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웃대-못된야옹
11월 11일 패패로데이. 이날은 상술의 끝을 보여주는 특별한 날. 사랑이라는 달콤한 감성으로 포장해 대부분 사람들의 지갑을 탈탈 털게 만드는, 그야말로 소비자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면서도 정작 소비자 자신들은 맞았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게끔 교묘하게 만들어 놓은 악마의 날.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등은 그래도 어설픈 명분이라도 있는 반면, 이 막대과자 날은 그 어설픈 명분조차 없다. 단순히 ‘로때제과’의 악랄한 탐욕만이 들어있을 뿐.
사람들은 그걸 모르는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되도 않는 시민의식을 느껴 실천에 임하는 것인지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다. ‘남들 다 하니까 나도 해야지’ 뭐 이런 단순 무식한 생각인가? 그럼 남들 다 죽으면 자기도 따라 죽을 거야? 그렇다고 설마 진심으로 막대과자의 날을 찬양하는 미치광이가 있을까? 만에 하나 있으면 뭐 어떤 의미로 대단히 존경스러워 보이긴 하겠다.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는데 누군가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이봐요!!!”
‘환청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목소리는 한 번 더 들려왔다. 조금 전보다 조금 격양 된 듯한 음성에 난 살며시 눈을 떴다.
“안담아 줘요!!?”
“아…”
그제 서야 난 지금 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눈앞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손님과 눈이 마주쳤다. 마치 게임 속에서 튀어나온 별 볼일 없는 저렙 몬스터를 닮은 그 손님의 표정은 ‘정신나간새끼. 네까짓 게 일하다말고 졸아?’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난 카운터 위에 물품들을 하나하나 비닐에 담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고블린 같은 새끼, 건대 역에서 호그와트로 보내버릴라…”
“뭐라고? 당신 지금 뭐라고 했어!?”
“꼴에 귀는 조카 밝네…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뭐!? 너 이 새끼 지금 또 뭐라고 했잖아!!
“손님께서 잘못 들으신 겁니다.”
“누굴 바보로 알아? 분명 고블린이 귀가 어쩌고저쩌고 했잖아!!”
“귀가 밝다고 했습니다.”
“어, 그래 맞아. 귀가 밝다고 했지. 어라?? 너 이 새끼!! 지금 니 입으로 분명 말했어!!?”
“잘못 들으신 겁니다.”
“너…!! 너… 이 새끼 두고 봐!! 클레임 걸어 버릴 테니까!”
고블린을 닮은 그 손님은 씩씩거리며 신경질적으로 봉투를 낚아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 아무래도 일이 제법 성가시게 된 모양이었다. 나름 작게 중얼거린다고 한 건데 그걸 들을 줄이야. 내가 생각해도 나는 정말 입이 방정이었다. 소심함 의 끝을 달리는 내성적인 성격인 주제에 입만 살아서 종종 나도 모르게 이런 성가신 일에 휘말리곤 한다. 그러나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법. 난 작게 한숨을 푹 쉬며, 바닥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패패로들을 바라보았다.
‘패패로데이.’
그래. 저거다. 저놈의 망할 패패로 때문이었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는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어야 할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된 건 분명 저 막대한 양의 패패로 때문이 분명했다. 다음 주 월요일인 11월 11일을 그 저주스러운 날을 대비해 사장님이 대량으로 주문해 놓은 패패로. 자그마치 200미리짜리 우유가 60개는 족히 들어갈 만한 박스로 12개나 꽉꽉 채워져 있는 저 모습에 난 혀를 내두른다.
‘내 황금 같은 휴식시간이…’
보통의 패패로와 다를 것 없는데도 불구하고 되도 않는 싸구려 나일론 리본장식이나 50원도 안할 것 같은 비닐 포장지를 한번 두른 것으로 녀석들은 원래 가격의 2~3배는 족히 뻥튀기 되어있었다. 어차피 살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 악랄함에 난 마음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받을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화가 나는 게 아니냐고? 흥. 웃기지마라. 줘도 안 받는다. 이까짓 막대과자 하나 받는다고 내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도 아닐뿐더러 그런 거추장스러운 사랑타령에 얽 메이고 싶지도 않다. 절대 내가 오크종족의 남성이라서 이러는 게 아니란 말이다.
