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검붉은 빛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숨이 턱까지 차 올랐지만, 발은 멈추지 않고, 계속 다름질을 치고 있다.
대체 어디를 향하고 있는것인지 알지도 못하고, 내 의지와는 상관이 없어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왜 이리 뛰고 있는것이지, 어딜 향해 가는것이지...왜....왜 일까...?'
스산한 바람이 검붉은 열기를 토하며 다가왔다, 바람이 부는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낯설지만 또렷히 알고 있는, 아니 안다기보다 분명히 내 머리 속에 각인되듯 기억되고 있는 사람이 서 있었다.
긴 머리를 풀어 헤쳐, 바람에 날리고, 검붉은 안개기둥처럼 여러개의 기둥을 병풍처럼 뒤로 세워둔채, 나를 향해 다가오는듯, 점점 가까워지고있었다...
두려움이 몰아쳐야 할것 같았지만, 마음이 이상하게 편했다. 어느새 달리던 발도 멈추어 서서, 다가오는 그녀를 향해 나도 모르게 미소까지 짖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 나를 찾아왔던, 그 여인....
입김까지 느껴질 정도로 가까워진 그녀는 내게 뭔가를 말하려 했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 소근 거리듯 귀에다 말을 했다...
"가야 할곳으로, 그곳으로......"
그 말을 남긴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병풍처럼 세워져 있던 안개 기둥들이 서서히 합쳐지며, 물줄기가 되어 한없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물줄기는 온통 검붉은 찐득한 느낌을 주며, 서서히 내 주변을, 사방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희미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이는바람에 나부끼듯 나뭇잎이 스치는 소리가 났다, 더 작은 느낌의 소리로 방울 소리도 들렸다, 깊은 수렁에서 바라보듯 아득히 멀리, 그곳에서부터 들리는 소리, 그 소리들은 낯설지가 않았다...
그 소리가 나는곳에는 정훈이가 서 있었다...
팔을 뻗어 잡아보려 했지만, 내 몸은 그 검붉은 물 안에 꼼짝도 없이 속박 당한듯 움직여 지지가 않았다....온 힘을 다해 몸을 허우적 되었지만, 한치 앞도 나갈 수 없었다....
그렇게 허우적이다 잠에서 깨기를 벌써 몇일째이다....................................
깨어나면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이 뇌리를 떠나지 않고, 떠다니는 부유물처럼 머리 속을 방황하듯 맴돌기만 했다...
'가야할곳으로.....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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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모르겠다, 왜 이리 불안한지, 아무에게도 말은 안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날 휘어감고 있는듯하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요즘 사람들에게서 보여지는 모든것이 왠지 침울하고, 어두운 기운을 담고 있는듯하다...
내일 정훈이를 보러 가자고 말했지만, 나의 이런 기분 탓에 못간다는 말도 할 수 없고, 왠지 모르지만, 요즘 친구에 머리에서 보이는것은 바람에 흔들리는 초이다...꺼질듯 불안한...그런것을 내색 하고 싶지가 않다...
늘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친구이고, 요즘 부쩍 무엇엔가 메여 있는지 한참이나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 지금 나의 이런 기분과 내 눈에 보이는 사실을 이야기 해 주고 싶지가 않다...그냥 다만 친구가 힘들어 하지 않게.................
영진이는 버스를 타고 달리는 동안 옆에 잠들어 있는 친구의 얼굴을 보며.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창 밖을 바라다 보았다, 그리고 숨이 멎어버릴것 같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창에 비친 친구는 분명 눈을 감고 있지 않았다..
어둠으로 가득한, 창밖을 또렷히 쳐다보고 있었다..그리고 친구가 쳐다보는 그곳에 무엇인가가 엉켜져 기운을 발하고 있었다, 아무런 느낌도 없는 형체, 다만. 친구와 질긴 끈으로 엮여있듯 강한 기운이 둘 사이에 상호작용 하고 있었다...
영진은 알 수 있었다. 친구가 지금 무엇엔가 속박되어 있다는것을, 깨워야 할것 같아 팔을 뻗었다...순간 섬광처럼 은빛호선을 그리며, 창 밖을 지나는것이 있었다. 흠짖 놀라 뒤로 조금 주춤했다....
그리고 영진의 귀로 또렷히 들을 수 있었다....
"인연이 있는자, 그곳에서 만나게 되리....."
순간 몸은 떨려오기 시작했다, 무서웠다. 친구를 통하지 않고, 어떤 존재와 접촉이 되어진것은 처음이었다...왠지 이번 여정이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다.....
팔을 뻗어...잠을 자고 있는 친구를 흔들어 깨웠다...깨어난 친구에게 아무런 내색도 할 수 없었다...무엇엔가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아무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영진은 친구와.....목적지에 다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