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지내니?
더이상 나혼자 숨어 아파하기 싫어서 지금 아니면 안될거 같아 쓴다. 14살 어린 나이부터 3년동안 지옥에서 마음 편히 눈물 떨어뜨릴곳 하나 없이 몸도 마음도 찢어질대로 찢어진 그때 그날에 나는 지금도 살아. 눈을 감아도 니 목소리가 떠오르고 밥을 먹을때도 니 눈빛조차 선명하다. 9년이 지난 지금도 누굴 만나 쉽사리 솔직해본적 없어. 나 하나를 아프게 만들어 학교 생활이 재밌었을 너와는 다르게 나는 점심시간 종소리에 화장실로 숨어 한시간을 보냈고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쏜살 같이 집으로 와서 가방을 내려놓고는 자고있는 아빠 곁에 앉아 내일은 학교를 갈수 없을것 같다고 아침에 일어나는게 너무 무섭다고 말할 용기만 찾다가 결국 또 날이 밝아오는 두려움에 몸서리를 쳤어. 울컥 울컥 차오르는 내 뼈속까지 시린 이야기를 찰나의 한순간도 걱정해주던 사람은 정말이지 아무도 없었고 나는 스무명이 넘는 그 이름들 그 얼굴들을 잊어본적 없는데 너는 내가 누군지 어렴풋이라도 되내어본적 있었을까? 2학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나고 성적표가 집으로 갔던날 말도 안되게 낮은 점수에 당황한 아빠는 선생님을 뵈러 수업이 끝날때쯤 학교를 찾아왔기에 교문을 들어선 아빠를 마중 나갔다 교실로 돌아 왔더니 제 발 저려 두렵기는 했던 니가 입에 담아서는 안될 말을 하고서는 킥킥 되는 아이들을 뒤로하고 돌아가던 너. 니가 하는 말에 눈물부터 흘리기 바빠 구경하던 아이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던 나를 보며 얼마나 신났을지 스치는 바람에도 따가운 그 기분을 아는지. 나는 얘기할 사람이 없었는데 들었다던 아이들은 왜그리도 많았는지 아직도 나는 궁금하다. 이겨내기에는 너무 과분했던 나를 향한 외면에도 니 얼굴을 똑바로 보고 소리칠 용기가 없었기에 단하루도 빠짐 없이 학교를 가는게 내 자신에게 부끄러움 없었던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이었음을.
비가 와서 운동장 대신 교실 제일 앞자리에 앉아 졸업식을 기다릴때 복도 창문으로 나를 기다리는 부모님과 작은언니를 보면서 혹여나 내 고통이 들킬새라 애쓰다가 결국은 엎드려 소리도 못내고 울던 그날. 집에 돌아와 그날밤 내게 건넨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우리 언니의 편지.
다들 이야기하며 사진 찍고 어울려 놀던 졸업식날 아침 교실에서 너는 텅빈 사물함을 괜시리 열고 닫으며 가방을 정리하는척 제일 기뻐해야할 날에도 외로움에 익숙한듯 아무렇지 않은척 하는 너를 보며 교실문을 열고 들어가 내 동생을 힘들게 한 아이들에게 똑같이 돌려줬어야 하는데 언니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방문을 새어나가도록 서럽게 울던 그 편지. 그 후로는 약해보이기 싫어서 별짓을 다해서 그런지 주체할수 없을만큼 차오르는 슬픔도 꾹꾹 삼킬줄 알게 되고 때로는 나태해질때면 그때 내가 견딘 시간들이 다시 나를 깨워준다.
감히 이걸로는 내 시간을, 내 고통을 다 담을순 없지만 언제라도 좋으니 꼭 읽길 바란다.
너희들은 잘 지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