둘 다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 쪽으로 이동한다.


 

[하진아 니가 운전해야지…? 나 술 마셨어….]
[나….운전 할 줄 모르는데?…]
[ 그래..?......아…술 많이 마셨는데…]
 
준식은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이고,
손목을 걷어 시계를 본다.

 

3시 20분, 1월 1일

 

준식은 '에라 모르겠다' 체념하 듯,

 

[키 줘 봐…]

 

하진에게서 자동차 키를 건네 받는다.

.

.

한편,

준식과 하진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워진 구형 SUV 차량의 내부.
이동민 형사와 그의 동료 추소현 형사가

어둠 속에 앉아 창 밖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창 밖에는 준식이 하진에게서 자동차 키를 넘겨 받고,

운전석 쪽으로 건너가서 차에 타는 모습이 보인다.


동민은 좀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 하며,

 

[좀 이상한데….]
[그러게….여자도 한 명 있는 것 같은데..? 형! 저거 오만수 맞아?]
[몰라….어두워서 잘 안 보인다…맞겠지…오늘 뜬다는 정보가 확실한데… 지금 트렁크에 뭐 왕창 실었잖아……]

 

동민은 휴대폰을 들어 자신이 속해있는 마약수사반 조현수 반장에게 전화를 한다.
신호가 몇 번 울리고 현수가 전화를 받는다.

 

[형님. 오만수… 드디어 움직입니다. 그리고 여자가 한 명 있습니다.…]

.

.

[여자?]

조현수 팀장을 비롯한 마약수사반 팀원 4명이 다소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고,
현수는 휴대폰을 들고 이동민 형사와 통화 중 이다.

현수는 옆에 앉아 있는 김진철 형사를 툭 치고는,

 

[이봐! 헹가래파에 여자가 있었나?]

 

물어본다.

 

[글쎄요…여자는…..]
[야…됐고….일단 눈치채지 못하게 미행해… GPS는 달았지?]

 

현수는 다시 한번 옆 자리 진철을 툭 치고

 

[오만수 GPS 신호 잡혀?]

 

물어본다.
진철의 모니터에 ‘오만수’라고 적힌 아이콘이 반짝인다.

 

[네! 잘 잡힙니다.]

 

현수는 진철의 모니터를 보면서 통화를 계속한다. 
 

[그래. 그래. 신호 잡힌다..동민아…이거 3년 공 들인 거다…오만수 눈치 까면 성기.. 되는 거야…] 
[네! 형님. 걱정마십시요.]

 

수화기로 들리는 동민의 힘찬 목소리.
 
[그래! 힘내라!]

 

현수는 전화를 끊고는 박수를 두 번 정도 치고 주위를 주목 시킨다.
마약수사반 팀원들이 일제히 현수를 쳐다본다.

 

[디데이다. 정보대로 오만수 드디어 오늘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들 알지? 오만수가 운반하는 히로뽕이 자그마치 50키로야! 50키로! 이거 파다가 날아간 우리 팀원이 두 명이고! 이번엔 실수 없이 헹가래파 윗선까지 싹 털어서 새해 복 많이 받자!]
 

마약수사반 팀원들이 일제히 '네!' 하고 대답한다.

.

.

 

 

한편, 차에 탄 준식과 하진.
준식은 차에 키를 꼽고 돌린다.

 

끌끌끌끌…….부릉.

 

추운 날씨에 겨우 시동이 걸리는 오래된 자동차. 조금 불안하다.
하진은 걱정스러운 듯 준식에게 말을 건다.

 

[이젠….어떡하지?..]
[어떡하긴….일단 사람 없는 데로 가서..]

 

준식은 추운 듯 손을 비비면서, 잠시 멈칫하고, 이내 비장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묻어버리거나….태워버리거나…]

 

하진은 불안한 얼굴로 준식을 쳐다보며,

 
[그…럼..일단 의왕 쪽으로 가자…]
[의왕?]
[거기 외할머니 집이 있어….]
[어쩌려고…..]
[작년에 돌아가셔서…지금은 빈집이야….]
[그래…..]

