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군복무를 현역으로 잘 마치고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20대 학생입니다.
군대에 가기 전에는 나이도 어렸고, 대학교라는 새로운 환경이 너무나도 새롭고 즐겁게만 다가와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복학을 하니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굉장히 많이 바뀌게 되었어요. 아무래도 나이를 더 먹었기에 사회로 진출하여 경제적으로, 그리고 생활적인 면에서도 독립하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이 이러한 관점의 변화를 가져온 것 같네요.
맨날 다른 사람들의 고민가득한 글만 읽어오다가, 오늘 이렇게 직접 본인의 진솔한 고민을 담은 글을 작성하기로 한 건, 언제나 계속 가슴 속에 혼자 담고 있던 삶에 대한 고민과 괴로움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너무 커져버려서 그 누군가의 위로를 받지 못하면, 아니, 적어도 누군가에게 그냥 속시원히 털어놓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언제나 괴로움이 수반된다는 사실은 잘 인지하고 있습니다. 어느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다 본인의 상황에 맞는 어려움을 겪고 있겠지요. 삶에 굴곡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로 언제나 제 자신을 달래곤 했는데 이상하게 이제는 더이상 그 위로가 먹히질 않네요. 삶이 평탄하지 않다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전제 조건은, 그 고됨을 견뎌냈을 때 어느 정도는 이를 보상해줄 수 있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라는 건데, 이제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막연함이 커져서 미래로 나아가는 게 너무 두려워졌어요.
굉장히 애매모호한 말을 그만하고, 제 고민을 직설적으로 간결하게 이야기하자면, 제 자신이 너무 부족하고 못난 것 같아 괴롭다는 겁니다. 어릴 때는 어느 정도 밝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해야하는 것들을 열심히 잘 하면서 성장했습니다. 성장 과정에 있어서 모든 것이 순조로웠고, 여태까지는 원하는 바를 대부분 성취했죠. 하지만 어느 순간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에 비해 월등히 부족한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주변 사람들에 비해 잘 하는 것 하나 없고, 내세울 것 없는 초라한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다른 사람들보다 제가 삶을 덜 치열하게 살았다는 부분도 있겠고, 여태까지 운이 많이 좋았는데 이제는 운이 아닌 실력으로 승부를 하다보니 현실에 부딪히게 된 것 같네요. 본인의 부족함을 자각하게 되니 미래가 이제 너무 두렵고, 나아갈 길이 막막해서 가끔은 제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는 어느 정도는 노력을 해왔는데, 20년 이상 축적된 경험과 지식의 레벨은 결코 단기간에 무엇을 한다고 뒤바뀔 수 없다는 사실이 계속 저를 더더욱 괴롭게 만드네요.
부모님은 언제나 저를 사랑하세요. 저도 부모님을 사랑하구요. 부모님은 종종 제게 따뜻한 조언을 해주시곤 하는데 부모님이 바라보는 저의 모습, 그리고 기대치에 제가 잘 부응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20여년 넘게 헌신적인 사랑을 받았는데 이를 돌려줄 수 없다는 사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고, 제 자신이 한심하게만 느껴지네요. 너무 괴로워요. 삶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는데, 부족함 때문에 미래가 점점 막연해져만 가는데, 이런 말을 부모님한테 말하면 자식이 행복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는 부모님께 누를 끼치는 것 같아 말도 못하겠고, 친구들에게조차 이런 말을 선뜻하기는 힘들어요 (본인에 대한 불안정감을 드러내는 건 치부를 드러내는 건데, 친구들에게는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요...). 이러한 생각을 계속 혼자 안고 가다보니 계속 우울한 쪽으로 빠지게 되네요.
여러분들 중에 저처럼 본인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삶이 괴롭고, 힘들어하시는 분 있나요? 주변이 바라보는/기대하는 나의 모습과 나의 실제 모습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인한 괴로움이라고 정의를 해야할까요.. 만약 있다면 조언이나, 본인은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많은 사람들의 글을 관찰해보았는데, 이러한 무기력함 가득한 글을 올리면 비난이 많이 달리더군요 - '그렇게 나약해서 삶은 어떻게 살거니', '너를 낳은 네 부모님이 참 안타깝다'. 비난하고 싶으시면 그렇게 해주세요. 제 사고 방향은 이미 기울어진 터라 본인을 위로해줄 여력이 없는 것 같고, 이러한 제 모습에 대한 여러분들의 평가와 도움이 필요해요. 따뜻한 조언을 주신다면, 이를 통해 용기와 힘을 얻고, 이러한 제 모습에 대해 비난을 해주신다면, 그 따끔한 일침을 삶의 지침서로 삼아 삶의 태도를 바꾸어볼 생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