난 짜증스럽게 박스에 수북 히 담겨있는 녀석들을 꺼내 매장 가장 앞쪽 빈 공간에 진열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허리를 굽혔다 펴기를 1280번 쓰러진 패패로를 다시 세우길 212번 박스를 들었다 놓았다 하기를 59번 하고나서야 난 그 막대한 양의 패패로를 모두 진열할 수 있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황금 같은 휴식시간은 사라져 있었다.
‘딸랑딸랑’
“어서오세요.”
얼핏 봐도 눈엣 가시 같은 커플 한쌍이 들어왔다. 역시나 예상대로 그것들은 아직 패패로데이가 일주일이나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오자마자 패패로 앞에 섰다.
“와 이거 예쁘다. 오빠 나 이거 사줘!”
“으이구 요 천사같은 기집애야! 이런 건 당일 날 주고받아야지.”
“헤에~ 그래두 아기천사 희선이능 이거 먹고 싶단 말이예여!”
“어이구 그래쩌여? 헤헤”
심장이 쭈그러드는 게 느껴진다. 마치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차라리 칠판 긁는 소리도 이것보단 마음이 안정될 것 같았다. 도대체 커플이란 족속들은 이런 시즌만 되면 왜 이리 얼굴이 두꺼워 지는지 모르겠다. 오글거리는 콧소리는 둘째 치고라도 제발 여성들아 자기 이름 좀 붙여서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럼 하나 골라봐!”
“데헷! 정말?! 오빠 오빠 그럼 천사 희선이능 요고! 요고 할래여!”
게다가 이런 부류의 커플은 대부분 외모적인 부분이 심히 걱정되는 경우가 많다. 얘네 들 역시 그랬고 특히나 여자 쪽은 천사보다는 전사에 가까웠다. 어지간한 보스 몬스터는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있어 보이는 그 우람한 외모에서 가늘디가는 콧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마치 우리말로 더빙 된 ‘원피스 입은 고무인간의 해적질’이라도 보는 듯 했다.
“오빠 그럼 이걸로 할게. 뿌잇뿌잇.”
“응 쟈기야. 뿌잉뿌잉”
둘은 그렇게 곰 인형이 패키지로 붙어있는 제법 그럴듯한 패패로를 들고 카운터로 걸어왔다.
‘도대체 뿌잉뿌잉의 의도가 뭐냐.‘
“얼마에요?”
“24000원입니다. 뿌잇뿌…”
“에?”
“24000원이라고요. 뿌…”
시발. 나도 모르게 따라해 버렸다. 두 년 놈 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심히 불쾌한 모양이다.
“지금 설마 우리 쟈기 꺼 따라한 겁니까?”
“잘못 들으신 겁니다. 뿌잉.”
“어랍쇼? 너 뭐야!! 장난해?!”
“장난으로 보이 십니까 뿌잉 뿌잉? 24000원입니다.”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잘생긴 오빠가 참아! 오죽 못났으면 저래! 그냥 가자!!”
“너 이 새끼 내가 우리 예쁜 천사 봐서 참는다! 알아들어!? 썅! 별 거지같은 게.”
남자는 의기양양한 얼굴로 씩씩거리며 전사녀에게 이끌려 밖으로 퇴장했다. 또 생각보다 말이 앞서 화를 당할 뻔 한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아무리 다짐을 해도 항상 꼴사나운 모습 앞에선 이렇듯 머리보다 말이 앞선다. 난 작은 한숨을 내뱉으며 카운터에 놓인 24000원짜리 곰 인형 패키지 패패로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아무리 부정하려 해도 패패로데이가 끝나기 전까진 저런 꼴불견인 모습들을 매일 같이 봐야한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난 물끄러미 카운터 앞쪽에 진열 되어 있는 패패로들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고난을 헤쳐 나갈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무슨 쌍쌍바처럼 찰싹 달라붙어 있는 놈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갈라놓거나 뜬금없이 쌍싸대기를 후려친다거나 할 그런 비현실적인 행동 따위는 절대적으로 불가했다. 뭔가 ‘로때제과’가 패패로데이를 만든 것처럼 교묘하게 뒤통수를 후려치면서도 티가 안 나는 그런 방법이 필요했다. 그야말로 눈뜨고 코 베이는 그런 방법. 난 다음 교대 알바 생이 올 때까지 머리를 굴리며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 헤매는 데 열중할 뿐이었다.
