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미국 정부 속내를 해명하고 수습하기에 바쁜 한국 정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미국 정치권에서는 약간 좌충우돌 형으로 대책 없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례로 그는 지난 11월 22일(아래 현지시각), 백악관 근처 한 샌드위치 가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주례 회동에서 먹을 점심을 사면서 현금이 부족하자 주변 경호원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모습이 그대로 언론에 보도되고 말았다.
물론 이 날 그의 이 샌드위치 가게 방문은 바이든의 고향인 미국 델라웨어주를 기반으로 하는 이 샌드위치 전문점이 워싱턴DC에도 분점을 낸 것에 대해 바이든이 의도적으로 띄워주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하지만 뜬금없이 경호원에게 돈을 빌려 달라고 한 그의 행동은 의도적이라고 보다는 현실적인 상황 그대로였다고 당시 미 언론들은 전한 바 있다.
이런 바이든의 돌출 행동은 자신의 생각이나 상황을 가감 없이 나타내어 친서민적이라는 평가도 받아 왔지만, 특히, 부통령으로서 속내를 감추어야 하는 국제 관계에서의 돌출적 발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 바 있다.
미 ABC 방송이 이번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아시아 3국 순방을 앞두고 지난 3일, "바이든은 그의 부통령 직분의 일상적인 한계를 종종 벗어나는 행동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평가 절하하는 보도를 내어 놓은 것은 이러한 우려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손녀딸 대동, "친서민적 공공외교"... 결과는 "중국 국민들 불만 가득"
이번 아시아 3개국 공식 방문에서도 그는 손녀딸을 대동하며 파격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공공외교'라며 기존 외교의 틀에서 벗어나 문화와 정보교류 측면에서 상대 국가의 지도자층이 아닌 일반 국민에게 자국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바이든의 이러한 돌출 행동이 실제로 일반 국민에게 친서민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린다. 그와 그의 손녀딸은 중국 방문 기간인 지난 6일, 갑자기 중국의 한 찻집을 방문하면서 경호원들이 보안을 이유로 찻집의 가스통을 밖으로 옮기는 등 야단법석을 떤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국민들의 빈축을 산 바 있다.
또한, 당시 조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 쓰촨성 청두 공항에 도착하면서 동행한 손녀딸은 민소매 원피스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서 비행기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이를 두고 중국인들은 중국을 무시하는 '외교적 결례'라며 '정중하지 못하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바이든은 이렇게 외교적 결례(?)를 거듭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러한 조 바이든 부통령이 지난 6일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회담 자리에 앉자마자 작심한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말았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I want to make one thing absolutely clear: President Obama's decision to rebalance to the Pacific basin is not in question. The United States never says anything it does not do. As I said in my visits thus far in the region, 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 and America is going to continue to place its bet on South Korea." (한가지 절대적으로 분명히 말하고자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태평양 유역 재균형 (정책) 결정은 의심이 없습니다. 미국은 실행할 수 없는 그 어떤 것도 절대 말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번 방문에서 말해 왔듯이 미국에 반하는 것에 베팅을 하는 것은 절대 좋은 베팅이 아닙니다. 미국은 한국에 베팅하는 것을 계속할 것입니다)
외교적으로 보자면 이러한 말은 공개된 장소가 아니라 양자 간의 비공개 회담에서 거론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나 조 바이든 부통령은 여과 없이 그의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미국에 반하는 베팅은 절대 좋은 베팅이 아니다'라는 이 말은 미·중 간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 정부에게 중국 측에 대해 베팅하지 말라는 다소 직설적인 의미였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이 나오고 파문이 확대하자 외교통상부가 수습을 자처하고 나섰다. 외교부는 "주한 미국대사관은 '바이든 부통령의 말(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을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이는 바이든 부통령의 발언이 정확하게 통역되지 않은 데서 발생한 것'이라고 외교부에 밝혀 왔다고 밝혔다.
이어 "주한 미국대사관은 '그 말은 미국이 아태지역을 떠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바이든 부통령은 미국에 대한 신뢰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미국에 반해 베팅하지 말라는 표현('Never bet against the America') 등을 써 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그 표현은 미국이 아태 재균형 정책 강화 의지를 설명할 때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고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에 대한 추진 의지나 능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보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는 뜻'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미국 부통령 작심한 내심 발언이 통역 잘못?"... 외교부가 왜? 궁색한 뒷수습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7일 국회에서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발언 파문과 관련하여 "미국식 구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쪽에서 오해하거나 정확히 통역하지 않은 것 같다"며 "바이든 부통령의 발언은 한·미 동맹의 강고함과 아·태 중시 정책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통역이 잘못됐다"며 "미국 측 통역이 '반대편'이라는 단어를 써서 잘못 이해된 측면이 많다"고 이 파문을 통역 문제로 돌렸다.
윤 장관은 이어 "미국에서 베팅이란 용어는 구어로 쓰는 흔한 표현이고, 바이든 부통령은 중국 지도자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면서 "따라서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이 발언은 미국의 이른바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발언이었다고 것이다.
하지만 윤 장관의 이러한 해석이나 해명은 궁색 맞은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이 '미국에 반하는 베팅'이란 현실적으로 북한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면 중국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미국은 한국에 대한 베팅을 계속할 것이니 한국은 이러한 미국에 대해 반하는 베팅을 하지 말라'는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발언은 한국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한 명확한 견제 심리를 나타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부통령은 그의 이러한 직설적인 성격을 이날 연세대 강연에서도 그대로 드러냈다. 그는 "나는 매우 직설적으로 중국이 급작스럽게 새로운 방공식별구역을 발표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말한 뒤 "미국인들은 수십억 달러를 들여서 불평도 하지 않고 한국을 지원하고 있다"는 직설적인 발언들은 이어 갔다.
내심 소탈한 성격에 좌충우돌 형인 조 바이든 부통령이 이번 한국 방문에서도 어김없이 속내를 밝히는 실언(?)아닌 실언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 국무부도 아닌 한국 외교부가 나서서 부랴부랴 이를 해명하고 파문을 수습하는 웃지 못할 진풍경이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 김원식《오마이뉴스》시민논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