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두 말했다. 이 마을을 지켜 달라고, 그러면 이 마을은 사라지지 않을것이다라고, 난 옛일들이 떠 올랐다......................................
가을을 지나 짙은 겨울이 찾아오는 길목....서리가 내려 맨발로 돌아다니는 내겐 수 없이 많은 바늘로 발바닥을 찌르듯 아려왔다...눈물도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이미 어둠은 내려, 그 추위가 더 했다...
"이봐요...정신 차려요..이런 곳에서 이러고 있담, 처음 보는 얼굴인데 우리 동네 사람은 아닌거 같은데...누구지....?!"
"누군게 문제야 일단 사람은 살려야지...얼른 내 등에 업혀...일단 방으로 좀 옮겨야겠어...몸이 완전 얼어 붙은듯 해....쯧쯧..."
마을 사람들은 이른 새벽, 마을 어귀에 있는 선황당 앞에서 헐벗은채 웅크리고 있는 한 여인을 발견했다....완전히 거지꼴을 하고 있었고, 몸은 여기 저기 성한곳이 없어 보였다...그런 여인을 마을 사람들은 거두었던 것이다...
그 여인은 날이 지날수록 기력을 회복 했고, 마을 사람들의 이모저모를 마추며, 그들의 일상다반사를 점쳐주며, 마을 사람들의 길흉을 함께 해 주었다.
사람들은 맹목적으로 그녀의 말을 믿었으며, 그녀의 말을 따랐다....그렇게 그녀는 작은 이 마을의 한 일원이 되어갔다.................................
마을에 갑자기 나쁜일들이 생기기 시작 했다, 젊은 사람들이 병에 걸려 죽어 나가기 시작했고, 집집마다 근심거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그럴때쯤 마을을 지나는 어느 늙은 스님이 스치는 말로 한마디 했다...
"마을에 잡귀가 들어 그렇다고, 마을의 잡귀를 불로 태워 죽여야만 그 저주가 풀릴것이다..이 마을 사람들은 들여놓지 말아야할것을 마을에 들여놓아 그 저주가 내린것이다"라고......
사람들은 입 밖으로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그게 그 여인일것이라고 다들 수근거리곤 했다.....여인은 알고 있었다...
세상에서 버림 받은채 살아갈 가치도 없는 자신을 살려준 마을 사람들에게 고마워 그녀는 마음을 다 잡았다....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했다..
모두가...애써 막으려 하지 않았다. 그녀의 생각이 잘못이라는걸 알면서도, 혹여나 하는 생각에서, 아니면 사람들의 집단이기심에서........................................
달이 밝게 떠 올라.....선황당을 비추고 있었다....사람들은 옹기종기 모여, 그녀를 쳐다보았다...달 빛에 비추인 그녀는 너무나도 이뻤다..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말이다...
깨끗이 새로 지은 한복은 달빛에도 빛나듯 아름다웠으며, 눈물 머금은 그녀의 얼굴 또한 달빛처럼 고왔다.......
마을 사람들의 얼굴이 그녀의 눈에 보였다..염려와걱정...그리고 두려움 여러가지 감정들이 뒤섞인 사람들의 모습, 다시 한번 그녀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결정을 곱씹었다...
가부좌를 틀어지고 선황당 앞에 앉은 그녀의 위로...달빛이 내려 앉았고, 그녀의 몸에는 서서히 불꽃이 타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버림받는것이 어떤것인지 알았다, 그 어떤 고통보다도 더 하다는것을 그래서 버림 받기전에 자신을 버리기로 한것이다.
'이미 죽은 나다, 이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난 이미 죽었을꺼야..내가 이렇게나마 그들에게 보답을 할 수 있는것이라면, 그런것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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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사람들을 집어삼켰다.
처녀보살과 정훈은 어느새 물에 잠겨 후우적되고 있었고, 영진과 어머니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코 앞까지 밀려온 파도를 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그리고 이내 몸은 파도에 휩쓸려 이리로 저리로 흔들리고 있었다......
밖에서는 알 수 없었지만, 저수지는 지금 난장판이었다.
파도를 헤쳐 나온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아직 물에 빠져 허우적되고 있는 사람들을 하나, 둘 건져 올리려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거센물살에 힘을 못쓰는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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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례는 내림굿을 받으며, 무엇엔가 홀린듯 자신의 몸이 흔들거리는것이 흥미로웠다, '지금 내가 정말 무당이 되는것인가?!, 이 기분은 뭘까?! 마치 지금 내 안에 내가 있는듯한 이 기분, 그리고 왠지 모르게 저 밑바닥부터 차 오르는 이 기분.....뭘까?!'