***
시간은 물처럼 흘러갔고 어느덧 결전의 날은 나를 찾아왔다. 아침 7시. 매장문을 열고 들어서는 내 얼굴엔 전쟁터로 나가는 장수의 비범함마저 흘러나오고 있었다. 간단한 인수인계를 끝으로 야간 알바 생을 배웅한 난 유니폼으로 갈아입고서 카운터 앞에 섰다. 눈앞에 패패로들이 ‘네까짓 게 감히?’ 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다. 난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어주는 걸로 보답해 주었다.
‘모든 준비는 끝마쳤다.’
이것저것 매장 정리를 하며 난 첫 번째 타깃을 기다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윽고 그들이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 입가에 걸린 미소를 거둘 줄 모르며 찰싹 달라붙어 애정행각을 벌이는 그것들을 보는 내 눈에 불꽃이 튀었다.
“쟈기야. 어떤 걸로 할래? 다 사줄 테니까 골라봐! 후후.”
“진짜!? 역시 우리 쟈기가 최고!!”
꽃다발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는 나름 고급스러운 느낌의 패패로부터 포장지만 살짝 바꾼 파렴치한 패패로까지 쭉 훑어보던 그들은 이내 꽃다발 모양의 패패로를 꺼내들었다.
‘휘청’
“어라? 쟈기야 이거 부러져 있는데?”
“뒤에 있는 걸로 가져가자 그럼.”
“잉? 이것도, 이것도… 죄다 부러져있어.”
“잠깐만, 저기요! 이거 다 부러져있는데 멀쩡한 건 없나요?”
남자 쪽에서 내게 물었고, 난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딱 잘라 말했다.
“다 부러졌을 거야.”
“아…그래요?”
당황한 모양인지 남자는 내가 반말 했다는 건 눈치 채지 못했다.
“쟈기야 그럼 다른 걸로 골라봐.”
“아, 이게 예쁜데… 뭐 별수 없지. 그럼 이걸로 할게.”
여자는 자기가 매우 귀엽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지 양 볼에 바람을 불어 넣고 입술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붕어 같은 년…”
다행히 둘은 이번에도 내 욕설은 듣지 못했다. 여자는 값싼 포장지로 도배되어 있는 패패로 꾸러미를 집어 올리곤 남자를 향해 살짝 웃어 보인다.
‘니가 언제까지고 웃을 수 있을까?’
내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자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뭐야! 이것도 다 부러져 있잖아! 완전 박살났는데?”
“다른 것도 그래?”
남자의 물음에 여자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들어 만져보더니 씁쓸하게 말을 내뱉었다.
“응… 다 부서져있어…”
“뭐야 여기. 물건을 팔겠다는 거야 뭐야! 이봐요. 좀 멀쩡한 건 없어요?”
“아까 말했잖아. 다 부서졌다고.”
“뭐야 진짜… 가만, 당신 지금 나한테 반말 했어?”
“아까도 했습니다.”
“뭐 이 새끼야!? 너 뭐야! 손님한테 이래도 돼!?!”
“손님이니까 이러는 겁니다.”
“이 새끼가!!”
남자는 분을 참지 못하고 내 멱살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옆에 여자가 말리는 통에 그 이상 도를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너 이 새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짜르고만다.”
“빨리 가자 오빠!”
“쓰읍.”
둘은 신경질적으로 문을 밀어재끼고 밖으로 나갔다.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역시나 예상대로 패패로를 사가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 지난주부터 준비했던 일의 성과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자그마치 700개가 넘는 패패로들을 티 안나 게 박살 내놓느라고 매번 정해진 시간보다도 늦게 퇴근했었다. 몸이 지치고 힘들었긴 했지만 내 짐작대로 그날부터 패패로는 단 한 개도 팔리지 않았다. 마치 우유에 타먹는 초코가루마냥 박살난 패패로를 어느 누가 사가겠는가. 그야말로 저 꼴 같지 않은 커플들의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데는 대 성공이었다. 그렇게 솔로라는 이름의 소심한 복수를 곱씹고 있는 그때 두 번째 타깃이 들어왔다.
“어머! 이건 꼭 사야 돼!!”
“그거 하나면 되겠어?”
“응! 헤헤.”
이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커플은 평범한 패패로 박스를 집어들고 카운터로 걸어와 계산했다.
그리곤 계산이 끝나기 무섭게 박스 포장을 뜯는 여자. 속 내용물을 꺼내 껍질을 뜯는 여자의 안색이 창백하게 돌변했다.
