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조용할까?...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언론들
확인되지도 않은 한국 국정원의 "북한 장성택 실각 가능성" 한마디에 온 나라 언론들이 호들갑을 떨면서 장단을 맞추고 있다. 중국의 <신화통신>은 물론 AP통신이나 미국의 CNN 방송 등 외신들이 확인할 수 없는 정보라며 보도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되고 있다.
보수 언론들은 이른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하며 장성택의 '체포설', '가택 연금설' 등 소설 같은 기사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진보 언론마저도 북한 2인자(?)라는 장성택의 실각이 몰고 올 남북 관계의 파장을 분석한다며 연일 난리를 떨며 이러한 보도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 격인 북한은 5일(현지시각)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평양은 조용하기만 하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장성택 측근들이 지난달 중순 처형되었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 전파했다는 이른바 북한 관련 매체나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를 믿는다면 이러한 상황에도 더욱 조용한 북한이 더 이상하기만 한 것이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연일 대북 소식통을 내세우며 북한에 대한 소설 같은 기사를 남발했던 이른바 북한 관련 남한 매체들은 왜 지난달에는 공개 전파했다는 이러한 처형 사실에 대해서 몰랐느냐는 것이다. 국정원이 발표한 뒤에야 북한의 내부 소식통과 통화한 내용이라면서 이러한 실각설에 장단을 맞추는 것이 더욱 의아할 따름이다.
다시 말해 이른바 나름의 실권을 가진 노동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부부장이 공개 처형되었고 이를 주민들에게 다 전파(?)하였는데도 이 중요한 사실을 그 당시에는 보도를 하지 못했다니, 그동안 북한 관련 남한 매체들이 북한 소식통이라고 인용하며 보도한 기존 보도의 진실성마저도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장성택 북한 권력의 이인자(?)…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발상들
노동당 행정부장과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장성택의 실각설을 비롯해 그가 권력 이면으로 사라졌다는 주장과 관련한 최근의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후 나름 단계를 밟아 김정은 제1비서로의 권력 승계 작업을 차분히 그러나 강도 깊게 펼쳐 나가고 있는 과정에 있다. 이 과정에서 리용호 총참모장을 비롯한 과거 세대가 물러나고 40대 전후의 신세대들이 당과 군부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한국이나 외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는 권력 투쟁이나 내부 불화의 모습으로 비쳐 질지는 모르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로의 권력 공고화 과정에 따른 당연한 수순이다. 오히려 외부의 우려와 왜곡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 사이에 이루어졌던 이러한 변화는 김정은 제1비서로의 총체적인 북한 권력 승계 과정이 순탄하게 이루어졌고 공고화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외부의 시선이나 분석이 얼마나 많은 오류들을 범하였는지의 사례는 북한을 다시금 잘 살펴본다면 비일비재할 것이다. 다시 현실적으로 북한을 들여다보자.
북한은 주지하다시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체제를 최고존엄으로 생각하는 일종의 신정정치(theocracy)를 구가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런 국가에서 <조선중앙통신>과 <로동신문> 등 북한 기관지는 이른바 '최고존엄'이라는 김정은 제1비서에 대한 동정 기록만을 보도한다.
유일한 예외가 바로 김영남 북한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다. 대외적으로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직책을 맡고 있기에 동정 보도는 당연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최룡해 총정치국장에 대한 '현지 지도' 등 개별적인 동정 보도가 종종 나오고 있다.
이는 현실적으로는 그만큼 최룡해의 위상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러나 바로 이것을 가지고 최룡해가 2인자나 최고 권력자 반열에 들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바로 장성택을 북한 권력의 2인자라고 평가하고 그의 실각설에 대해 호들갑을 떠는 것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러한 북한의 변화 과정은 북한 입장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로의 권력 승계 공고화 과정의 일환이라서 최룡해가 등장하든 앞으로 그가 낙마하든 아니면 지금 실각설이 불거지고 있는 장성택이 다시 전면에 등장하든 아무런 영향이나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특히, 한국의 보수 언론들이나 북한과 대결적 상황에 처한 미국의 정보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일부 외신들은 이상하게도 북한의 이러한 권력 공고화 과정에 대해 언급하기를 꺼리고 있다. 그들은 북한의 분열상이 확대하기를 바라는지 확인되지 않은 온갖 가십성 기사를 쏟아 내고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의 흐름은 뒤로한 채 리용호가 해임되었다면 이에 따른 소설 같은 기사들을 확대 재생산하며 북한의 분열 가능성을 보도했다. 마치 지금 한국 보수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바대로 장성택 실각 가능성 한 마디에 온통 소설 같은 가십성 기사가 지면을 도배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분열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고 오히려 앞서 언급한 데로 북한의 실정과 북한 체제에 관해 조금만 들여다본다면 금방 알 수 있듯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유일 체계가 공고하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주었다.
