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을 제외하고 남북한이 1대1로 붙으면 우리가 진다”는 조보근 국방부 정보본부장의 발언이 간만에 국방 관련 소식을 네이버 뉴스 탑에 올려놓았다. 국방 분야에 대해서 종종 글을 쓰던 사람으로서, 그리고 세금을 내는 국민으로서 참 혈압이 오르는 일이다.
지난 10월 1일의 국군의 날 기념식. 이렇게 해도 북한에게 진다고 합니다.
정말일까? 과거「ㅍㅍㅅㅅ」에서도 이 문제를 다룬 글이 올라온 적이 있는데, 남북한 가상전쟁에 대한 분석들은 (우리측 피해의 정도는 다를 수 있어도) 대부분 우리나라의 승리를 예측한다. 물론 전쟁은 수치로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실제 상황이 벌어지기 전까지 우리가 의존할 수 있는 것은 수치 밖에 없다.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의식한 발언인가?
그렇다면 대체 무슨 의도로 이러한 발언을 한 걸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관련기사)다. 문제의 발언 직전에 “한미동맹에 기초해서 싸우면 우리가 월등히 이긴다”고 말한 것이 그런 의심을 더욱 부추긴다. 오래전부터 예비역 장성들을 비롯한 군내 주요 지휘관들은 ‘전작권=한미동맹’이라고는 굳게 믿어 왔으며, 이것이 흔들리면 한미동맹의 근간이 흔들린다고 주장해왔다.
문제의 발언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굳건한 한미동맹(즉, 대한민국의 전시작전에 대한 미국의 주도권 유지)’의 필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일부러 과장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국군 65년의 역사를 부정하는 발언
당시 국정감사 중이었던 의원들의 반응이나 소식을 접한 많은 국민들의 반응은 모두 한결같았다. 북한의 44배나 되는 국방비를 쓰면서 도대체 지금까지 국방부는 무엇을 하였냐는 것이다. 국군을 세운지가 65년이 되었고 지금 대한민국의 국력은 북한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약간의 비약을 허용한다면, 정보본부장의 발언은 국군 65년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다.
“야, 우리 군사력만으로 남한을 이긴다는데? 오~ 필승 (노스) 코리아~”
다시 정리해 보자. 별 세 개를 달고 있는 현역 육군 중장이 공적인 자리에서 “북한과 1대1로 붙으면 진다”는 발언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정반대를 예측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북한에게 모든 수치 및 질적 차이를 뒤집을 수 있는 비기가 없다면) 여기에는 있는 그대로의 판세 분석보다는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지난 65년간 국군이 쌓아온 역사를 부정하면서까지 노리고자 하는 그 의도란 무엇인가? 전작권 전환 연기일 수도 있고 국방예산의 증액일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로 그런 것들이 ’65년간 국민의 세금을 (그것도 이제는 북한의 44배나) 투입하여 국방력을 양성하고 있지만 북한과 1대1로 맞붙으면 진다’고 공언할 만큼의 값어치가 있는 것인가? 그렇게 공언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은 머리 속에 스치지 않았나?
이참에 군 인사권도 미국에 줍시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유지함과 동시에 북한의 44배에 달하는 돈을 투입해도 시원찮은 국군을 개선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있다. 이참에 전작권에 더해서 군 인사권도 미국에게 넘겨주자. 군 인사 문제로 매번 홍역을 치르는 일도 줄어들 것이며, 조 정보본부장처럼 국군의 역사를 부정하는 발언을 하는 장군을 공석에서 볼 일도 분명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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