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긴장, 흥행의 역사를 만들다
강동원, 하정우, 공유, 김수현의 공통점은? 매력적인 남자 배우, 이건 기본이요.
여기에 또 하나, 영화 속에서 ‘북한 특수요원’으로 빛을 발했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냉전시대는 종식된 지 오래지만 분단국가로 올해로 정전 60주년을 맞은
한반도의 특수상황은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들을 꾸준히 만들어 왔습니다.
정전 중인 한반도 정세가 충무로의 흥행 역작을 줄줄이 탄생시켰네요.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대한민국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흥행 영화 목록만 봐도 그렇습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첫 포문을 연 ‘쉬리’(1998), 그 흥행기록을 1년 만에 넘어선 ‘공동경비구역 JSA’,
한국 영화사상 첫 천만 관객을 동원한 ‘실미도’(2003)와 연속으로 그 대기록을 달성한 ‘태극기 휘날리며’
(2004),
6․25 전쟁 상황을 사랑스럽게 버무려낸 ‘웰컴투동막골’(2005)까지
전쟁과 분단을 골격으로 한 작품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아니, 흥행 공식처럼 여겨질 정도지요.
북한 특수요원, 이런 매력쟁이들이 있나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닙니다. 남과 북의 대치가 빤히 보이는 군대나 전쟁 상황,
여기서 한 단계 올라선 좀 더 복잡 미묘한 변주가 시작되었기 때문이지요.
바로 ‘위장’ ‘복수’ ‘배신’이라는 스릴 넘치는 키워드를 품은 ‘북 특수요원’이 등장한 것입니다.
더욱이 그들의 계보가 강동원부터 김수현, 공유에게까지 이르니 남성적인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의 환호가 커질 따름이지요.
북한 특수공작원들의 쟁쟁한 면면들. 매력적인 배우들의 통과의례라도 되는 걸까요? /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특히 올해만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최승현 주연의 ‘동창생’이 개봉했고,
공유 주연의 ‘용의자’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거 형사와 조폭만큼이나 북한 특수요원이 친근한 캐릭터로 다가오는데요.
웬만한 매력의 배우가 아니면 넘볼 수 없는 영화 속 북한 특수요원의 계보, 살펴보지 않을 수 없지요.
팜므파탈과 터프남의 조화 -‘쉬리’ 김윤진, 최민식
그 첫 타자는 ‘쉬리’ 속 팜므파탈 김윤진입니다.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서 놀라셨나요?
그래도 남한 비밀정보기관 소속 남자 주인공과 애절한 러브스토리까지 이끈 반전 매력의 그녀를
빼놓을 수 없지요(서..설마 스포일러는 아니겠지요?).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배우에서 ‘쉬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윤진,
이제는 충무로를 넘어 명실상부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랐는데요.
그래도 중저음 목소리로 애절함을 더한 ‘쉬리’에서의 모습이 가장 강렬합니다.
팜므파탈 여성과 저돌적인 남성 공작원. 첩보영화의 공식이지만 언제나 흥미진진하죠. /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예나 지금이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최민식 역시 ‘쉬리’에서
북에서 남파된 특수 공작원으로 활약했습니다.
말끔한 한석규, 송강호(V라인이 살아있는 엘리트남입니다)와 대비를 이루며
날것의 거친 매력을 선보였는데요. 북한 특수요원의 전형적인 상징이라고 할까요.
아무튼 외모부터 ‘강인함’을 써 붙이고 팽팽한 긴장감을 끌어냈지요.
비주얼 공작원의 물고를 트다 – ‘의형제’(2010) 강동원
지나치게 잘생기고 훤칠해 위장이 안 될 것 같은 남파 공작원의 등장!
바로 꽃미남 공작원의 물꼬는 186cm의 훤칠한 키에 조막만한 얼굴을 자랑하는 ‘의형제’의 강동원이 텄습니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최민식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비주얼인데요.
잠입 공작원인 만큼 일상 속에 숨어들어 힘을 뺀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사이 작전 실패와 함께 ‘배신’이라는 서슬 퍼런 두 글자가 끼어들지요.
자신도 모르게 모델 포스를 뿜어내는 꽃미남 공작원의 시작. 액션의 완성도 설마 얼굴? /
이미지 출처: 네이버영화
세상 무서울 것 없이 돌진하는 특수요원이 아니라 남쪽에서는 적,
북에서는 배신자로 낙인찍힌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인물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단단하게 다져진 생존본능과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텨내는데요.
꽃미남이 선사하는 절도있는 액션은 그 카타르시스가 두 배인지라 열렬한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지요.
잡초 같은 생명력, 특수 요원의 진면목 -‘베를린’(2012) 하정우
영화를 보는 내내 신체의 고통을 함께 나누게 했던 ‘베를린’ 속 하정우는
‘쉬리’ 최민식의 직계라 할 만합니다.
강한 충성심을 자랑하며 거칠고, 우직하게, 멈추지 않고 질주합니다.
