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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긴 제 구역이 아닌데요

글쓴이바보 |2013.11.06 07:29
조회 110 |추천 0

 


저는 13년 11월 5일에 당혹스러운 일을 경험했습니다.


저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같이 사용하는 중인데, 둘 다 라이트닝 케이블이 생각보다 일찍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좀 버티고 버티다가 정품이 아닌 케이블도 사면서 버텼지만, 결국 정품이 아닌 라이트닝케이블 하나가 아예 충전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에 부랴부랴 인터넷에서 중고 및 미개봉 라이트닝 케이블을 각각 하나씩 구매했습니다. 원 주인의 배려로 택배물품은 편의점 택배를 통해 월요일 오전에 무사히 출발하였습니다.


문제는11월 5일인 화요일에 벌어졌습니다. 물건이 배송되는 지역은 평택시였지만, 사실 저는 그 지역 사람이 아닙니다. 사정상 학원을 그쪽으로 다니는 중일 뿐입니다. 물건을 평택시로 배송하도록 원주인에게 부탁한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라이트닝 케이블 하나가 완전히 망가지고, 남은 케이블도 언제 망가질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 빨리 케이블을 받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그런 이유로 제가 중고가가 아니라 신품가를 들이는 한이 있더라도 직거래를 하고 싶었는데, 원주인이 사는 곳과 제가 사는 곳의 거리차가 워낙 멀어서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원주인이 그 점에서 미안하게 여겨 배송비는 자신이 직접 부담해주었지요.


제가 원주인에게 직접 말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그렇게 서둘렀던 이유는 케이블을 사게된 시기가 정말 애매해서였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원의 특징상 강의실 수업과 실기수업이 나뉘어져 있는데, 제가 5일까지는 강의실에서 수업하고 6일에는 시험을 보러 평택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어야 하고, 7일에는 실기장으로 옮겨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원주인에게 최대한 물건을 빨리 보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이제나저제나 학원에서 물건이 언제 올까, 그래도 오늘 중으로는 오지 않을까 하던 저는 점심시간이 되어 물건이 어디까지 배송 되었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다행히 물건은 오전 11시즈음에 무사히 평택물류센터로 들어왔습니다. 정말 다행이다, 이제 택배기사에게 물건이 언제 도착할 예정인지 물어보면 되겠구나, 그렇게 믿었습니다.


오후 1시 17분과 오후 1시 22분에 택배기사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택배기사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택배기사를 너무 몰아붙이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믿어 한시간 뒤인 오후 2시 17분에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택배기사는 제가 있는 곳의 장소를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평택역 근방의 학원주소를 말해주었습니다. 그런데 택배기사가 전혀 예상밖의 말을 던졌습니다.



"거긴 제 구역이 아닙니다"


저는 정말로 당황했습니다. 운송장번호를 찍어서 나온 정보가 잘못된다는 건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기 떄문입니다. 기사님은 바쁜 말투로 다른 기사님의 관할이니 연락해보라고 말씀하셨고, 저는 얼떨결에 알겠습니다하고 끊어버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해결을 봐야했습니다. 그러지 않았기에 상담원분들께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고 말았습니다. 욕설은 하지 않았고, 제가 분노하는 대상을 상담원이 아니라 담당자라고 분명히 못 박아두긴 했지만 결국 소리를 높이게 된 시점에서 이미 그분들은 공격적인 언행으로 받아들였을 겁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황망한 가운데 다시 자리에 앉아서 어찌해야할 바를 몰라 잠시 공부를 하니 어느새 2시 50분이 넘었습니다. 저는 그리고 그제서야 배송조회 밑에 고객센터 번호가 있을테니 그곳으로 전화를 하면 된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부랴부랴 확인 후 전화를 걸었는데, 사람들의 문의가 많은 관계로 제가 발신통화를 할 때마다 3분이라는 시간이 넘어서야 겨우 상담원분들과 연락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가급적 여유를 가지고 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오후 2시 54분에 고객센터에 전화한 저는 제가 얼마나 물건 받기를 다급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조치를 부탁했습니다. 제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두개를 사용하는데 당장 되는 케이블이 하나밖에 없고, 그나마도 언제 망가질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 다른 지역 사람인데 내일 시험이 있어서 평택에는 없다. 이렇게 말이죠. 첫번쨰 상담원분은 죄송하다고 말씀하셨고 저는 화는 담당자에게만 낼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고 의사표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상담원분이 제 후속조치를 맡았는데, 저는 분명히 아무리 늦어도 오후 여섯시 십오분까지는 물건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을, 여섯시 삼십분까지 물건을 받으셔야 한다고요 고객님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겨우 십오분 차이지만, 그 차이는 다른 지역에 사는 저에게는 집에 한시간 더 늦게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차이이기 떄문입니다. 하지만 뭐 일단 물건만 받으면 급한 상황은 꺼지니 몇번 시정을 요구하다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오후 다섯시 이십칠분이었습니다. 담당자에게 연락해 담당자로 하여금 배송가능여부를 알리게 해주겠다던 상담원분의 말과는 달리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고객센터로 전화를 했고, 새로운 담당자분은 제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도 냉정하게 자신이 지금부터 할 불만처리과정을 저에게 설명하고 일단 기다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오후 다섯시 사십분이 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현재 부재중이기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화가 났다는 사실은 감추지 않은 상태에서 화를 억누르며 불만을 토로한 뒤에 다섯시 오십오분까지 연락을 달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상담원분 본인에게 직접 말씀하시기를 상담업무 종료시간은 오후 여섯시까지이니까요. 상담원분은 오후 여섯시 넘어서도 통화가능하다고 하셨지만, 그 시점에서 통화가 가능하냐의 문제는 중요한 것이 아니기에 명확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오후 다섯시 오십이분이 되어 저는 9분동안 상담원분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어떤 불만을 토했는지는 전부 나열하기 싫지만, 몇가지를 나열하겠습니다. 일단 저는 6일에 시험을 봐야해서 평택에 오지는 못하니 차라리 내가 사는 지역으로 배송을 옮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상담원분은 수수료 오천원이 착불로 추가요청되고, 배송기간도 3일정도 추가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물을수밖에 없었습니다.



