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여정은 줄곳 그 할머니가 해 준 이야기를 되씹고 있었다. 무슨 이야기인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곰곰히 생각 해 보면 뭔가 납득이 될만한 이야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먼저 그 때 자신이 만난 그 박수를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여정은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아무것도 생각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모든것들이 물 속에 흔들리는 사물처럼 흐릿하게 출렁이는듯 했다.
전화를 걸어 확인을 했지만, 그 박수는 자리에 없는 듯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가방을 뒤져 명함을 찾았지만, 명함을 어디다가 흘렸는지 아님 집에다 둔것인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함이 극에 달하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예의 그 놈의 오기가 발동을 했다. 여정은 그 박수의 집으로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피식 웃었다. 자신을 자신이 모른다는게 말이 안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런 자신이 싫지가 않은 또 다른 자신이 우습기만 했던 것이다.
박수의 집에 도착한 여정은 문을 열었다. 문을 잠겨 있지 않았다. 하지만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대기실에 놓여 있는 소파에 몸을 기댄채 그 할머니가 해 준 이야기를 곰곰히 다시 되집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정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잠으로 빠져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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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사가 막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 보았을때 그곳에는 흐릿한 영상이 꾸물거리듯 한 여인의 모습으로 맺혀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흐릿한 입을 옹알거리듯 뻥긋거렸다
'도와주세요~~'
여인은 심은하듯 소리를 내지르며, 고통에 찬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뒤 편에서 정적을 깨는 경적 소리가 들렸다. 흔들리듯 영상은 사라졌고, 그 때서야 김 형사는 지금 자신이 차 안에 그리고 대로 한 복판에 있다는것을 알았다. 고개를 돌려 정면을 주시하자 이미 신호는 직진 신호로 바뀌었고, 그 신호에도 출발하지 않고 있던 김 형사에게 뒤 쪽 차들이 항의 하듯 연신 경적을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믿을 수 없는 현상이 연달아 일어나자 김 형사는 넋이 나가는것 같았다. 도저히 운전을 계속 할 수 없을 것 같아, 대로 변 한쪽에 차를 세우고, 잠시 시동을 껐다. 근방 꺼진 시동이 서서히 식어가는지 투덜거리듯 울렁이고 있었다. 그 울렁이는 소리에 김 형사는 흐릿하게 비친 그 여인의 모습, 바로 부검실에서 본 그 여자라는 걸 새삼 깨닫고 있었다...
'왜 일까? 왜 내게 저런 모습으로 나타나서 도와 달라고 하는것일까?' 귀신 따위는 믿지도, 보지도 않았던 김 형사 눈에 보인 그 모든것들이 신비하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했다. 정말 귀신의 모습은 다 저런것일까? 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런 사건이 자신에게 주어진것도, 그리고 이런 사실을 말 한다 해도 믿어 줄 사람도 없다는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에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쳤다. 담배에 불이 붙으며 지지직 타 들어 가는 소리가 차 안을 가득 매웠다. 김 형사는 담배를 빨아들인 뒤 다시 입 밖으로 뿜었다. 희뿌연 연기가 차 전면 유리에 부디쳐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와 흩어져 가는것을 보며 잠시 재미 있다는 생각을 했다.
담배를 입에 문채로 김 형사는 다시 차에 시동을 걸었다. 차는 흔들리듯 울렁이더니 시동이 걸렸고, 이내 미끌어지듯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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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환하게 산 꼭대기 위에 걸려 있다. 깊은 어둠이 달 그림자에 환하게 비춰지며, 어둠에도 불구 하고, 앞은 대낮처럼 환하게 보이고 있었다. 여기 저기 그 보다 더욱 밝은 햇불을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손에 온갖 몽둥이과 농기구들을 들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뒤쫒는듯한 기세였다...
