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원의 여행은 왠지 낭만적일 것 같은 느낌입니다.
분명히 따뜻한 실내에서 창 밖으로 보이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풍경은 포근하고 낭만적입니다.
눈만 보면 왠지 마음이 설레어지는 것은 꼭 강아지 뿐만 아니라 우리네 인간도 마찬가지 인 것 같지만
막상 제가 체험한 겨울여행의 낭만은 찰나에 지나가고 춥고 을씨년스러운 적막감에
자아의 존재감을 상실하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물론 제 기준입니다^^)
흩날리는 눈방울과 그 안에서 떠돌아 잃어버린 시간 개념이 두고두고
기억줄을 무겁게 그어놓았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새하얀 설원을 만나는 설국여행에서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동서남북을 돌아봐도 지평선까지 눈으로만 덮여진 광활한 대륙은 스스로 내 존재가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던 느낌에 내 자신이 하얀 설원에서 용광로처럼 솟구쳐 오를 것 이라는 희망보다도
끝도 없이 깊어지는 고요함과 그에 어울리는 정화된 영혼을 강요 받는 느낌으로 인해
자괴감이 들 정도였습니다.
입김도 얼릴 것 같은 냉기와 끝도 없이 내리는 탐스러운 눈송이로 땅 위의 모든 것을 덮어버리고
스스로 체온 조절이 되지 않는 생명체에게 굴복을 종용해 영원의 시간처럼 길었던
대자연속의 설국여행을 짧게나마 소개해 봅니다.
캐나다 횡단 설국여행… / 이미지 출처: tracilawson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겨울 캐나다 횡단 여행
준비물
- 여권
- 왕복 비행기표
- 그레이하운드 15일 무제한 프리티켓
- 캐나다 여행책자
- 여행자수표, 캐나다&미국 달러, 신용카드(아맥스)
- 커다란 배낭
여행도시
밴쿠버 → 밴프 → 애드먼턴 → 위니팩 → 오타와 → 토론토 → 나이애가라 → 몬트리올 (→ 뉴욕 → LA)
대학 졸업시험과 논문이 완료된 11월말, 과외로 시간을 소일하던 저는 새벽녘에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원래 고시 2차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던 친구와 함께 북미대륙을 횡단하기로 계획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친구는 합격하면 연수원에 들어갈 거고 떨어지면 무신 여행을 갈 수 있겠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도 졸업하고 취업하게 되면 절대 장기간의 여행의 기회는 다신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
급박하게 여행을 준비하였습니다.
그 동안 과외를 통해 모아뒀던 돈을 몽땅 털어 혼자만의 여행을 준비한 것이었습니다.
대학 시절 동안 유럽 쪽은 몇 차례 다녀왔기 때문에 쉽게 경험 해 볼 수 없는 여행을 하고 싶었던 저는
당시로서는 정보도 거의 없었던 미대륙 횡단을 하고 싶었고 연착이 잦다는 기차여행을 제외하고
미국보다는 다소 안전할 것 같은 캐나다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5일 그레이하운드 프리패스를 이용해 횡단하기로 스케쥴을 만들어
무작정 캐나다에 들어갔습니다.
설국여행에 앞서 밴쿠버에서 일주일동안 관광여행도 즐겨줬습니다 C-: / 이미지 출처: Olivier Bruchez,
WomEOS 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당시 캐나다 밴쿠버에 사촌형이 살고 계셨기 때문에 밴쿠버에서는 다운타운, 공원, 야경 등을
럭셔리하게 관광하며 일주일을 보내고 그레이하운드 버스에 올랐습니다. 사촌형이 왠지 말리더라는..
밴쿠버에서 밴프까지의 소요 시간은 7시간 정도 였습니다.
(상당히 긴시간이라고 생각되시겠지만 이게 제일 짧은 거리였음 ㅠ 보통 도시간 소요시간이 버스로
17시간 정도임)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차안에 화장실이 있고 2시간마다 정차하여 쉴 수 있게 운행되었는데
4시간마다 기사가 교체되고 차는 계속 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밴쿠버를 출발하면서부터 눈발이 흩날렸는데 록키산맥에 가까워 질수록 눈발은 폭설로 변했고
창밖의 풍경은 설국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는데 저는 솔직히 눈에 대한 낭만보다는
차가 제대로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왠걸 전혀 지장 없이 운행하는 겁니다.
