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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변의 신기한 이야기들 - 5

쿵꿍 |2013.11.06 10:23
조회 10,874 |추천 57

안녕하세요..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톡에도 오르고....ㅡㅜ

 

그럼 어제 이야기 이어서 할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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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꿍이..너는 가족이 없나?...옆 마을 산다면서...왜 매일 여기와서 놀아..?"

 

 할머니의 갑작스런 질문에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가족...

 

그렇습니다..

 

어린시절로 돌아간 할머니에게 있어,

 

저는 분명 옆동네 쿵꿍이 였습니다.

 

"아...우리 가족은 아주 멀리 있어...지금은 혼자야..."

 

저는 황급히 둘러댔고,

 

"아,,,그나?...울 아부지도 아~주 멀리 가셨는데....오래 전 온 마을에 괴질 돌 때 돌아가셨다..."

 

할머니가 슬픈듯이 묵묵히 대답했고,

 

저는 저의 증조 할아버지가 오래 전 괴질로 일찍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맞다...오늘 어무이 한테 얘기 했다..."

 

할머니는 다시 소녀의 천진난만한 얼굴로 옆에 있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무슨 얘기??"

 

"그 아지매 말이야..자꾸 내 엄마라 하는 아지매..."

 

"아...강삼이 어무이?..."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아~주 혼내준데...울 어무이가....내 좀 너무했나? 그 아지매 내한테 잘해줬는데..."

 

"그래..? 어무이가 뭐라 하시는데?..."

 

"뭐라카긴...아주 혼구녕을 내서 쫓아낸다 하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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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뭔가 할머니가,

머릿속에 각인되 있는 중요한 기억들의 시점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즉,

용식애비..강삼이하고 인연..혹은 악연...

 

그 일들이 할머니의 기억속에는 평생 짊어지고 가는 각인 이였겠죠..

 

그 때 제가 받은 느낌은,

 

어쩌면,

할머니께서..

 

저한테 혹은 누군가한테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서 기억을 돌리시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였습니다.

 

그저,

저는 그 얘기를 들어만 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할머니는 머릿속에 비밀처럼 뭍어놓았던 각인들을..

 

모두 털어놓고...

 

가실려고 다시 눈을 뜨신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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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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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엄격하고 철저한 할머니 답게..

 

회한 따위는 남겨두지 않겠다..라는 의지가..

 

다시 눈을 뜨게 한걸까요...

 

아직도, 모르겠지만,

 

여튼,

어린 시절 할머니는 점점 각인된 기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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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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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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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어느덧 10살 꼬맹이에서,,

십대 중반의 어엿한 소녀로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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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쿵꿍아...클났데이..."

 

"왜?..왜?..."

 

"어이구...인자 우리집 어쩌노....클났데이..."

 

할머니는 당황해하며 어쩔줄 몰라 하고,

 

저는 그런 할머니를 다독이며 '괜찮아..괜찮아' 하며 진정시켰어요...

 

"아이고...우리 어무이가 순사한테 끌려갔다...우짜면 좋노..."

 

"어무이가 왜?....무슨 잘못하셨어?"

 

"아이고...나도 모른데이...강삼이 아지매가 우리 어무이를 고발했다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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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이랬습니다.

 

할머니를 자기 자식이라 계속 말하던 강삼이 아지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할머니의 어머니는 강삼이 아지매를 쫓아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아지매 가족,

 

즉 강삼이네 가족은 오히려 일본 헌병대에 어머니를 고발하고,

 

동시에 집 곳간과 패물을 털어,

 

야반도주를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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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시대상황을 좀 설명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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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몇 지역의 유지들이,

 

야금야금 사재를 털어,

 

독립군 자금을 대고 있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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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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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일본이 강제 점령 했을 때,

 

독립을 위해 싸운 의병들이예요..

 

뭐...대부분 아시겠지만..

 

저랑 9살 차이나는 제 여친은 강화도조약, 을미사변 같은 것도...

 

모르더라구요...

 

명성황후가...이미연 이다..

 

라는게, 농담이 아니라니깐요...

 

자기네들은 국사가 필수가 아니였대나 뭐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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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각설하고,

돌아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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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로 일찍 남편을 잃어 미망인이 된 할머니의 어머니가,

 

실은,

그 남편이 죽은 게 아니고 멀리 만주에서 독립군으로 활동하고 있고,

 

할머니의 어머니는 그 뒤에서 군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고발을 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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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제시대라,,

독립군 군자금을 대는 건 엄한 중벌이 내려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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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가장이였던, 할머니의 어머니가 순사들에게 끌려가자,

 

집안이,

 

왈칵!

 

뒤집혀 버린 것입니다.

 

또한,

때마침 집 안의 곳간과 패물들이 텅텅 비어있어..