즉 이런 국가에서 권력 투쟁이 있다면 그것은 김정은 제1비서 체제 공고화를 위한 권력 투쟁은 있을지 모르나, 이러한 유일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권력 투쟁은 태생적으로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 받아들이든 아니든 오늘날 북한이 처한 정치 현실이다.
신정체제의 북한… 최룡해 등 핵심 권력을 내일 다 숙청해도 끄떡 없는 이유
이러한 북한의 정치 현실을 제대로 바라본다면 북한에서 내일이라도 현재 권력 전면에 나선 최룡해를 처형하거나 실각시켜도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북한, 특히 평양이 최근 남한 국정원발 장성택 실각설에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 측근이 공개 처형되었다고 북한 주민에게 전파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도 조용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북한이라는 국가는 3대 세습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주석의 항일 혁명 정신을 바탕으로 그들이 주체 연호를 사용하는 것처럼 100여 년 가까이 김일성 주체 사상이라는 유일한 이념으로 똘똘 뭉쳐 있는 사회이다. 나름 '조선로동당'이라는 정치 체계하에 정치권력 기반을 공고히 한 나라이며 나름의 정치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국가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모두의 자유이나 필자는 북한의 정치 현실이 그렇다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온갖 권력들이 김정은 제1비서에만 집중되다 보니 개인적인 권력 투쟁과 주변 인물에 입각한 온갖 추측 기사들과 소설들이 북한을 잘 설명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전체적인 정치 시스템과 내부 상황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되었거나 아니면 내부 권력의 동요와 분열을 바라는 희망 사항에 다름 아닌 것이 현실이다.
국정원이 의도한 국내 정치용 '장성택 실각설' 발표에 국내 보수 언론들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도를 넘어가며 정교한 소설 같은 기사들로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하며 장단을 맞추어 주었다. 그리고 만 하루 만에 잠시 국민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게 하는 데에는 성공하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 바로 다음날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붕괴 가능성과 대외 도발 가능성 징후 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김정은의 리더십이 얼마만큼 구축이 됐는지, 또 작동이 되고 있는지 그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지만 북한 정치의 특성상 김정은의 리더십이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공고하다"고 슬쩍 한 발을 뺏다. 북한의 정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한다면 그가 왜 국정원이 터트린 장성택 실각설에서 슬쩍 한 발을 빼는 이유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최근 <로동신문> 등 북한의 관영 방송 매체를 포함한 모든 언론들은 연일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유일 체제의 공고화 보도에 여념이 없다. 특히, 지난 10월 이후 김정은 제1비서의 영도력을 강조하며 빠른 시일 안에 김일성-김정일 수준의 지도력으로 이끌어 올리겠다는 의지의 일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정치 현실에서 현실적으로 국정원에서 주장하는 장성택 실각설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북한은 한두 줄의 해임 기사를 발표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동요할 세력도 없고 지금처럼 조용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인정하기 싫어도 북한이 처한 정치 현실 그대로이다.
이렇게 국정원이 언론플레이에 전념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국정원의 현실 정치 개입에 따른 무리수를 노려 북한의 역정보 제공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는 현실이다. 장성택의 실각설이 사실이 아니라면 국정원은 뒷감당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국가 안보를 다루어야 할 국정원이 뜬금없는 발표를 하고 나중에 '아님 말고'라는 해명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2월 4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전주교구 사제단이 시국 미사를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한 지 12일 만에 공식 입장을 내고 "불통과 독선,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는 공포 정치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이라도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남이 명예로운 일이다"라고 밝히고 나섰다.
하지만 이러한 기사는 물론 청와대가 이른바 '채동욱 검찰총장 찍어내기'에 관여했다는 소식 등 국내 중요 정치 현안에 관한 기사는 이른바 국정원발 '장성택 실각설'에 묻히고 말았다. 깨어 있는 언론과 깨어 있는 언론인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국정원은 국내 정치가 국정원의 대선 개입으로 소용돌이치자 뜬금없이 확인되지 않은 북한 내부 정치 상황을 슬쩍 흘리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고 나름 성공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우리 내부의 상황을 너무도 조용한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너나 잘하세요!"라는 소리가 귓가에 메아리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 김원식《오마이뉴스》논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