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꽃다운 나이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났습니다.
사실 첨엔 그냥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정도였었죠
왜냐면 제 옆에 누군가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묵묵히 제 일을 맡아서 할뿐 그에게 큰 관심을
두지않았습니다. 무거운 거를 들때나 혼자하기 버거운 일도 맡아서 했었고, 서로 데면데면하게 지냈는데
저는 저대로 열심히 일을 하며 지내는 동안
어느날 부터 저를 유심히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느끼게
됐습니다.
처음엔 잘못 본건가 했었죠.그래서 다시 한번 확인해도
제 눈을 피하지 않고 저를 바라보고 있더군요.
저 사람 왜 저러지? 뭔가 내가 일 하는게 맘에 안드나?
이런 생각만 했습니다.
그런데 이후 쳐다만 보던 그가 갑자기 제가 무거운걸 들고
갈때 들어준다고 하고, 제가 할게요. 이렇게 말해도
대답없이 제가 들고있는걸 뺏어서 대신 들어주고 했습니다. 다른 일도 자신이 나서서 도와주고요.
일하다가 한마디씩 물어보고, 어느 날은 제가 실수로 휴지통에 커플반지를 빠뜨려서 거기 사장님이 저랑 반지 같이 찾아주시는데 지금 자기 가는데 데려다줄테니까 같이 가자고 하는데 반지 찾아야한다고 하니까 도와준다고 했는데 됐다고 먼저 가라고 했던적도 있고요.
뭔가 이 사람 이상하다 처음엔 본체만체하더니 왜 이러지? 이런생각이 들때쯤 저도 힘든데 계속 도와주고 은근 챙겨주는 모습에 그 사람이 좋아지더라고요. 남자친구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요.
그런 와중 어느날 밤.
제가 번호를 알려준적도 없는데 연락이왔어요.
그남자에게. 자기 누구라면서.
제가 번호 어떻게 알았냐고 했더니 같이 일하는분한테
물어봐서 알았다고하고.
스무살에 연애초짜였던 저는 그날 문자 몇통 주고받고 끊어야했는데 그런 밀당따위는 전혀 할줄몰라 밤새 그와 문자를 하고 그렇게 몇주간 새벽녘까지 문자를 한것 같습니다. 말은 안했지만 이미 그와 사귀는 것같은 사이가 되어 버렸고 못볼때 제 사진이라도 보고싶다고해서 사진보내달라하고.
그렇게 밀당따위는 모른 저는 그 사람이 너무 좋아져서
그사람이 간절히 원해서 제 모든걸 허락해주고 말았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그 이후 차갑게 돌변하더군요.
전처럼 연락도 없어서 어렸던 저는 혹시나하는 조바심땜에 문자같은거 해도 답장도 뜸해지고. 어조도 싸늘해졌죠.
마치 갖고 놀던 장난감에 싫증난 어린애처럼요.
저는 뭐이런 사람이 다있나 바쁘다는 말만 하면서
계속 만남을 회피하고 약속 잡아도 그날 미뤄버리니까
이용당한 느낌에 처음으로 이런 사람을 만나는거라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대놓고 이럴꺼면 왜 좋아한다고 했냐고
맨날 연락하고 남자친구까지 있는 사람을 흔들어놓은거냐고 따졌습니다. 날 이용한거냐고요.
처음엔 너가 좋아져서 사귈마음이 있었는데
그래서 너한테 구애했던거고 그런데
갑자기 맘이 바뀌었다는 식의 말이었습니다.
맘이 변했다고.
돌아보니 그사람에게 너무 쉽게 마음을 내주고
받아주고 그사람에게 모든걸 다 내어놓은 내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사람이 알새도 없이 알고싶을 일말의 궁금점도 남겨두지 않고 너무 모든걸 다 오픈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걸 깨달았을땐 이미 모든게
다 틀어지고 난 이후 였습니다.
제가 그전 남자친구를 배신했기때문에 내가 벌을 받는구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돌이키기에는 이미 너무 멀어졌기 때문에 그를 그냥 놓아주기로했습니다.
그렇게 육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작년 구월 우연히 지하철에서 그를 보았습니다. 첨엔 제가 그 직전 날 안좋은 일을 겪어서 그가 제가 서있는 바로 옆 끝좌석에 앉아있는 줄 알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서있는 도중 제 가방이 어깨에 스쳐서 살짝 쳐다보는게 서있는 열차문 차창으로 살며시
보여서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그사람이 계속 저를 약간씩 텀을 두고 쳐다봐서 뭔가하고 자세히 옆사람이 비치던 창을 봤는데..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줄 알았습니다.
육년전 몇달간 상처속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눈물로
잠들게 만든 그가 있었습니다.
