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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둥이+1 씐나는 도보여행] 5. 동해~삼척편 1-1

뱅알뱅알이 |2014.02.07 14:07
조회 60,145 |추천 100

지난 해, 광주랑 양양 도보여행한 이후로는 월차도 뚝 끊기고 

한동안 도보여행을 다니지 못해 몸이 천근만근...

그리고 다가 온 짧은 설 연휴,

엉덩이는 들썩, 다리는 부르릉 부르릉

떠나자고, 여행가자고 심장은 쿵쾅쿵쾅..

 

설 당일, 아부지와 조촐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서 저는 이리 말했습니다. 

아바마마, 소자 설 연휴 아바마마와 길게 함께하고 싶으나

이틀 이상 보면 서로 스트레스만 유발하니 이만 여행을 다녀올까 하옵니다만...

 

뭐라, 이게 무슨 청승 맞은 소리인게냐?

넌 대체 사람 만날 생각은 안 하고 맨날 그 이상한 도보여행만 다닌다고 하는 게냐?

 

아바마마, 요즘엔 소자처럼 홀로 여행다니는 청년도 많고

또 게중엔 참한 처자도 많다고 하옵니다.

 

참말이더냐? 무엇하고 있느냐 어서 떠나지 않고..

 

서른하나 먹은 이 못난 아들, 아바마마껜 이렇게 또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하고 도보여행을 떠납니다.

 

이번 도보여행의 목표지는 동해와 삼척입니다.

지난해 고성과 속초도 다녀와봤고 양양 해파랑길도 걸었던 만큼,

조금씩 아래로 발길을 확장시켜보기 위함입니다.

 

 

원주 아버지 집을 나와 처음 향한 곳은 강릉입니다.

원주에선 동해로 가는 버스 편이 없다보니 강릉을 거쳐

기차로 갈아탄 후 묵호에 내려 묵호에서부터 쭈욱 걸을 작정입니다.

강릉역에 도착했지만 기차 시간이 좀 여유있게 남아

근처에 있는 홈 더하기에서 여행동안 먹을 주전부리 이것저것을 구입합니다.

앗.. 그런데 제가 정말 좋아하는 맥주 바이엔슈테판과 파울라너!!

어머 너희를 어찌 안 살 수 있겠니??

 

 

 

 

오후 1시 20분 정동진과 묵호를 거쳐 저 아래 부산 부전까지 향하는 기차가

힘차게 움직입니다.

기차여행 덕후이기도 한 저는 눈누난나, 자연스레 어깨춤을 춥니다. 오예오예

곧 나타나는 바다 풍경. 내륙촌놈에게 바다는 뭐다? 로망이더라!!

 

 

 

 


 

동영상도 살짝

 

 

곧 정동진 도착, 저는 묵호까지 갈 거지만, 여기서 내려서 걷기 시작해도 좋았을 뻔..

예전에 몇해 전에 친한 선배랑 여기 놀러왔을 때 그 형은 솔로였거든요.

혼자 호가든 병 홀짝 홀짝 마실 때 참 사람 처량하게 왜 저럴까 싶었는데

그로부터 몇해가 지나고 제 가방엔 두 병의 맥주병이 담겨져 있네요,^^;;;;

 

 

 

 
정동진의 뷰도 동영상으로 살짝

 

 

출발 30분 만에 도착한 묵호역. 몸도 가뿐 마음도 가뿐한 것이

활기차고 재미진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근처를 살 둘러보고 다시 역으로 돌아옵니다.

올해 첫 도보여행, 출발 전 작은 의식을 하려구요.

차를 사면 고사 지내 듯, 올해 도보여행도 무사히 재미지게 잘 할 수 있도록

저 나름의 고사를 지내는 것이죠.

고사래봐야 아까 산 맥주 두 병과 제 도보여행을 늘 함께해준 회돌이를 올려놓고 요러코롬

 

 

뒤에 아저씨 둘이 저 미친놈 뭐하나 싶은 시선에 살짝 부끄럽기도 했지만,

마음만은 진지하게 고사를 지내고!!

신발끈 꽈꽉 조여맵니다. 그런데 느낌이 조금 묘해요.

어쩐지 이 신발하고는 이번 여행이 마지막일 것 같은 느낌이....

그동안 정말 신은 듯 안 신은듯 최고의 착화감을 안겨줬는데

이젠 그런 느낌이 아니고 뒤축도 많이 달았고.... 회돌아 이제 은퇴할 때가 온 것이니 ㅠ.ㅠ

 

어쨌든 다시 짐 짊어지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완연한 봄 날씨!! 신나게 걸어보자구!!

곧 보이는 해파랑길 표식, 반갑다 오랜만이야!!

해파랑길은 빨강+노랑 조합, 파란색은 동해 해물금길 표식,

하지만 두 코스 거의 또이또이 아냐??

 

 

 

거울이 나오니 셀카도 한장

 

 

이번 여행의 목표는 도전과 용기였습니다.