 

일본 순사들은 군자금을 지원해서 그런 것이라고 의심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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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는 궁지에 몰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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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고....헌병 순사한테 끌려가믄 걸어서 못나온다 카든데....우짜면 좋노...."

 

할머니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괜찮다...괜찮다...아무일 없으실거다..."

 

저는 그런 할머니를 다독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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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이어서,

 

강삼이 아지매가,

 

야반도주를 하기 전에,

 

자기한테 편지를 남기고 갔다고 말했습니다.

 

"읽어는 봤나?..."

 

저는 사뭇 그 편지 내용이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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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안에 있는 내용은 대강 이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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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가질 수 없었던, 할머니의 어머니. 즉 저의 증조할머니 (마님 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가문의 대를 이어야만 했던 할머니의 아버지. 즉 저의 증조할아버지 (어르신 이라 하겠습니다)

 

그 집의 머슴이였던, 강삼이 아지매를

 

'씨받이'

 

로 쓰신거죠.

 

혹시 씨받이 라고 아시나요?

 

저는 당시에 그 말의 뜻을 몰라,

 

한참을 물어보고 다녔는데...;;

 

좀 민망스럽고, 말도 안되는 풍습(?) 이더군요..

 

말하자면,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양반집에 씨를 받아..

 

대신 임신을 해주는 겁니다.

 

쉽게 얘기하면, '대리 임신' 이죠..

 

그렇게 애를 대신 낳아주면, 일종의 땅이라던가, 돈이라던가, 댓가를 받고,

 

죽을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거죠..

 

물론,

아들을 낳아야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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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에는,

 

무엇보다 중요한게 집안의 대를 잇는 것이니...

 

마님도 허락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죠...

 

여튼,

강삼이 아지매가,

 

그 씨받이 였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게 저희 할머니라는 겁니다.

 

아들이 나와야 되는데..딸이 나온 거죠..

 

한마디로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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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더욱,

 

놀라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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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삼이 아지매가 다시 씨받이 대리 임신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해서,

 

태어난 사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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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애비...

바로 강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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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편지의 내용을 그대로 믿으면,

 

강삼이와 할머니는 부모가 완전히 같은 '남매' 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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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강삼이 아지매가 강삼이의 씨를 막 받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르신이 괴질로 급사 하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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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님은,

 

강삼이의 씨가 어르신의 씨라는 것이 확실치 않다고,

 

강삼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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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삼이 아지매는 두 자식을 씨받이로서 대리임신 했는데..

 

딸인

할머니는,

 

어르신의 자식이 되고,

 

아들인

강삼이는

 

종놈의 자식이 되어버린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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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의 쓰여진 내용을 그대로 믿으면,

 

강삼이 아지매로선 속이 뒤집힐 노릇이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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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이나 대리 임신해서 결국 아들을 낳아줬는데,

 

그에 대한 아무런 댓가도 못받고,

 

또,

 

그 아들은 계속해서 머슴으로 살아가야 하니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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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어머니가 순사에게 잡혀간 얘기와,

 

아지매의 편지얘기를 해주고 나서,

 

잠시 할머니의 정신이 돌아왔습니다.

 

아니.

돌아왔다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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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요...

 

과거와 현재에서,

헤매인다고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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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을

 

번쩍

 

뜨시고는,

 

열려있는 방문을 향해,

 

있는 힘껏,

 

소리를 치셨습니다.


"아이고! 이놈! 언제까지 그렇게 서있을거냐! 이 눔아! 이눔아! 그 쯤하면 됐다!..."

 

제가 할머니의 외침에 깜짝 놀라,

 

방문 쪽을 뒤돌아 보았을 때,
.
.
물론,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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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것을 보신건지..

 

어떠한 존재를 보신건지..

 

할머니는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해가며,

 

소리를 계속해서 질렀습니다.

 

"내가 죽을때가 되니 같이 가자는 거냐! 내는 싫다!..."

 

할머니의 소리가 커지자,

 

다른 가족들이 놀라서 달려왔고,

 

온 가족이 할머니를 다독이며 달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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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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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분명히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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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을때가 되니 같이 가자는 거냐! 내는 싫다!..."

 

그리고

이어서,

 

"내는 삼복이..니랑은 안간다...."

 

이라고

나지막하게 말씀하시는 것을...  

 

용식애비...혹은....강삼이..

 

혹은

 

삼복이..

 

그리고..

 

할머니..

 

그 인연의 한복판에...

 

제가 서있는 기분이였습니다..

 

둘 사이에는 어떤 인연이..

 

그 어떤 악연이 있었던 걸까요...

 

편지 내용이 사실이라면,,,

 

남매여야 할 두 사람인데...

 

제게도 왠지모를 측은함이 몰려오는 순간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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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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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57
반대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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