잠시 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이것이 선진국 도로 관리 시스템인가 하고 탄복했습니다.
불도저 같은 차량이 눈을 길 옆으로 밀어내면 뒤따르는 커다란 차량이 그 눈을 길에서 먼 쪽으로 뿜어내며
눈을 치우고 있고 이러한 장비들이 1~2키로마다 운행되어 쌓이는 눈을 쉬지 않고 치우고 있었습니다.
엄청난 눈발을 뚫고 나아가는 캐나다의 설국버스 >.< / 이미지 출처: mild_swearwords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초저녁이 되면서 밴프에 도착했는데 그 풍경이란…
거대한 암벽 봉우리들이 괴물처럼 보이는 록키산맥의 위용은 가히 직접 보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장관이었고 그 위에서 뿌려지는 눈설탕은 쌓이거나 날리든지 모두 이세상의 것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기는 록키산맥의 12월 겨울이었고 기온은 영하 밑으로 한없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다행히 터미널에서 소개받은 게스트 하우스가 가까워 다음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운 밴프의 관광을 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록키의 호수는 모두 얼어 눈으로 쌓여서
평야로 보임 ㅜ) 애드먼턴로 이동하였고 이때까지만 해도 설국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였습니다.
아름다운 밴프의 설경! / 이미지 출처: Simon Davison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하지만… 스케쥴링 상 애드먼턴에서는 잠을 자지 않고 위니펙에 새벽쯤 도착하는 밤 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이때부터 고생길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17시간의 이동 후 아침 6시에 도착한 위니펙은 칠흙 같은 어두움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섬뜩한 비쥬얼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그 눈보라를 헤치고 도착한 YMCA는 불행하게도 숙소를 운영하지 않아
다시 천근 같은 배낭을 들쳐 업고 게스트 하우스를 찾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곳에서는 아이스하키 빅게임이 열리고 있어서 게스트 하우스 마저 방이 거의 없는 지경이었고
겨우 찾은 빈방은 가희 범죄 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먹은 거라곤 맥도날드 햄버거 하나였는데 설상가상으로 물을 갈아 마셔서인지
배탈이 시작되어 거의 초죽음 상태가 되어 있었습니다.
낮에 위니펙 시내를 좀 다녔는데… 시청 지붕에 금박을 해논 것 말고는 볼 것 두 없고…
(것두 너무 높아 쬐금 보임) 온통 하얀 눈으로 종아리 위에까지 쌓인 시내는 말장화에
얼굴 중 눈만 보이는 두터운 패딩코트를 입은 거대한 떡대를 가진 현지인이 몇몇 다닐 뿐이었습니다.
여행 중 특히가 고생이 많았던 위니펙에서의 여행기 / 이미지 출처: AJ Batac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그러다가 게스트 하우스로 가는 도중에 지도를 살펴보던 저는 머리가 쭈뼛해졌습니다.
다음 행선지인 오타와 까지의 거리가 엄청 멀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에드먼턴에서 여기까지가 17시간이면…
여기서 오타와 까지는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든 저는 터미널에 들려
타임테이블을 본 순간!! 오… 하나님…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장장 하루하고 7시간… 장난해?
마음 다짐을 다시 단단히 하고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왔지만 인도인 상점에서 잘못 산 빵으로 인해
저녁까지 쫄쫄 굶은 저는 범죄현장 같은 방의 간이침대에서 배낭을 부둥켜 안고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고선 새벽5시에 일어나 다시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터미널로 이동하였습니다.
터미널이 가깝기도 하고 밤새 내린 눈으로 택시 운행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목도리로
머리부터 턱까지 감아 맨 성냥팔이 소녀의 모습으로 영하 23도를 기록하는 눈보라 속을 걸어
터미널에 도착해 장시간의 운행을 감안한 츄리닝 복장을 하고선 기사 바로 뒷자리에 앉아
다시 버스 여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미지 출처: Sigfrid Lundberg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그리고…
하얗게 쏟아지는 눈발을 바라보다 잠이 들고 잠이 깨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하얀 세상만 보입니다.
하얀 눈에 눈이 부셔 점퍼를 얼굴에 끌어올려 다시 잠이 들고 바깥세상이 궁금해 밖을 바라보니
지평선 까지 이어진 눈에 덮인 침엽수림만 보입니다.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봐도 눈에 덮인 침엽수림…
세상 끝까지 광활하게 지평선을 이어가며 펼쳐져 있는 눈에 덮인 침엽수림만 보입니다.