"왜 당신들이 잘못한 것을 


제가 


책임져야 하는 거죠?"



"규정이 원래 그렇습니다. 


저희


는 주문접수부터 삼일 이


내에 


배송지로 물건을 나르기만 

하면 주문을 이행한 것으로 

규정에 나와있습니다."



저는 뭐라 불만과 제 분을 상담원분께 밝혔지만, 헛된 챗바퀴 굴리기였고 저나 상담원분 모두에게 엄청난 감정과 시간을 무의미하게 낭비하는 행위였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상담원분에게 담당자의 윗 상사에게라도 분명히 전해달라고 다섯번 넘게 말한 뒤에 큰 소리로 제 분을 토했습니다. 직접적인 욕설은 절대 안하려고 했지만, 반말과 고성이 합쳐진 시점에서 매우 시건방지고 무례한 말로 튀어나온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말을 직접 감당해야했던 상담원분께 새삼 죄송스럽습니다. 그러나 저는 상담원분께 그 말을 해야 했던 것을 죄송하게 여기는 것이지, 제 물건의 담당자에게 고객으로서의 권리에 넘치는 행위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분을 토해낸 뒤 진이 빠진 상태로 집으로 가는 길에 제가 양심에, 혹은 인정으로라도 찔릴만한 잘못을 한 건 아닌지 많은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제 분을 토해내는 대상(상담원이 아닌 담당자)을 명확하게 설정해서 구체적으로 왜 분노했는가를 표현했다고 생각하지만, 언성이 높아진 시점에서 신사적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상황이 흘러 갔으면 내가 시간과 감정을 무의미하게 낭비하지 않았을지를 고민했습니다. 답은 명확했습니다. 처음부터 택배기사님이 거긴 제 구역이 아니다, 혹 착오가 있는 거 같으니 어디어디로 전화를 해봐라. 이렇게 말씀하셨다면 제가 좀 더 만첩하게 사태를 파악하고 정리했을 겁니다. 그도 아니라면 상담원분들이 현장의 택배기사에게 제가 이러저러한 클레임을 걸고 있으니 빨리 연락해보라고 말씀하실 때, 그 전달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최소한 상담원분들을 믿고 제가 무작정 몇시간동안 전화를 기다리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아예 시작부터 오늘은 배송물량이 밀려있으니 어떻게 할까요 고객님 소리를 들었다면 제가 그렇게까지 분통을 터뜨리지는 않았겠지요.


간단히 말해서 편의점택배운송이 이뤄지는 동안 기사분들은 오로지 정해진 목표를 정해진 기한안에 이루는 것에만 집중하고, 그 동안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피드백은 늦게 반영되거나 단절되는 것 같았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물건이 배송되어야 할 구역을 맡은 담당자가 아닌 엉뚱한 사람이 제 물건을 배송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에 문제의 파악이 늦어지고, 해결책도 찾기 힘들었던 것이지요.


배송확인시스템의 개념은 최첨단의 개념입니다. 물건의 배송위치를 보여주고, 최후에 담당자의 연락처를 제시함으로서 택배사업은 물류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유기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다뤄야 하는 사람들은 그 유기적인 관계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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