여정은 왜 그들에게서 도망을 치고 있는지 몰랐다. 다만 지금 자신의 상태가 무척이나 흥분되어 있는 상태이고, 눈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자꾸만 흘러 내리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 수 있었다. 달음질을 멈추고 싶었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무엇이 두려운것이 아니라 무조건 달려야만 한다는것 같은 기분이었다......아니 도망쳐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다....거의 산 중턱까지 숨이 차게 달려온 여정은 뒤를 돌아 보았다. 사람들이 포기 하고 돌아 간것인지, 아님 여정이 그 많은 사람들을 따 돌린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잠시의 안도감이 흥분을 잠시 누그러지게 했다.
그렇게 숨을 고르고 있는 사이 여정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배에서 무엇인가..움직이고 있었다. 작은것이 꿈틀거리고 있었다...작은것이 아주 작은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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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정은 잠에서 깨어났다. 눈가에 흐릿한 눈물을 흘리며, 박수는 그런 여정이 걱정이 된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그런 여정도 자신의 손이 지금 배를 감싸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깜짝 놀랬다...하지만 여정은 다시 현실로 돌아 와 있었다...그 박수를 알아 보자마자 여정은 냅다 소리를 지르듯 말을 내 뱉었다.....
"빨리 말해요 이번에는 정말 말해요!! 대체 내가 혼자이면서도 둘이고, 둘이면서도 혼자라고 한말 그게 무슨 말인지 말해요..인연이 닿으면 알게 된다고 했죠? 근데 내가 어떤 할머니를 만났는데 그 할머니도 그런 말을 했어요...그게 무슨 말인지 어서 말해요..."
횡설수설 앞뒤 없이 여정은 꿈에서 받은 충격 따위도 잊은채로 박수에게 말을 마구 쏟아 내고 있었다...
"여정씨 잠시만요, 조금 진정해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들 을 수가 없네요, 차근차근히요, 다시 말을 해 봐야 그래야 내가 무슨 말을 하든 하죠, 이렇게 다짜고짜로 말을 하면 내가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여정은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자신이 알 수 없는 무슨 병에라도 걸린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막 꾸었던 꿈의 여운인지 아님 다른 이유인지 알 수 없는 눈물이 당돌하기 짝이 없는 여정의 눈에서 눈물을 떨구게 만들고 있었다.
"정훈씨...제발요..제발 이야기 좀 해줘요,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그리고 내 운명이라는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요......제발...제발요...뭘 알아야 나도 뭘 하든 하죠....알려줘요......"
애원하듯 눈물을 떨구며 여정은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박수는 다름 아님 정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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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에 도착한 김 형사는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하지만 전화는 쉽게 통화가 되지 않는듯 신경질적으로 집어 던지듯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은 김 형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를 입에 물고, 밖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와 흡연구역으로 향한 김 형사를 누군가 아는채를 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신에게 일어난 이야기를 하려 했지만, 자신이 생각 해도 믿어지지 않는 그 이야기를 누가 믿어줄까라는 생각에 미치자 그냥 담배를 집어 던지고 돌아와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 잠시 숨을 고르고 수화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렸다...몇번의 신호가 가자 아까와는 다르게 상대편이 전화를 받았다...
"동훈아(네가 없는 하늘 아래를 읽으신 분이라면 누군지 아실듯..ㅡㅡ)......"
김 형사가 전화를 한곳은 다른 아님 동훈이었다. 동훈은 얼마전 자신에게 믿기지 않는 일이 있었다며 친구인 김 형사에게 얘기 해 주었고, 김 형사는 그 때 그런 경험을 한 동훈이 누군가 그런 일을 도와 줬다고 했다는 걸 기억 하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해 볼 생각으로 전화를 했던 것이다. 하디만 동훈에게서는 별 소득이 없었다. 동훈 자신도 모르는 사람이고 어머니도 그 사람과 직접적으로 연관 있는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어머니가 들렀다는 박수의 집과 전화 번호를 동훈의 어머니를 통해 전달 받을 수 있었다..
그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실망감이 있었지만, 어쨌든 아무런 소득이 없는것은 아니었으니 김 형사는 메모를 한 종이를 집어 주머니에 넣고, 그 박수의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