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금 회사에서 좀 짬이 나서 웹 서핑 하다가, 청첩장에 관한 질문을 누가 올렸길래 문득 새삼스럽게 제 예비신랑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졌어요..
별 일도 아니고, 여기저기 떠벌릴 만한 일은 아니고 그럴 사람도 없지만
그래도 왜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마음이 몹시 싱숭생숭하고... 그냥 익명으로라도 말하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서요.
저는 중학교 때 친어머님이 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요.
바로..는 아니였고 사고 당하시고 나서 입원해 계시다가 호전되시지 못하고 끝내 돌아가신....
사춘기 나이였지만, 제가 크게 사춘기 방황없이 지나간 경우라 그냥 친어머님이 돌아가신 그 상황 자체에 대한 적응이 좀 힘들고 많이 울었었죠.
제 밑으로 동생이 있어서 제가 장녀인지라, 집안의 대소사격인 일을 다 도맡아 해야했고
사이가 좋으신 엄마아빠셨기 때문에 아빠의 위로까지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많이 슬플 틈이 없었던 것 같아요.
문득 문득 엄마가 그립고 생각날 때가 당연히 왜 없었겠냐마는.. 상황이 그랬다는 거지요.
그렇게 저희는 무난히 잘 자라왔고, 화목한 가정이였기 때문에 큰 문제도 없었고요...
저희도 머리가 커지면서 아빠 혼자 계셔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했고,
만나시던 분이 참 좋고 고우신 분이였기 때문에 저희 아빠도 재혼을 하고 지금은 잘 지내고 계세요.
(정말 정말 좋으신 분이세요 새어머니는.. 여기에는 나쁜 댓글은 없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금 34살이고, 올 2월에 결혼을 앞두었구요.
정말 다행스럽게도 제 가정환경을 모두 이해해주는 분과 그 분의 부모님을 만나 결혼도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청첩장과 청첩장 봉투에는 물론 현재 살고 계시는 새어머님의 이름이 적혀있고,
저 또한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켠으로는 마음이 살짝 아리기도 하더라구요.
(연말연시가 있어 저희는 청첩장을 조금 일찍 찍었네요^^)
지금도 연락하고 지내는 옛 이모와 외삼촌들께도 전화로 연락드리면서 얘기를 하니 그렇게 하는게 당연한거다, 잘 했다, 하늘에 있는 너희 엄마도 그러길 바랄거다..
얘기를 적다보니 또 눈물이 잠깐 나네요 ^^;;
아무튼 조금 제 마음이 아리기도 했지만,
당연히 현재 제 아버님과 살고 계시는 새어머님이 계시고 또 그 분의 가족들과도 저희 가족들과도 제 예비신랑 가족들과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마음 속으로 엄마 나 결혼해요- 하고 얘기하고...
그런데 2주 전에 저녁먹으러 나간 자리에서 예비신랑이 저에게 작은 상자를 주더라구요.
기념일도 아니고 선물받을 것도 아닌데 뭐지?? 궁금해하며 상자를 열었는데 그만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따로 인쇄한 청첩장 20매...
내가 만든 문구에 내가 고른 디자인의 청첩장까지 모두 똑같은데, 그가 따로 추가로 인쇄를 했던 거였어요.
혼주 이름 적는 부분에 (故)자를 붙인 우리 엄마 이름을 넣어서 그렇게 우리 친엄마, 친아빠 이름으로..
한번도 얘기한 적 없고, 그저 날이 좋았던 카페에 앉아 청첩장에 들어갈 문구를 함께 작성하며
부모님 성함까지 확인하는 자리에서 잠시 묵묵히 창밖을 바라보던 제 모습이 마음에 많이 걸렸다고 하네요.
그래도 현재 몇 년째 같이 살고 계신 새어머님이 계시니 그 분의 성함을 빼는 건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그래도 원래의 외가쪽 이모, 외삼촌 분들께 이걸로 드리면 어떻겠냐는 그 말에 저는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자기 생각을 조심스럽게 말했을 때 제 얘기를 듣고 내가 며늘아가 일을 겪었다면 나 또한 마음이 많이 아프고 친어머님 생각이 났을 거라고
같이 눈물흘리시며 그렇게 하는게 좋겠다고 격려해주셨다는 예비 시어머님,
어렸을 적 힘든 일을 겪었는데도 잘 길러주셔서 감사하고 이젠 우리가 같이 지켜주겠다고 남자들끼리 계실 때 말해주셨다는 예비 시아버님.
항상 따뜻하게 맞아주고 기다려주는 예비 남편, 우리 고OO...
정말 정말 고맙고 감사합니다.
정말 정말 사랑받는 착한 며느리로 보답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