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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둥이+1 씐나는 도보여행] 번외편-포항 여행2

뱅알뱅알이 |2014.01.26 14:42
조회 5,189 |추천 11

제가 쪽잠을 잤던 호미곶 온천랜드의 외관입니다.

이때가 새벽 5시 조금 안 됐을 시간일 겁니다.

 

 

 

어쨌든 이곳을 나와 10여분 걷는 동안 온몸을 감싸오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호미곶까지는 30여km, 걸어갔다간 일출은 커녕 중천에 뜬 해도 못 보는 시간입니다. 히치하이킹이라도 해야 하는데, 태생이 남에게 불편 주는 걸 못하는 사람이라 쭈뼛쭈볏 몇대를 놓칩니다.

에랏 모르겠다 안면몰수하고 다음 차는 꼭 세워야지 하는 찰나, 택시가 한대 다가옵니다. 일요일 새벽 5시 즈음, 아주 외진 이곳에

택시가 다닙니다. 그것도 빈 택시입니다. 너무도 신난 나머지 3차선 도로 한 가운데까지 나가 택시를 잡습니다. 오호라

기사님도 놀랍니다. 호미곶 가려는 사람이 이 시간에 대책없이 나왔다는 게 신기하다면서 운좋은 줄 알라네요 흐히

택시는 구룡포항을 지나 지나 지나 30여분 가까이 달립니다. 창 너머로 온통 조용하고 작은 어촌 마을들이 펼쳐집니다.

갑자기 울컥해집니다. 아직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리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아주 이색적이진 않은 풍경인데요. 바다가 펼쳐져있고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뒤로는 작은 계단식 논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포근한 느낌이지만 울컥해진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무려 1만 3천원이 넘는 엄청난 택시비가 나왔지만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오히려 일출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는 생각에

예감이 좋습니다. 기사님께 1만5천원을 드리고 정중히 감사 인사를 드리고 호미곶 일출 전망대로 향합니다.

저 멀리 아주 큼지막한 해가 빠알간 해가 얼굴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너무 늦지 않게 딱 맞춰 왔네요

사진에서만 봤던 손 모양 조형도 보입니다.

 

  

바로 요거...는 짭퉁입니다. 손 뒷편으로 해가 떠오르죠?  저도 살짝 속았지만 금새 진짜를 향해 전력질주!!!

 

이미 해변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습니다. 커플도 있고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어요.

아무리 두리번 거려도 저처럼 혼자 온 사람은 ..... 아 없네요... 이 공간에 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이 곳에

혼자 온 사람은 저뿐이라니요.. 하 갑자기 외로움이 사무칩니다.

 

이곳에선 손 가락 사이에 해가 꼈을 때, 손 위에 해가 올라왔을 때가 사진 포인트라네요.

특히 손가락 사이에 갈매기가 앉았을 때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상투적인 속설도 있습니다.

조금 더 기다리고 해는 드디어 이 손 사이에 빼꼼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솔직한 제 느낌은요 택시타고 오는 길에 봤던 그냥 흔하디 흔한 어촌마을의 느낌만큼 호미곶 일출은 제 마음을 울리진 못했습니다.

물론 장관이었고 뭉클한 느낌이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음.... 멋지네... 이 정도의 느낌? 오는 내내의 감정이 너무 컸던 것 같아요.

해가 정상궤도에 오르고 일출의 기운이 다 가시자 다시 다음 계획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생각도 할겸 인근의 항구 방파제까지 걷기로 했습니다.

기대지 말라는 저 문구에 묘한 감정이....

 

 

 


 주욱 살펴보니 이곳에서부터 포항공항까지 30여km가 넘게 이어지는 바닷길이 있습니다.

2007년 1월 군 전역 이후 한 번도 오래 걸어보지 않았던 터고, 포항이 자랑한다는 그 바닷길을 한 번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물스물 듭니다.

뭔가 오랫동안 걸으며 생각도 정리해보고 싶고요.

포항공항은 동해면에 있습니다.

 

 

이정표가 보인다는 것, 아주 멀지 않단 얘기죠. 자 떠납니다. 고우!!

얼마 안 되 만난 반가운 단어,,, 그것은 춘천 막국수

제가 사는 동네의 명물이지요. 하지만 전 싫어요. 가끔 먹으면 뭐 별미다 싶지만

요즘같은 날 더워지기 시작하면 이건 뭐 월화수목금 내내 막국수 타령입니다 사람들...

그래도 먼 타지에서 보니 반가운 단어 춘천, 막국수 힘을 줍니다..