적잖이 놀란 당황스런 표정을 하며 연신 저를 봤다 앞을봤다하더군요. 그리고는 샵 내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노래도 켜서 듣는것도 보이더군요. 전 그인걸 확인하고는 부동자세로 암것도 못하고 온갖신경이 다 그를 향하고 있다는걸 깨달았습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항상 치장하고 다녔는데
전날 안좋은 일이 있었고 만사가 힘들어 울어서 부은 눈으로 청바지에 브이넥티에 질끈 묶은 머리에 조리를 신고있는 초라한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정말 하필 오늘 같이 화장도 안하고 눈까지 팅팅부은날 그를 만나게 된건지 하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나름대로 나중에 그사람이랑 마주치면 완전 예쁜모습으로 후회하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최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필이면 엄마랑도 같이 있어서 더 초조하고 죄를 들킨 범죄자마냥 애초에 그 꼴로 마주하고싶은 생각도 없었지만...
그도 내릴때가 됐는지 연신 저와 전광판을 번갈아보며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을 창문으로 볼수있었습니다.
나가려면 저를 반드시 지나쳐가야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가 행운아였는지 저도 거기서 환승구간이라 내리게됐습니다. 쌩얼에 초라한모습을 들키기싫어서 얼른 빠른걸음으로 엄마가 따라오는지 안오는지 보지도 않고 황급히 그곳을 벗어났습니다.
그러면서 그렇게 나랑 마주하기 껄끄러웠나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도. 난 그냥 피하고싶었을 사람인가 계속 당황하고 어찌할바 몰라하던 그의 표정을 떠오르니
화가나면서도 서운하더군요. 그래서 그날 저녁
예전 그가 저를 내팽겨치고 이후에도 연달아 두번을 남자에게 크게 데이면서 휴학을 하고 외국에 가있을때
그는 군대를 가있었는데 그때 제 싸이에 남긴 글을
찾아보게 됐습니다.
외국에서 언제와?
나는 군생활중이란 글
나 몇일부터 몇일까지 휴가인데
그 안에 너도 나오면 연락하라고
자기 번호 올려놓은글을 볼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닫아놓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것처럼
육년전 감정이 몰아치면서 당시 외국생활로
자신을 치유하며 그의 번호도 미련없이 지우고
그가올린 글도 괜히 외로워서 또 날가지고 노는구나
내가 이번에도 놀아나줄줄아냐 생각하며 콧방귀를
꼈는데 그때 결단은 온데간데 없고
다시 스무살의 그 감정으로 돌아가 연락하려는 손을
하염없이 치면서 제 자신을 막았습니다.
이미 저도 나이가 많아졌고 그만큼 생각이 많아지고
자존심이란것도 커지면서 그런일을 겪었는데
수년이 흘렀다고해서 연락하는건 정말 내가쉬운여자고
속도없는여자라는걸 증명하는것 같았기때문입니다.
그후 몇개월 그를 지우고 잘지냈는데 그 따위는 잊고.
어제 뒤늦게 보기시작한 상속자들에 나오는
이민호땜에 다시 그감정이 살아났습니다.
왜냐면 얄궃게도 그사람은 이민호와
무지 닮았기때문이에요.
콧날까지도 너무 비슷한데 몰아서 보는탓에
볼수록 그사람이 자꾸 떠오르네요.
표정도 비슷한게 많고.
이러면 안되는데 차마 그의 번호를 지우지못하고
차단해놓은 그의 번호를 풀고 다시 연락하고 싶었습니다.
어제는 여자자존심이 철벽처럼 가로막아
연락하지말라는 생각이 계속들면서 참았습니다.
오늘도 계속 연락하고픈 생각에 그의 프로필을 눌렀다를
반복하다가 연락을 다시 하는게 괜찮은건지
잘하는 짓인지 이성이 흐려진 상태라 조언을 받고자
글을올립니다.
당시는 연애에 서툴러서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잘할수 있을거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련을 못버리는거 같습니다.
제대로 연애도 못해보고 그런식으로 끝을 낸게 아직까지
완전히 그를 떨쳐내지 못하게 하는것 같습니다.
저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현명한 답변들 기다립니다.
육년이 지난 지금도 그에게 연락하는게 미친짓이라
보신다면 생각하시는대로 글 남겨주세요.
그럼 상속자들 보는걸 중단해서라도 마음 다잡아 볼게요.
저는 이관계에 일말의 가능성이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이렇게 진지하게 글을 올리는겁니다. 새벽까지 잠못이루고요. 그간의 상처가 너무 깊어서 더욱 조바심도 나고요.
두서없이 적어내려갔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이 관계?
새로 시작할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