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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 깨닫는 가난.. 결혼할수 있을까요

서른을바라... |2014.02.11 23:10
조회 1,971 |추천 1
안녕하세요 이십대후반의 여자입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털어놓을 고민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혼자 싸매고 있자니 가슴이 너무 답답하여 글을 씁니다.

가난의 기준이 무엇인진 모르겠으나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우리집이 경제적으로 어렵긴 하구나.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IMF를 직격타로 맞았던 그 어릴때부터요.
아버지는 그 이후로 좀처럼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셨고
지금도 보수가 많지 않은 계약직을 전전하시며 지내고 계십니다.
살림하시던 어머니가 끊임없이 아르바이트하시며 보태셨죠.
제 아래 하나 있는 남동생은 흔히 말하는 취준생..백수구요.

집안 어려운거 알았기에 저도 나름 열심히 살았습니다.
학창시절 공부 열심히 했고 속 안썩이는 딸이었죠.
일부러 국립대 갔고 학비 열심히 벌어 냈고
보수는 많지 않지만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왔습니다.
부모님께 용돈 꼬박꼬박 못 드려도 명절이나 생일때 조금씩 챙겨드렸고
부모님께서도 지금은 돈 열심히 모아 시집가는데 보태라 하셔서
수입의 반 꼬박꼬박 저축하며 그렇게 지냈습니다.

직장 내에서도 인정받고 예쁨받고 일도 재미있고
동갑내기 남자친구와도 1년이 넘게 잘지내고 있고 결혼 얘기도 오가고
모든 것이 너무나도 만족스러운데 우리집을 생각하면 울컥하네요.
타지에 나와 사느라고 그간 잊고 있었나봅니다.

오늘 처음으로 엄마께서 제게 급하게 돈을 빌려가셨습니다.
엄마가 우셨어요. 죽어도 제게 부담은 안 주겠다 하시던 분인데
없는 형편에도 제겐 최선을 다해주려 하시는 분인데
오죽 지금 우리집이 어려웠으면 그랬을까 싶더군요.
생활비에.. 빚 갚고 하시느라 그러신거겠죠.

많은 돈도 아니었어요. 백만원도 안되는 돈이었습니다.
제가 수입의 반은 적금으로 들고 있어 여윳돈이 없었거든요.
시집가기 전에 부모님 모시고 여행가야지 하면서
몇달전부터 자투리로 모으기 시작했던 돈. 그 돈을 드리는거기에
엄마 안 갚아도 되요. 어차피 우리가족 위해 쓸 돈이었어요.
이렇게 말하는데 저도 전화기 붙들고 울음이 나더군요.

그리고 두려워졌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그동안은 결혼이 두렵지 않았어요.
내가 벌어 내 힘으로 결혼하면 되지 생각했고
남자친구와도(남자친구집은 유복합니다)
부모님 돈으로 집하고 결혼하고 그러지 말자.
너랑 나랑 안정적으로 버니 우리 힘으로 시작해도 된다.
이만큼 키워주신 부모님들 부담드리지 말자.
이런 얘기가 오갔던터라 괜찮을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나봅니다.

생각해보니 결혼 시작이 문제가 아니라 결혼하고서가 문제네요.
노후가 걱정없는 남자친구네 집안과
계속해서 아르바이트든 뭐든 하셔야할 우리 부모님.
어쩌면 내가 경제적 도움을 드려야할지 모를..
그 사이에서 내가 현명하게 잘할 수 있을까 겁이 납니다.

남자친구도 저희집이 넉넉치 않다는건 알고 있지만 괜찮답니다.
착한 사람이 콩깍지까지 씌어서 괜찮다 하는 거겠죠..
또 자세히는 얘기 나눠보지 못했으니까요 아직은..
툭 터놓고 얘기는 조만간 할 생각입니다. 숨길 생각은 없으니까요.

답답.. 너무너무 답답하네요.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고 스스로에게 자신감도 있었는데.
내 힘으로 어찌할 도리가 없는 문제 앞에서 끝없이 작아집니다.
누구도 원망하고 싶지 않고 누구에게도 부담주고 싶지 않은데..

결혼.. 두렵네요.
결혼이 내겐 너무 과분한건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요.
추천수1
반대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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