지난해말부터 최근까지 고심하고 고심하며 선택한

2014년의인생 키워드 역시 도전과 용기였습니다.

머뭇거리고 쭈뼛거리기에는 너무도 아깝고 젊은 이 시기.

당당하게 내 삶을 즐기리라는 의미에서 정한 키워드이지요.

자자, 그럼 이번 여행에서 이 뱅알군, 지도 없이 이정표대로만 한 번 따라가보자!!

여행 전 주요 경로는 미리 확인해뒀겠다, 길 찾아가는 건 자신 있으니 한 번 해보지 뭐!!

 

초반 길은 아주 평탄하고 표식도 잘 돼 있어서 참 쉽게 쉽게 갈 수 있었습니다.

 

 

 

 

  

가는 길 마다 만난 여러 풍경들. 요 바로 위 열차는 바다열차라고 하네요..

이윽고 도착한 한섬해변, 마치 문을 열고 해변으로 가는 기분.

웃어라 동해야의 촬영지라고 하는데, 뭐 TV를 안 보니 감흥은 별로...

 

 

 

  

다시 발길을 돌려 동해역으로 고고씽

친한 후배의 말로는 철이 없다라는 말의 어원은

계절 변화를 모르는 얼척이를 일컫는 말이라고 하네요.

이날 걷고 있는데 분명 겨울날씨인데 따사로운 햇볕을 느끼며

조금씩 멀리서 봄이 오고 있구나..

나도 조금은 철이 드는 건가 싶더라구요..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 됐지만, 대지에 반사되는 햇볕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작게 난 이 길도 참 예뻤구요..

 

 

 

 

 

해파랑길의 매력은 여러 길의 질감을 맛볼 수 있다는 점.

이렇게 흙길도 있고 아스팔트길도 해변길도....

 

 


동해역도 곧 도착.

이번 여행 너무 순조로운데... 이러다 아무 에피소드 없이 끝나는 거 아냐?

 

 

 

 

이렇게 보도블럭도 걷고.. 잊을만 하면 나오는 해파랑길 표식..

그런데 어째 양양때보단 표식이 좀 띄엄띄엄있다?

 

 

큰길에서 왼쪽으로 돌아나와 향하는 만경대 가는 길.

여길 들렀다가 작은 길을 주욱 따라가면

추암해변 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뭐야 만경대를 가려면 산길로 들어서야 한다? 뭔가 좀 쌔해

 

 

헉헉 힘들어...

 

 

 

 

 

 

광해군때 지어진 누각으로 당시엔 앞으론 망망대해의 동해와

옆으론 너른 들판 뒤론 빽빽한 소나무 숲이 펼쳐진 장관이었다고 하나

지금은 망망대해 대신 쌍용 시멘트 공장의 뷰만 가득... 아쉽 아쉽...

 

산 옆으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보니 서둘러 걸어야겠습니다.

자 이제 옆길로 내려가 추암으로 가면 되는데...

어느 새 사라진 해파랑길 표식..... 몰라 길은 하나야 나를 믿어, 가자!!

주욱 가다 마주친 요상한 곳, 산업단지 같기도 하고 나중에 알고 봤더니

하수처리시설.. 이쪽을 끼고 어떻게 돌아가는 것 같은데... 몰라 그냥 관통!!

나중에 다시 마주친 건 북평산단...

뭐야 나 왜 여기에 있어 -_-;;;

명절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제가 있었던 곳은 사람의 발길이 잘 안 닿는 곳이었던 듯

인도는 잡초로 무성하고..

 

 

 

지나가는 비행기 궤적을 보며 한마디 짧은 탄식. 헬(프)~미!!

 

 

 

하지만, 이 싸나이 이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리,

한 번은 틀릴 수 있지만

그간 다닌 여행의 가닥도 있고 아까 고사도 지냈는데, 무슨 문제가 있겠어?

잘 이겨낼 수 있다 굳게 믿고 온갖 촉을 다 동원해봅니다.

사방신이시여, 저를 도우소서

 다행히 산단 교차로에 위치한 업체이름을 보고 찍신을 발동, 1시간여 만에 이 지옥에서 탈출

 

 

  

드디어 추암이라는 표식을 발견했지만, 어느새 해는 산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버리고...

해가 다 떨어지기 전 겨우 도착한 추암해변. 일출 명소라는데 일몰에 찾는 청개구리^^;;

 

 

 

 

 

 

이렇게 멋진 경치 앞에서 맥주 한 병 아니 깔 수 없겠지요?

아까 사뒀던 맥주 중에 먼저 뭘 먹을까....

아 수능때도 이렇게 고민 안 했는데.

그래 파울라너 너야 너!!

오프너가 없어서 아쉬운대로 계단에 병대고 뚜껑 딱!! 아저씨 이런 아저씨 ㅠㅠ

 

 

 

맥주 한 입, 경치 안주 한 입, 흡입하다보니 어느새 어두컴컴..

