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었던 11월 10일, 제 동생이 실종되었습니다.
“이름은 전병현, 나이는 25살, 성별은 남자.
인적사항으로는 키 170, 몸무게 60kg, 마른 체형에 뚜렷한 이목구미”
별 특이사항이 없다면 집 나간 지 한 달이 좀 넘었지만, 혈기왕성한 나이에 방랑하는 청춘이겠거니 하고 욕을 한바가지 해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동생은 정신분열증이라는 정신병이 있고, 경찰서에서 찍어낸 전단지의 특이사항 란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약을 한 달간 복용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의식이 분명치 않거나 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을 것으로 추측됨. 말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같은 말을 병적으로 반복할 가능성도 있음. 한없이 걷거나, 몇 시간이고 길 한가운데 서 있는 경향도 있음.”
누가 보아도 동생은 이상하게 보입니다. 정신분열증이 있으니까요. 동생은 그 좋은 나이였던 19살에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고, 그 이후론 네 차례나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습니다. 게임을 과도하게 했던 탓인지, 안 그래도 말수가 적은 아이가 아무에게도 말 못할 어떤 충격이 있었던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이었던 것인지.
19살의 동생은 자신의 뇌 속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 직감했고, 밤새 거리를 걷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러다 누군가로부터 도망쳐야 하는 사람처럼 한밤의 텅 빈 교회로 숨어들기도 했고, 어찌된 영문인지 물속에서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작년 여름엔 집을 나간 지 삼일 만에 근처 동네에서 발견되었는데, 한 마디로 그 모습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삼일 동안 여름 땡볕 속을 헤매면서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엄마가 건넨 생수병을 그 자리에서 단 한 번에 비워내고, 옷이며 손은 한 달은 묵어 보이는 흙투성이에, 얼마나 걷고 또 걸었는지 너절한 운동화 안의 발은 퉁퉁 불어 가위로 발바닥 일부를 잘라내고 붕대로 감아둬야 할 정도였습니다. 동생은 그 날, 그 발을 하고 다시 정신 병원 생활을 시작해야 했지요.
그렇게 6년 동안, 동생은 엄마조차도 알지 못하는 어떤 이유로 고통을 받았고, 극심한 혼란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이 영영 집을 떠나, 죽기보다 싫은 정신병원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동생이, 집을 나간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11월 10일 아침, 잠시 나갔다 온다며 집을 나서던 동생은 상태가 썩 나빠 보이진 않았습니다.
모든 이야기들이 그렇듯.... 그 이후 한 달이 넘도록 아무 소식도 듣지 못할 걸 알았다면, 절대 그렇게 내보내진 않았을 것입니다.
실종 당일 밤엔 119와 경찰의 도움으로 핸드폰 위치 추적을 하고, 근방에 대한 일대 수색을 하였습니다. 다음 날부턴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통화 내역과 통장 거래, IP 추적 등도 진행하였습니다. 사정을 딱하게 여기고 관심 가져주시고, 마음 써주시던 분들의 제보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도대체 그 날 동생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핸드폰 전파조차도 실종 당일에 대전 안영동 근방에서 잡힌 것을 마지막으로 소멸되었습니다.
증발해 버렸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동생은 정말, 어느 날 갑자기, 홀연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날 혹은 그 이후라도 동생을 봤었던 사람은 분명 있을 것입니다. 만약, 그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면 저와 제 가족은 동생을 영영 만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비슷한 사람을 보았던 것 같은데... 아니겠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에 분명, 제 동생을 봤던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 분을 찾습니다.
비슷한 사람이라도 괜찮습니다.
저희가 확인하면 됩니다.
이 추운 겨울에 가을 잠바 하나 입고 어딘가를 정처 없이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느 골방에 웅크리고 앉아 엄마가, 아빠가, 누나들이 찾으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여 마지막 순간조차도 지난 것은 아닌지.
어떤 동생이든지 간에, 혹여라도 더 늦기전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부디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미친 놈 인증이라도 하듯이 실실 웃는 날에는, 그래.. 미쳤더라도 우는 것보단 웃는게 낫다, 하며 같이 따라 웃을 수 있는 그런 순간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가끔 맑은 정신이 있는 날에는 내 꿈, 내 꿈... 하며 흐느끼던, 제 동생을 찾습니다.
왼쪽은 실종 당일, 아파트 입구를 나서던 동생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신분증에 있던 사진입니다.
실종 일시는 11월 10일 일요일,
실종 장소는 대전 안영동 뿌리공원 근처 혹은 가수원동 근처로 예상되며, 현재는 대전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으로 갔을 가능성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이사항을 다시 한 번 적자면,
“약을 한 달간 복용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의식이 분명치 않거나 인지 능력이 현저히 저하되었을 것으로 추측됨. 말을 거의 하지 못하거나, 하더라도 같은 말을 병적으로 반복할 가능성도 있음. 한없이 걷거나, 몇 시간이고 길 한가운데 서 있는 경향도 있음.”입니다.
비슷한 사람을 보신 분은 chloe9to0@gmail.com 으로 부디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아주 작은 단서라도 저희에게는 너무 소중할지도 모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