 

준식은 고개를 끄덕이고, 기어를 따닥 넣고 차를 출발시킨다.


그렇게 준식과 하진이 탄 차가 골목에서 대로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조금 시간차를 두고 이동민과 추소현 형사가 탄 구형 SUV가 뒤따른다.

.

.

-의왕 방향 고속국도로 진입하는 도로 근방

두 명의 경찰이 도로를 막고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반짝이는 경광등을 들고 차량을 통제하는 경찰 김태우, 방한복을 입었지만, 추워 보인다.
태우는 경광등을 계속 흔들며

옆에 서 있는 동료 이성재 에게 말을 건다.

 

[아…썅!…존..나 춥네…..이게 뭔 개 같은 경우냐…새해 첫 날부터…]

 

이 때, 차 한대가 성재 앞에 멈춰 서고 차 윈도우가 열린다.
성재는 운전자에게 짧게 경례를 하고,

 

[잠시 음주 확인하겠습니다.]

 

측정기를 들이민다.

 

[네…감사합니다.]

 

단속을 마친 차량이 지나간다.
차량이 지나가자 성재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그러게나 말이다…씨....발….이게 뭔 짓이냐…지난 달까지 광역수사대에서 날아 댕기던 우리가…]
[그니깐 내가 무리하게 파고 들지 말자고 했지… 씨...발…..거물을 잘못 건드렸어..]
[새꺄….거물 무서우면 그게 광역 형사냐? 우린 문제 없어….우릴 좌천시킨 이 잣 같은 나라가 문제지…]
[잣... 같은 나라, 잣... 같은 현실이다…씨...발….그래도 형사 할 때가 재미있었는데?…그치?….]
[아…말 같지도 않은 말 그만하고….나 오줌이랑 담배 한 대 빨고 오자…]

 

성재는 음주 측정기를 태우에게 휙 던지고는 가드레일을 넘어 수풀 속으로 사라지고,

태우는 계속 경광등을 흔든다.

.

.

도로 위,

오래된 구형 소나타가 달리고 있다.

준식과 하진은 서로 아무 말 없이 전방만 주시하고 있다.

잠시 후,

하진은 두려운 듯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감정이 복받친 듯 갑자기 울음을 터트린다.

준식은 고개를 숙인 채 울고 있는 하진을 힐끔 한 번 쳐다보고,

 

긴 한숨.

차 안에 하진의 흐느끼는 소리만 들린다.


잠시 정적.

 

[후회하고 있구나….]

 

하진은 준식의 갑자스런 물음에 살짝 그를 올려다보고 대답이 없다.

 

[나도 지금 이게 뭔가 싶다…. 지하철에서 널 우연히 마주치고 지갑을 줍고, 널 찾아 갔는데…휴….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어….]

 

다시, 정적.


하진은 감정을 가다듬고, 떨리는 목소리로,

 

[갑자기 미…미안해….]

하진으로선, 준식에게 미안하고 면목이 없다.

 

[미안할 거 없어…]

하지만,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준식.

 

[실은 나 저 사람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어. 결혼 하고…저 사람한테 매일 맞으면서도 그냥 받아들이며 살았어. 다 이렇게 사는 거라고….나만 그런 거 아니라고…한번도 단 한번도 누구한테 도움을 청한 적도 없었어…]
[근데…왜….]
[오늘 결혼하고 처음으로 대학 때 친구들을 만났는데….]

.

.

.

몇 시간 전 하진은 송년모음을 나가서 오랜만에 대학 때 친구들을 만났다.
하진의 친구들은 분위기 좋은 BAR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다들 즐거운 듯 웃고 있었지만,
하진은 그런 친구들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었다.


뭔가,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근데…..근데…다들 너무 행복해 보였어…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문제가 있어도 애써 숨기며 사는 줄 알았는데… 다들 너무....]