그런 야릇한 기분을 한순간에 날려버린게 있었다, 뜨거운 불줄기가 점례의 몸을 감싸지듯 압박해 들어 왔다...선황당 부근의 모든것이 불에 타들어 가듯 이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디선가 한번도 보지 못한 한 여인의 모습 하얀 소복을 입고 나타나, 자신을 향해 욕지기를 하듯 무서운 얼굴을 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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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목을 묶인 어머니는 물 아래에서 이리 저리 흔들리며, 보았다, 그녀가 스스로 몸에 불을 놓고 타들어 가며, 보았던 사람들의 표정을....이기적이고, 누구 하나 그녀를 막으려 하지 않던 사람들의 얼굴.....그리고 그 사람들의 너머 또 다른 누군가의 모습도 보였다..이 마을의 애군을 막기 위해 잡귀를 불태우라고 했던 노승의 모습....그 모습은 차츰 변해가더니, 이루 말 할수 없을 정도로 흉한 모습이 되어갔다....그리고 사람들의 뒤편에 서서 휘죽...휘죽....웃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타들어가며 본것이다. 정말 잡귀를...그 잡귀에게 속아 자신이 행한 일이 말없이 후회스러웠고, 자신의 그런 결정을 묵언으로 찬성한 사람들의 대한 원망이 서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이 그녀를 더욱 분노케 했으며, 억울하게 만들고 있다는것을............
'그래 되었다..이제 가자, 모든것을 끝낼때가 되었다.....'어머니는 자신의 발목에 감긴 줄을 손으로 움켜지었다, 그러자 수면 위에서 대나무를 손에 지고 있는 그녀가 잠시 움찔거렸다.........
'정말 그럴 수 있어? 정말 네가 그럴 수 있어??'
'나도 할 수 있다, 세상에 모든것이 우리네를 버린다 해도, 우린 스스로 알고 있다. 사람들이 믿든 믿지 않든 우린 우리의 소신대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걸아야 한다는것을 미워하지 말자, 그들을..........세상 모든 사람들을......, 그들은 두려운것이다, 알지 못하기에, 알 수 없기에...두렵고 무서운것이다, 그래서 작은것 하나에도 저리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고, 저리도 쉽게 마음이 바뀌는것이다...그래서 우린 늘 외로운것이다, 그래서 우린 더욱 신령에게 다가 갈 수 있는것이다...'
'정말 니가 할 수 있을까? 그 목숨이 아깝지 않아?'
'아깝다, 하지만 난 가야할길을 갈 뿐이다, 내가 간다해서 끝날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여기 남아있는 저 아이들이 그걸 대신 할것이다, 그리고 저 아이들이 할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 아이들도 자신의 길을 갈것이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것의 모든것이다'.............................................
어머니는 손에 꼭진 줄을 더욱 거세게 잡아 단겼고, 이내 여인은 물속으로 갈아앉듯 휘청였다, 그리고 손에 지고 있던 대나무 불이 붙어 타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죽을게냐...정말 니가 죽을것이냐...?'
여인은 재차 어머니에게 질문을 했고, 어머니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은채 손에 꼭진 줄을 더욱 세차게 질뿐이었다....
사람들에게 건져올려진 영진과, 정훈, 처녀무당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 모든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정훈과 영진은 한 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어머니는 말씀 하셨다...
"정훈아, 이제 내가 가야 할때가 된것 같다, 분명 이곳에는 나와 인연이 있는자가 이 일을 벌렸을꺼야, 그 인연이 이제서야 끝이 날것 같구나, 막을 수가 없을꺼다...넌 그때가 되면 날 묶어야한단다...풀어지지않는 것으로...."
그리고선 어머니는 부적 한장을 내밀었다..............................
"영진아...사람들을 데려 오거라, 모든것에는 인연이 있는것이란다, 그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야만 이 모든것이 처음으로 돌아 갈수 있단다, 그 사람들의 진정한 사과가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것도 해결 할 수 없을지 모른다....그리고 내 꿈이 자꾸만 걸리는구나 네가 꾸었던 그 꿈 말이다...그 꿈을 나 또한 꾸었단다....틀림없이...뭔가가 다른것이 있을지 모른다...넌 그것을 꼭 살피거라...꼭...잊어서는 안된다...."
영진은 그 일이 무엇인지 알수가 없었다..다만 꿈에 보았던 것이 걸릴뿐 하지만 여긴 친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영진은 한편으로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꿈에서 본 일이 일어나지 않는것만으로도 말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생각 할 틈이 없었다, 점점 시야가 흐려지시 시작했다, 손에 꼭 틀어진 밧줄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뜨거운 불줄기가 몸을 휘어감듯 온 몸이 타들어가는 극심한 고통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아쳐오는 물줄기는 좀처럼 줄어들지가 않았다...어머니는 마지막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주마등처럼 지난 날들이 스쳐지나기 시작했다...무당들의 굿을 보며 느꼈던 알 수 없는 기운들, 그리고 자신이 무당이 되기위해 내림굿을 하던 순가, 정훈을 처음 만났을때........그렇게 서서히 기억과 함께 꺼져가듯 온몸의 기운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점점 숨 쉬기가 어려웠다...고통도 사라지고 있었다......서서히...아주 서서히................................그리고 순간 감싸진 밧줄이 뭔가에 의해 잘리는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리고 온몸을 내리치듯 물줄기가 휘몰아 쳤다..그리고 기억은 아련한 미궁으로 빠지듯 감겼다......어머니는 그렇게 의식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