‘바스륵.’
“뭐야 이거. 무슨 분말스프처럼 가루가 되었잖아!!”
“어라? 박스는 멀쩡한데 왜이래? 다른 것도 그래?”
남자의 물음에 여자는 다른 것도 뜯어보더니 표정을 구겼다.
“시발! 다 가루가 되어 있잖아!”
“이봐요! 이거 다른 걸로 바꿔줘야 하지 않아요? 눈이 있으면 좀 보시죠! 박스는 멀쩡한데 속이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다른 것도 똑같아.”
“뭐라고요?”
“다른 것도 다 똑같이 부서졌다고. 그러니 괜히 용쓰지 마. 환불해주면 되잖아.”
“너 이 새끼! 지금 손님한테 반말했어?! 분명 지금 반말했지?!!”
“난 여기서 맨날 듣는다. 아마추어같이 왜이래?”
“뭐 이 새끼야!!? 너 이 새끼 뒤지고 싶어?!”
“피식.”
남자는 카운터로 돌아 들어와 날 강하게 밀쳤다. 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질 뻔 했지만 그런 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고 난 오늘을 위해 각오를 다졌던 만큼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부로 이곳과 볼일은 없다. 소심한 성격? 그까짓 거 하루도 못버틸까봐?
“당신 나 지금 밀쳤어? 여기 CCTV 찍히는 거 몰라?”
“그래 밀쳤다 이 새끼야! 오늘 한번 너 죽고 나 죽자!”
남자는 내 멱살을 움켜쥐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죽방이라도 한 대 후겨 갈길 모양이겠지.
“무뇌아 같은 녀석.”
내 빈정대는 한마디에 놈의 주먹이 움직였다. 그러나 이 커플들의 습성을 모를 내가 아니었다. 덕분에 눈을 감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여자가 끼어들며 남자를 제지한 덕분에 놈의 도를 넘어선 행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빠 참아! 그냥 가자!! 대꾸 하지말고!!”
“그래도! 저 새끼가 사람을 갖고 놀잖아!!”
“오빠!! 제발!!”
“쓰읍!!”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나를 밀치고는 ‘너 이 새끼 두고 보자.’ 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여자에게 끌려 밖으로 나갔다. 삽시간에 조용해진 매장 분위기에 도취되며 난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망할 놈의 커플 녀석들 꼴좋군!’
뿌듯한 마음을 뒤로하고 난 그렇게 내게 주어진 마지막 편의점 일과를 계획대로 이어갔다.
***
어느덧 시간은 흘러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지 20일정도가 흘러갔다. 패패로데이에 했던 일들은 기억의 저편에 묵혀두고 그렇게 월급날인 31일이 되었을 때 난 비어있는 통장잔고에 의문을 품고 사장님께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저 아직 월급이 안들어 왔는데요.”
“아 그래? 이상하다. 오늘 분명 도착 할 텐데.”
뜬금없는 도착이라는 말이 마음에 걸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난 빨리 계좌로 넣어달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고 그때였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흘러나온 것은.
“누구세요?!”
딱히 올 사람이 없었던 지라 의문을 품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낮선 택배원 아저씨가 내 이름을 확인하며 사인을 부탁해 왔다. 영문도 모른 채 사인을 끝 마치고나자 아저씨는 물건은 저쪽 대문 앞에 놨다는 말을 끝으로 자리를 벗어났다. 아저씨가 나간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너무나도 익숙한 대형 박스가 두 개 쌓여져있었는데 그곳엔 큼지막하게 ‘로때제과 패패로’ 라고 쓰여있었다.
“설마?”
부리나케 맨발로 달려 나가 박스를 열 자 그곳엔 11월 11일을 위해 내 계획을 실행에 옮겼던 참혹한 결과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있었다. 그 순간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부르르 진저리를 쳤고, 난 애써 현실을 부정하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휴대폰 바탕화면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거기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이번 달 월급은 패패로로 보냈어. 왜 인지는 말 안 해도 알겠지? 그럼 우유에 타먹든지 물에 타먹든지 맛나게 먹으렴.-
난 망연자실한 얼굴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박스속의 페페로들이 ‘역시 네까짓 솔로놈이 그렇지 뭐.’ 라며 나를 비웃는 것만 같다.
볼을 타고 한줄기 반짝이는 눈물이 흘러 내렸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