조국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배신에 맞서기 위해 악을 씁니다.
본 시리즈의 맷데이먼과 맞짱을 떠도 될 만큼의 고난이 액션은
북 특수요원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듯하지요.
리얼한 하정우의 연기는 관객들에게 특수요원 체험을 선사합니다.
의자에 앉아서 숨이 차는 기묘한 경험을~.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특히 배신과 반전에 몇 차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금세 이성을 되찾고 판을 주도하는 모습은
묵직한 구심점이 됩니다. 하정우 특유의 잡초같은 생명력이 돋보인다고 할까요.
‘액션’보다는 ‘감정선’에 더 무게가 실렸던 북 특수요원 영화들 중 뛰고, 부딪히고, 맞고,
쓰러지는 강도가 가장 강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류승완 감독은 확실히 대한민국 영화에서 그간 볼 수 없었던 액션의 경지를 연출해냈지요
엘리트 요원이 바보로, 위장계의 파란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김수현
얼굴은 꽃미남, 신분은 바보, 진짜 정체는 북한 엘리트 요원.
강동원 못지않은 작은 얼굴과 특유의 소년같은 미소로 여심을 흔들고 있는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꽃미남 배우가 동네 바보로 등장하지만
결국은 남파 공작원이라는 극단의 3색 조합을 하나로 버무려냅니다.
20000:1의 경쟁률을 뚫은 최고 엘리트 요원과 동네 바보.
그 사이를 오가는 김수현의 연기는 얄미울 만큼 시치미를 뚝 떼고 있지요.
하지만 만화적 코믹함과 현실을 직시하게 되는 비장함 사이의 헛헛함은 쉽게 메워지지 않지요.
평범함이 생명인 위장 첩보 요원에게 동네 바보는 오히려 튀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는데요.
트레이닝복을 질질 끌며 다니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 개성 넘치는 위장으로는 앞으로도 적수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엘리트 요원에서 동네 바모로. 180도 완벽히 다른 위장, 이것도 머리가 명석해야 가능한 것이지요. /출처 : 네이버영화
교복을 입은 질풍노도 특수요원? -‘동창생’(2013) 최승현
획일화된 대한민국의 교육 제도 안으로 들어와 같은 교복을 입고,
반복되는 생활 패턴을 지니는 고등학생으로의 잠입은 어떤가요?
‘동창생’ 속 최승현은 고등학생으로 위장에 특수 임무를 펼칩니다.
조국에 대한 충성심보다는 동생을 구하기 위한 명분이 더 큰, 소년도 아니요,
어른도 아닌 남파 공작원의 남한살이가 어째 신파조로 흘러가는 것 같은데요.
교복 코스프레를 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살아있죠. 동생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질풍노도의 특수공작원입니다. /출처 : 네이버영화
이념의 갈등이 첨예했던 1998년도의 ‘쉬리’가 개봉된 지 어느덧 15년이 지난 지금,
이념이 아닌 혈육의 정과 사랑이라는 개인의 감정이 더 앞서게 되었다는 게 의미심장하지요.
비장함이 아니라 처절함이 한발 앞선다고 할까요. 특수요원의 임무가 사명이 아니라 멍에가 될 때,
그 모습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겠지요.
초콜릿 복근과 처절한 근성의 만남 - ‘용의자’(2013) 공유
‘용의자’ 속 공유는 잠입이 아니라 망명을 한 전직 북한 특수요원입니다.
특수요원이라는 신분은 이미 과거형일 뿐, 조국에 배신당하고 가족까지 잃은 그가 대한민국을 택한 것은
‘임무’ 때문이 아니라 ‘가족을 죽인 일을 처단’하기 위한 그야말로 100% 사사로운 이유 때문이지요.
티저 포스터에서부터 단단한 각오가 묻어나는 공유. 12월, 심상치 않은 개봉작이 탄생할 것만 같은 촉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그리고 그의 가장 큰 훼방꾼은 북한 정부도 아니요, 남한 정부도 아닌 대기업 회장을 살해한 누명,
‘용의자’라는 올가미입니다.
쫒는 자에서, 쫒기는 자로 신분이 바뀌어 버린 진퇴양란이 상황 속에서 북한 특수요원이 지닌
액션 본능과 깡은 더욱 예리하게 살아날 것 같지요.
강동원과 견줄만한 훈훈한 비주얼에, 하정우 못지않은 리얼한 액션! 달달한 배우 공유의 본격 액션을 기대해봅니다.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용의자’가 가장 힘주어 말하는 것도 ‘액션’입니다.
메이킹 필름을 보니 지붕을 달리고, 한강에 뛰들고, 하늘까지 나는 고난이 액션들이
‘베를린’ 그 이상의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게 하는데요.
그 주인공이 강동원과 겨룰만한 훈훈한 외모와 기럭지의 공유가 아니겠어요.
여심을 흔드는 비주얼 특수요원 변신과 복수 그리고 숨 막히는 추격전! ‘용의자’는 과연
북한 특수요원 계보의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