그리고…
하늘부터 땅까지의 모든 공간을 채우며 쏟아져 내리고 있는 하얀 눈…
눈이 지긋지긋한 때는 이때가 처음 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적막감, 고요함이라기 보다는 그렇게 따라야 할 것 만 같은 정숙함 속에서
우편물 수송을 위해 잠시 정차한 구릉 위의 섬뜩한 냉기로 가득 찬 간이휴게소에 내려서 본 광경은…
하얗고… 하얗고… 하얗게만 부서지는 세상이 존재해 있었습니다.
흩날리며 세상을 채우고 있는 눈 이외에는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의
제 모습은 먼지 정도의 점 하나로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엄청난 대자연의 광경… 이윽고 그곳에서 스스로의 존재감을 대비해본 저는…
기아에 허덕이는 당시의 상황 때문이었는지 잠시 저를 공황상태로 몰고 갔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제 자신을 밑바닥부터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념무상 상태의 잠시의 시간이었지만 당시의 저는 그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어둠이 내리는 눈에 채워진 공간을 뚫으며 버스는 다시 이동하였습니다.
오타와에 도착한 저는 그 동안의 굶주림을 설욕이라도 하듯이 일식집에 들어가 우동,데리야끼,
캘리포니아 롤을 미친듯이 시키기 하였고 급기야 종업원이 너무 많이 주문한다는 애원이 섞인
제지를 하고서야 진정할 수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오타와의 설경입니다 C-: / 이미지 출처: oldandsolo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고즈넉한 오타와를 둘러본 저는 하루 정도를 쉬고 캐나다에서 그나마 젊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토론토로 이동하였고 CN타워에서 끝없이 펼쳐져 보이는 겨울바람에 출렁이는 온타리오 호수 등을 보고
토론토 아일랜드에 들어갔다가 매서운 광풍에 기겁해서 돌아온 기억이 납니다.
겨울 밤의 나이아가라 폭포는 운치있었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눈 내린 풍경의 나이아가라 폭포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관광하기는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그곳의 스카이론 타워도 한번 가볼만 합니다.
밤이 되면 나이아가라 폭포에 조명을 반사시켜 조명쇼도 합니다. ^^
눈 내린 겨울밤의 나이아가라 폭포도 제법 멋집니다 C-: / 이미지 출처: runJMrun님이 플리커에 올린 사진
다시 토론토로 돌아와 몬트리올로 이동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캐나다에서는 밴쿠버와 몬트리올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몬트리올은 눈이 그쳤더라고요 ㅎㅎ)
고무바퀴로 되어 있는 몬트리올의 지하철과 인상적인 지하철역 시스템이나 유럽을 재현한 듯한 광장과
몬트리올 노트르담 대성등 등의 건축물도 아직까지 기억이 생생합니다.
음… 원래 박물관 가는 것을 좋아해서 각 도시마다의 박물관을 갔었는데… 솔직히 비추입니다.
대부분 맘모스 화석이나 들소 박제와 인디언 유물이 많고 중국인 이민자가 많은 까닭인지 중국 도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지만 딱히 볼만한 것은 없었던 걸로 생각됩니다.
차라리 뉴욕을 연계해서 뉴욕에서의 박물관 투어를 강추합니다.
퀘벡시 까지 가봤으면 좋았을 텐데 15일차 마지막 그레이하운드 프리티켓을 뉴욕까지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몬트리올에서 캐나다 횡단을 종료하였습니다.
힘들었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다시 하기 힘든 여행이었던 캐나다 설국여행이었습니다.
멋진 설경과 함께한 캐나다에서의 설국여행이었습니다 C-:
만약 저에게 누군가… “캐나다 겨울여행 어때요?”라고 물어보신다면…
“멋진 설국 여행이 될 거야… 그리고 너 자신을 돌아보게 돼…
난 아직도 가끔 시공간이 모두 눈으로 채워진 그 순간을 꿈으로 봐…”
라고 대답해줄 것입니다. C-:
읽어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가시는길에 댓글.추천이라도 ㅎㅎ
더 재미있는 글들도 있답니다 ^^;';;
* 캐나다 설국여행이야기/횡단버스이야기 (http://www.insightofgscaltex.com/?p=66874)
* 캐나다 벤쿠버 세계최고의스키장들!(http://www.insightofgscaltex.com/?p=66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