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언니를 시집 보내려고 안달이세요. 언니 나이도 30이니, 시집갈때가 된 건 맞는데, 과연 이게 언니를 위한 길인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어릴때 전남 시골에서 같이 자란 친구분 아들이 있는데, 엄마가 그 사람과 언니를 무척 이어주고 싶어해요. 엄마와 엄마 친구분은 서울에서 같은 대학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두분 다 연애를 통해서 결혼을 하셨어요. 엄마는 평범한 공무원이시던 아빠를 만나셔서 지금까지 언니와 저를 나으시고 전업주부로 열심히 살아오셨는데 반해 엄마 친구분은 흔히 말하는 사짜 남편을 만나서 지방에 경상도로 내려가서 부유하게 사셨나봐요.
엄마 말로는 서울에도 빌딩을 몇 채 가지고 있고, 인천에도 아파트와 상가가 있고, 지방에도 건물
이 있데나 봐요.건물에 빚도 하나도 없고, 시골에 땅이랑 과수원, 논밭도 많다니깐 부자는 부자겠죠 뭐. 아들은 지금 외국기업에서 일하는데 연봉은 제가 듣기에도 많이 높아요.
그 동생은 의사구요 .그리고 큰 아들앞으로 미리 증여해 준 건물도 있는데, 월세 받는게 월급보다 더 많데요.
그런데 그 친구분이 엄마한테 이야기해서 자기 큰아들과 우리 언니를 이어주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를 한거에요. 언니도 알아주는 공기업에 다녀요. 얼굴도 이쁘구요.
그래서 그 친구분께서 언니가 마음에 드셨나 보더라구요.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건 엄마의 태도에요. 너무 황송해 한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면서 입에 침이 마르도록 그 친구분이 학교 다닐때도 성격이 좋았고, 남을 해코지
안하고, 마음이 넓은 친구여서 절대 며느리 시집살이 같은 건 시키지 않을 사람이라고 듣는
사람 민망할 정도로 칭찬을 늘어놓으면서 언니한테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이라고 절대
놓치면 안된다고 흥분까지 하시는거 같아요.
그런데 예전에 이런 혼담이 오가기 전에 엄마가 그 친구분에 대해 이야기 할때는 전혀 달랐
거든요. 굉장히 보수적이고 잘난 사람들 집안에 시집가서 엄청 시집살이하고, 동서들한테
무시받으면서 힘들게 산다고 하셨어요. 그땐 오히려 불쌍하다고 하시면서 차라리 마음 편한
내가 더 좋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바뀌신거...
그런데 그 친구분 남편 되시는 분, 그러니깐 어쩌면 시아버지가 되실지도 모르는 분에 대해서
들었는데, 그게 좀 그래요. 굉장히 보수적이고, 주위 사람들이 좀 어려워 하는 타입이시래요.
오죽하면 그 친구분께서 자기 남편에 대해 말씀하실때, 우리 장군님이라고 농담할 정도시니까요. 그런데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꼭 잡아라. 그 남자가 해외 발령 나면 따라가야 되는데, 혹시 직장 어떡할거냐 물어보면 그만 두라고 하면 그만 두겠다고 대답해라 등등.. 정말 듣기 민망한 이야기들
내가 공부를 못해서 그랬나? 난 언니를 참 존경하고 좋아했는데, 자기 삶을 열심히 살아갈수
있는 언니를 동경했는데, 저랑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용돈도 받고, 참 커보이던 언니였거든요.
아빠는 대놓고 반대는 안하시지만 싫어하시는 눈치세요. 교육공무원으로 풍족하진
않지만 자존심이 강하시고 성실히 살아오신 분이세요. 언니를 무척 자랑스러워 하셨구요.
그런데 아빠가 언니랑 엄마가 이야기 하는거 들으시면서 주방 식탁에서 혼자 소주마시
면서 웃으시는데, 너무 슬퍼 보이시는거에요.
엄마가 예전에 말은 그랬지만, 친구분에게 컴플렉스가 있었던거 아닌가 ...
언니도 친구분 아들을 만나고 나서는 싫지 않은 눈치였어요. 원래 누구를 소개받아 만나더라도
이야기를 잘 안하는 성격인데, 그 사람을 만나고 와서는 그 사람이 한 이야기를 가지고
엄마랑 계속 수다를 떠는거에요.
풍족하지만, 기가 쎈 시아버지 밑에서 시집살이 할 가능성도 높아보이고, 어렵다는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까지 힘들게 잡았는데, 그것마저 관둬야 한다면, 과연 엄마가 말하는게 옳은 선택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