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방황하는 30대 여자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워서 이 늦은 시간까지 잠도 안 오네요.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는데, 두서없이 적어내려가는 글이
다소 횡설수설하더라도 모쪼록 너그러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랫동안 연애한 남자친구가 곁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다른 사람에게 빠져듭니다.
남자친구는 좋은 사람입니다. 그는 저에게 있어서 최고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죠.
물론 저는 제 남자친구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매력을 느끼는 대상이 나타나면..
동성이든 이성이든, 그건 저에게 중요하지 않고요. 엄청나게 말도 안 되게 좋아합니다.
가끔씩 파도가 몰아치듯 특정대상에게 한없이 빠져들어서 주체가 안 될 지경이에요.
그 사람을 아주 많이 좋아해서 거의 떠받들어 모시는 수준으로 호감표시를 합니다.
그게 연애감정하고는 다른 마음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깊이 좋아해서 항상 문제가 생겨요.
그런 사람이 생기면 그때부터 마음, 시간, 돈.. 기타 등등.. 많은 것을 쏟아붓곤 하거든요.
비록 상대방에게 성적인 끌림이 없다고 해도, 설레고 좋은 게 사랑이 시작되는 감정하고
다를 바 없어요. 연인을 대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저도 참..
'이러면 안 되지.. 정말로 내 연인에게는 미안한 일이고 상대방에게도 좋지 않은 행동이야..'
머릿속으로는 잘 알고 있지만, 마음이 휘몰아치는대로 행동하다 보면 멍청한 짓만 일삼아요.
제가 매력을 느낀 상대방이 나쁜 여자거나 나쁜 남자일 경우, 저는 알면서도 이용당하고요.
그 사람들과 안 좋게 이별하고 나면, 실연한 기분이랑 똑같아요.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아요.
어느새 진짜 나는 설 곳이 없어지고 오로지 '그 사람을 좋아하는 나'만이 남게 되는데요.
제 언행들로 인해 병적인 갑을관계가 형성되고 멀쩡했던 상대방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슈퍼갑으로 변모하고요. 저는 그 사람 앞에서 저자세로 일관하는 찌질한 을이 됩니다.
처음에는 서로 사이가 좋았다가도 나중으로 갈수록 그 사람은 짜증내고 저는 사과하고..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되고요. 서로에게 해롭기만 한 사이로 전락하고 맙니다.
나중에는 저도 제 자신이 이해 못할 짓을(새벽 늦게 그 사람 집앞에 찾아가 밤샘을..ㅠㅠ)
하고 있더라고요. 그 사람이 전화로 화 좀 냈다고 바로 택시타고 찾아갔어요. 스토커돋죠.
제 행동에 화가 난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저한테 가혹하고 잔인하게 모욕을 주었습니다.
그 사람이 화가 난 이유는 저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 때문에 동네방네 이상한 소문이 나서..
상대방도 '여자'였거든요. 여자가 여자 집앞에서 밤샘하는 미친 짓을 하니까 엉뚱한 소문이
났나봐요. 동성애자라는 소문 때문에 그 사람 가족분들까지 피해를 입었다고 하더라고요.
하긴 보통의 정상적인 동성친구끼리 연인도 아닌데, 상대방 집앞에서 용서를 구하기 위해
밤샘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겠죠. 아니, 그런 사례는 눈씻고 찾아봐도 아예 없을 겁니다.
이렇듯 건강한 인간관계가 아니기에 당연히 얼마 못가 파국을 맞이하게 된 거겠죠.
벌써 몇 번째 반복되는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해요.
점점 자신감도 없어지고 자책하게 되고 자괴감만 가득합니다. 평범하게 좋아했어야 했는데.
지나치게 좋아하다가 저는 지나친 행동을 하게 되고, 상대방은 지치고 질리게 되는 것 같아요.
이것저것 다해주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상대방은 딱히 제가 주는 것들을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저의 의존성이 문제였던 건지. 제가 미성숙한 사람이니까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건데.
제가 그토록 빠져들었던 상대방에게 무엇이 되지 못한다 해도, 잘 지내면 그걸로 충분했어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사이좋게 잘 지낸다는 게 얼마나 헛된 바람인지 알 것 같아요.
상대방을 이상화해서 동경하는 마음으로 올려다보고 있으니 상대는 너무나 부담스러웠겠죠.
저 너무 힘들어요. 적지 않은 나이에 나잇값도 못하고 사람한테 빠져 허우적대고 있네요.
요즘 일상이 파괴되는 수준이에요. 그 사람과 절연하고 나니 심신이 피폐해지는 게 느껴져요.
어쩌면 좋을까요? 제 자신이 사랑중독, 어쩌면 사랑불능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된다면 저 결혼도 못할 것 같아요. 저 같은 사람은 결혼하면 안 되는 거죠.
평범한 행복, 저도 누리고 싶습니다. 제가 가진 행복을 걷어차고 있는 건 저라는 걸 알지만요.
제가 너무 외롭고 나약한 사람이라서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고 기대려는 심리가 발동하는 건지,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나를 바꿔나가야 할까요? 무가치하게 행동하는 제가 무서워요.
이렇게 계속 지내다가는 더 심한 나락으로 제 자신을 밀어넣을 것 같아서요.
여기서 이만 글을 줄일게요. 불안한 속내를 털어놓으니 조금은 나아진 듯합니다.
누가 이걸 보게 될지는 모르지만, 제 글을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고맙습니다.
늘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랄게요. 오늘도 편안한 하루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