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닫으며 나오는 영진은 뒤돌아 다시 닫혀진 방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부정이라도 하듯 도리질을 세차게 흔들며, 마루에서 내려와 신발을 신었다..
'아닐꺼야..아닐꺼야..설마 그럴 수는 없어...어떻게...어떻게.........'
하지만 영진은 틀림없이 보았다, 어머니의 머리 위로, 수 많은 이들이 슬퍼하며 애통해 하던 모습을, 그것이 지금 어머니의 기운이다, 많은 사람들이 애통해 하듯 어머니는 지금 애통해 하고 계신것이다...그 기운이 말해 주듯 어머니는 영진을 방 안으로 불러 너무나도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영진이 해야 할 일도...그것만이 이번 일을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일러주셨다...
영진은 두려웠다, 그리고 무서웠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었다, 그래서 누군과와 의논을 아니, 이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당부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절대 다른 아이들은 이 일을 하지 못할꺼야. 하지만 넌 할 수 있다, 너만이 할 수 있을꺼야...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그걸 말해 준단다....절대 이 일은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네게 이런 일을 부탁하게 되어 미안하구나..정말 미안하구나...이제 시간이 얼마 없다 너는 지금 바로 이 일을 준비 해야한다. 지금 바로 마을을 빠져 나가라..그리고 반드시 때가 되기전에 돌아와야만 한다...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해도 꼭 돌아와서 네가 해야 할 그 일을 꼭 해야만 한다.......'
영진은 그런 어머니의 당부의 말을 머리 속에서 지우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머리만 어지러워졌고, 마음만 무거워져 왔다...
그렇게 무거운 마음을 끌어안은채 영진은 집을 빠져나와, 마을을 향해 내겨가기 시작했다...
'제발 어머니 말씀처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제발...'
영진은 깊은 한숨을 쉬며, 점점 둥글게 차 오르는 달을 바라보며, 쓴 미소를 띄우며 발을 제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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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눈이 떠졌다, 정훈은 주위를 살펴 보았다, 뜨거운 여름밤의 열기가 후끈거렸다. 혹 몸에 상채기라도 났는지 살폈지만, 몸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정훈은 얼마 떨어지지 않은곳에서 인기척을 느꼈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발을 돌렸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형이 엎어진채 부들부들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형..형...왜이래...괜찮은거야??"
그랬다. 두명은 비슷한 환영을 보았고, 정훈은 환영만 보았지만, 나는 환영을 보며, 그 속에 담겨진 영혼들의 감정을 여과하지 않은채 그대로 받아드린것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런 일을 당한듯 두려움에, 무서움에, 큰 공포에 몸을 떨고 있었던것이다...
정훈이 나를 들쳐업고 집으로 다름질을 쳤다....
"형 정신 좀 차려봐...형...."
왠만한 일에는 큰 충격을 받지않던 형이 이리도 떨고 있다는것이 정훈은 무서웠다..무슨 일이었을까? 형도 나처럼 어떤 환영을 본것일까?............................
달리며, 몇번이나 넘어질듯 했지만, 정훈은 버텨냈다. 자신도 환영에 놀라 정신과 몸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늘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고, 이 힘든 세상에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형이 이렇게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자 이성이 마비가 되는듯 했다, 오로지 형이 아무런 일이 없기를 바람하는 마음으로 돌과 나무들 그리고 억센 풀들의 장애물을 헤치며 달렸다.....
방에 눕히고, 어머니가 잠시 살피더니 말씀 하셨다..
"지금도 이 친구는 환영에서 깨어나지 못한듯 하다, 이건 누가 막을 수가 없다, 본인이 헤쳐나오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그리고 지금에 우리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본인의 인연으로 지금 이러는걸깨다 그러니 너무 걱정말거라, 곧 있음 일어 날꺼야..거보다...우린 지금 준비 해야 할것이 많다, 정훈이 너는 따로 시킬것이 있으니 날 따라 오고..자네는 어서 혼굿 준비를 해 주게나, 시간이 별로 없어 보이네 다들 서둘러야 겠어..."
그렇게 말씀을 마친 어머니는 정훈이를 밖으로 대리고 나갔다...처녀보살도 혼굿을 준비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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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것이 끝난것 같은데, 왜 이리도 온 몸에 오한이 드는지 모르겠다, 사방은 예전에 꿈에서 보았던것처럼 검붉은 핓빛으로 가득했다, 음침하고, 축축한 느낌이 온몸에 오한을 들게 하는듯했다.
몸이 벌벌 떨렸지만 이대로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어 안간힘을 다해 발을 때놓으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 어디선가 거센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이내 검붉은 장벽들은 파도처럼 검붉은 파도를 일으키며 몰아치고 있었다, 그 위에 힘없는 나뭇잎처럼 이리저리 마구 나뒹구는듯 몸으 휘청였다..
여기..저기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점차 수근거리던 소리들은 또렷한 목소리로 바껴 분명하게 귓전에 와 부디쳤다..
"수문을 열게 어쩔 수 없어 시간을 마출려면 더 이상은 지체할 수 없네...!"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난감해 하는 어떤 사람의 모습도 보였다. 그 사람은 어쩔 수 없다는 굵은 목소리의 남자의 말이 떨어지자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스위치를 눌렀고, 낮은 기계음이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이를 어쩌면 좋아...물이 내려 오고 있어...저 사람들 정말 죽을 작정인가...어서들 나와야 할텐데..어서들...."
"아이고 이 사람들아 어서들 나오게 물이 내려오네..거기서 그렇게 개죽음을 당한텐가...어서들 나오게......."
목청것 사람들이 누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붉은 안개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다....그렇게 장막을 쳐 놓고 있던 검붉은 안개와 그 모든것이 순식간에 허물어져 내렸다, 그리고 숨막히는 공포가 찾아왔다...계속 몇번이나 반복해서 말이다...
어디선가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 온기는 붉은 파도 속에 꺼져가는 내 손목을 잡았다, 그리고 세찬 힘으로 날 끌어 올렸다....
눈이 가늘게 떠지며, 환한 빛을 보았다, 그 빛이 잦아들고, 이내 내 눈 앞에는 너무도 낯익은 모습의 그녀가 서 있었다....눈에서는 눈물이 고여 흐르기 시작했다...서글픈 모습의 그녀는 내게 말을 꺼냈다..."부디 이 모든것을 막을 수 있다면...부디..."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고 있는 나를 꽉 안아주었다....그러자 내 몸에 서려있던 오한이 점차 살아지며 따뜻한 기운이 몸에 돌기 시작했다......................
점차 나른해지며, 꿈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있었다...그리고 그녀의 목소리가...흐릿해져가는 나의 귀에 와 닿았다...
"모든것이 흐르는대로..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