 

하진은 다시 흐느낀다.
준식은 그런 하진의 어깨를 살짝 감싼다.
하진은 살짝 놀라며, 준식의 손을 조용히 뿌리친다.

 

[집으로 가는 게 너무 무서웠어…아니…그 집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게 더 무서웠어…도망치면 그 사람이 날 죽였을 거야…]

.

.

.

조금 전,

하진의 집.

집 현관으로 하진이 들어서고,

거실에 있던 하진의 남편 만수가 다짜고짜 욕을 하며 하진에게 들고 있던 리모컨을 집어 던진다.

 

[이... 년이 지금이 몇 시 인데…이 썅...년… 너 오늘 한번 죽어봐라..…]

 

그리고 일어나서 부엌 쪽으로 다가가 하진을 때릴 무언가를 찾는다.
그런 만수를 두려운 듯 쳐다보는 하진.


그런 만수의 뒷모습..

 

오랜 전 신우 아파트에서 하진의 뺨을 때리고 돌아서던

 

준식의 뒷모습과 흡사하다.

 

하진은 뭔가에 홀린 듯 현관에 진열되어 있는 묵직한 트로피를 들고,
만수의 뒤로 조용히 다가간다.
그리고,

 

꺄악!

 

소리를 지르며, 트로피를 든 손을 번쩍 든다.
분노에 찬 하진의 표정이 무섭다.
 
[돌리고 싶었어… 내 인생…가능하면…]

 

준식은 말을 마친 하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진도 고개를 돌려 준식을 빤히 쳐다보며,


[너를 처음 봤던 그때…그 벤치…바로 그때로…]

 

슬픈 표정으로 말을 한다.

 

준식, 동정하듯, 미안한 듯, 하지만 자신을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란 듯…

하진을 계속 물끄러미 바라본다.


빠앙!


[앞에!]


잠시 하진에게 넋이 나간 준식,

정면을 보자, 창문으로 헤드라이트 불빛이 강하게 들어온다.
준식은 급하게 핸들을 돌리고,
중앙선을 넘었던 차는 반대편 다가오는 차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

.

[형! 저 새끼 왜 저래! …눈치 챈 거 아니야?]

조용히 하진과 준식을 쫓고 있는 동민과 소현.
전방에 준식과 하진이 탄 차가 중앙선을 침범해서, 건너편에 오는 트럭과 부딪힐 뻔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복귀하고 있다.

 

빠아아앙!

 

긴 경적을 울리며 동민과 소현의 차를 지나가는 트럭.


 

[좀 만 더 거리를 두자…]

 

동민은 속도를 늦추고, 전방의 차와 조금 멀어진다.

.

.

놀란 듯 잠시 숨을 돌리는 준식과 하진.
준식은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하진을 힐끔 바라본다.

 

[괜찮아?….]
[어…괜찮아…]

 

준식은 잠시 말없이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하진아…이건 아무래도 아닌 거 같아….지금이라도 경찰서에 가자… 니가 했던 얘기 가서 사실대로 말하면 참작해줄 거야…내가!….내가! 도와줄게!]
 
하지만, 하진은 단호하게.

 

[아니….말했지….? 나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더 망가질 것도 없고….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너는 이제 가도 괜찮아.…충분히 도와줬어…]

 

다시,
준식과 하진은 아무 말이 없다.

하진의 심한 떨림도 멈췄다.


 

이때,
창문 밖 조금 멀리 반짝반짝 경찰 경광등이 보인다.

 

[아…젠...장...경찰이다…]
[뭐? 경찰?….]
[뭐지? 음주단속인가?….큰일이다.… 술 많이 마셨는데…이대로 멈추면 끝이야…]
[어떡해….]

 

불안해 하는 하진.
그런 하진을 준식은 다시 한번 힐끔 바라보며,

 

[이하진!….다시 한번 물을게… 너 후회 없지?]
 
하진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준식은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고,

 

[그럼 나도 후회 안 한다!]

 

그리고

엑셀레이터를 있는 힘껏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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