빨리 마무리 행선지 삼척해변으로 가야겠지??

추암 해변의 저녁.


 

헌데 여기서부터 다시 난관...

추암에서 삼척해변까지 바닷길이 이어졌다고 하는데 날이 어두컴컴해져

찾지를 못하고 재빨리 선택한 대안은...

길가를 따라 나가자!!표지판만 믿고 삼척방면 작게 난 2차선 길을 따라 갑니다.

해는 어느새 지고 조명 하나 없는 시골길을 걷는데 살짝 겁이 납니다.

마치 살인의 추억 무대 화성이 떠오르는데 푸드득 날아가는 새들이 공포심을 더 키우고...

진짜... 겁나 어떡하지...

그런데 그때 다시 부여잡은 한 단어..

너 올해의 목표는 도전과 용기잖아.. 길이 까짓 틀리면 좀 어때 가자!!

한참을 걷다보니 삼거리가 나오고 사방신의 촉으로는

삼거리에서 좌회전을 하면 삼척방면일 거야!!

 

그런데 걷기엔 조금 위험한 길...

아무리 도보여행족이라지만 밤에 찻길로 다니는 건 위험..

이렇게 우둘툴툴 난 길로 힘겹게 한 발 한 발 내딛습니다.

 

 

어릴 땐, 아니 비교적 최근까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나 잘 하고 있는 것 맞을까?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늘 누군가의 격려에 힘을 얻었고 그만큼 주변의 반응에 의식을 많이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하며 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나의 선택, 나라는 사람의 확신과 의지만 있다면

누구의 시선이 무슨 소용있을까?

내 스스로 한 선택에 확신을 갖자, 자신을 갖자...

그리고 그 다짐은 틀리지 않았음을 곧 확인할 수 있었지요. 짜잔

 

 

 

 

안녕! 동해,안녕? 삼척!!

조금 돌아왔지만, 결국 오려던 길로 잘 도착했지요.

조금 틀릴 수도 있고 실수할 수도 있지만 방향만 맞다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어, 그러니 틀린다고 실수한다고

좌절 말고 쫄지도 말자구!! 아.... 조금씩 어른이 돼가는 이 어른이 ㅠ.ㅠ

 

머지 않아 보인 삼척해변 이정표. 반가워 정말 반갑다 ㅠ.ㅠ

 

 

 

나중에 알아보니 추암에서 삼척해변까지 30분이면 올 수 있다지만

저는 2시간은 걸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목적지를 잘 찾아왔으니 됐어!!

제가 이곳을 첫날 마지막 행선지로 꼽은 까닭은 바로 이곳 근처에

해수사우나&찜질방이 있었기 때문이죠.

자자 그럼 언능 여행을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해 볼..................

 

 

 

 

 

 

 

 

 

 

 

 

 

 

뭐야 이거? 이 상황 뭐야? 장난이지 지금??

 

 

망한 것인지 비수기라 쉬는 것인지....

이쯤 되니 아까 너무 무난한 여행이라

에피소드가 없을까 걱정했던 제가 우스워집니다.

아냐 가만보니 고사 지낼 때 우리 술을 안 써서 사방신이 노하신 건가??

 

뭐가 됐건 이제 와서 후회해봐야 뭐하나요. 빨리 플랜 B를 찾아야지..

검색을 해보니 시내 쪽에 삼척온천이 있네요. 그런데 여기 택시가 없네...

뭐,,, 좀 걷지 걸으러 온 건데....

 

다시 나온 두 갈래길, 새천년 해안도로와

시청, 단 두 글자만 적힌 표지판이 안내하는 2차선 산길 도로.

고민에 빠지지만 해안도로로 가면 내가 가는 방향이 안 나올거야.

시청이 시내에 있을 테니 여기로 가자!!!

또 1시간 넘게 걸은 이 길.... ㅠ.ㅠ 귀신이 나와도 할 말 없는 어둑한 산길이었습니다 ㅠ.ㅠ

진짜 마음 속으로 군가 부르면서 걸었어요. ㅠ.ㅠ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 길은 이렇더라구요

 

 

한참을 진짜 제가 가진 모든 용기를 내 이 길을 내려왔는데

앞에 택시 빈차 표시가 한가득 보이는 거에요.

아 택시 타고 갈까 싶어 가차이 갔더니 글쎄 삼척IC 교차로 주변 빨간 신호더라구요.

참내, 또 헛것을 보았네요...

기왕 여기까지 온 것 뭔 택시냐 싶어 알음알음 30분여를 더 걸어 도착한 삼척온천..

완전 반가워 ㅠ.ㅠ

 

 

 

덤으로 이날 여행 시작한 후로 처음 먹는 밥까지 ㅠ.ㅠ

아.... 모르겠다 맥주 한 잔 쭉 들이키고 뻗자 ㅠ.ㅠ

 

 


추천수100
반대수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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