 

 

 

이 시골 마을은 호미곶면입니다. 원래는 다른 지명이었는데 호미곶이 유명해지면서 면의 지명 자체를 바꿨네요. 강원도에도 그런 곳이 많아요. 춘천의 김유정면도 그렇고 영월인가 어디의 한반도면, 평창의 김삿갓면도 그렇죠.

여기엔 길가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마치 잡초 핀 마냥 장미꽃들이 있네요.

그 아이는 장미꽃 한 송이를 몰래 건네는 운치있는 남자가 좋다고 했는데

전 한번도 선물한 적이 없네요.

 

 

 

조금 걸었을까 이내 길 바로 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보입니다.

어라... 포항 바다가 이렇게 예쁜가요? 물도 티없이 맑고 상쾌해 보입니다.

 

 

 

그냥 길따라 저런 바다가 끝없이 펼쳐집니다.

어느 곳은 작은 항구가, 작은 방파제가 있고 어느 곳은 날 좋으면 그냥 해수욕해도 될법한 백사장들이 있지요.

 

 

 

쉬지 않고 걷다 보니 표지판이 보입니다. 동해면까지 19km 남았다는군요. 아 아직 걷기 시작한지 얼마 안 됐는데 한참을 더 걸어가야 합니다.

 

 

누차 말씀드리지만 아주 기분 좋은 표정입니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나오는 표지판들, 동해면 입성입니다.

 

 

 

이 표지판이 나오고 또 한참을 더 걷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났습니다.

다리에선 불이 나고 어깨는 가방이 무겁다고 투정을 부립니다.

목은 음료수를 조공으로 내놓지 않을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고 합니다.

흥원리였나 어느 곳에 가니 구멍가게들이 하나 둘 보입니다. 

그중 제일 깔끔해 보이는 한 가게에 들어가

음료수를 사고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신발을 벗어 봤더니, 이 녀석 빨갛기만 하지 물집 하나

안 잡힌 최상의 컨디션입니다.

주인을 능멸하다니...

 

 

 

잠시간의 여유를 즐기던 찰나, 여 사장님이 나와 관심을 보이십니다. 훗

어디에서 부터 걸었냐시길래 호미곶이요 했지요.

저도 얼마나 더 가야 공항이 나오나요 했더니

아무렇지 않게 웃으시면서 지금 온만큼 딱

그만큼만 가면 된다고 하시네요 -_-;;;

표지판만 믿고 온 저는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그래도 아주머니는 살갑게 길이 예쁜 곳이라 좋다며

발 식힐 겸 수돗물에 담궜다 가라고 권하십니다.

하지만 제 발냄새 제가 아는 걸요.

먼 타지에서까지 민페를 끼칠 순 없죠^^

 

가방 끈을 조이고 신발 끈을 꽉 매고 다시 걸을 준비를 합니다.

길은 굴곡이 그리 심하지 않고 높은 언덕도 크게 없습니다.

걷기엔 아주 제격인 높낮이입니다. 게다가 오전 11시가 다 되도록

큰 더위도 없이 살랑살랑 부는 바닷 바람이 기분을 경쾌하게 유지시켜줍니다.

호미곶면의 바다가 일관된 항구마을 느낌이라면 동해면의 바다는 마을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느낌이 다릅니다.

저 멀리에는 연기를 뿜어내는 굴뚝과 공장의 실루엣이 보입니다.

포스코겠죠. 포스코가 있는 동해면도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증거입니다.

 

 

 

따로 지정된 해수욕장은 아닌데요, 날이 더 더워지면 그냥 이곳에 뛰어들어도 되겠다 싶은 곳입니다. 물론 옆에는 최근 사망자가

나온 곳이라 함부로 입수하지 말란 경고 현수막이 있구요.....

 

목적지가 가까워짐을 갈수록 느낍니다. 곧 3km가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근처에서 발견한 또다른 춘천의 명물 닭갈비를

파는 가게도 발견... 춘천 인기 살아있네!!

 

 

 

어쨌든 휴식시간 포함 근 6시간을 걸어 저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그 시간동안 많은 생각들을 정리했지요.

그리고 이번 여행의 마지막 장소로 향했고 그곳에서 이번 포항 도보여행은 끝을 맺습니다.

가장 아팠던 순간, 역설적이게도 가장 행복한 여행을 맛보았지요.

덕분에 저는 도보여행이라는 평생 함께할 좋은 취미를 찾았구요..

여러분 어디론가 떠나세요. 아프다면, 괴롭다면 말이죠

추천수11
반대수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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