끙끙거리다가 누구한테라도 털어놓고 싶어서
친한 친구들은 이미 질리도록 들어버린 이야기,
징하다며 그만 좀 하라는 이 이야기를 어디에라도
토해내고 싶어서 톡에 이야기해봅니다.
관심 안 가지셔도 좋고, 댓글 없어도 좋아요.
고 1, 동아리 OT한다는 교실에 막 도착해
선배들이 미리 준비해놓은 피자를 먹으며 어색하게 피자를 뜯던
그 순간, 드르륵-하고 열린 교실 문으로 네가 들어왔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교실은 음지라 네가 들어온 쪽은 햇빛이 들지 않는 곳이였는데
네 뒤로 후광이 비쳤던 소설틱한 장면이 머리속에 남아있다.
처음엔 아닐거라고, 아닐거라고 부정했다.
너의 짧은 머리, 쿨내나는 말투 때문에 남친다운 남친 없어봤던
내가 설레는 거라고, 그러니까 이건 아무것도 아닐거라고.
그런데 왜 난 널 볼때마다 뭐라도..뭐라도 주고 싶었을까.
사탕 하나라도 쥐어줘야 했다.
그거라도 주고 휙 돌아설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였다.
그걸 까서 먹는 널 보면
난 세상 최고의 부자도 부럽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 해, 이례적으로 폭설이 내렸고, 17살의 소녀들은 추위도 모르고 뛰어놀았다.
젖은 와이셔츠 털어내며 같이 계단올라가는 순간,
난 또다시 너에게 반했다.
그래도 난 끝까지 부정했다. 하루에도 널 생각하며
지옥과 천국을 오가고 있으면서도 '넌 착각하고 있어'라고
우겨댔다. 그 수 외에는 17살의 나는 방법을 몰랐다.
1년이 지났다.
고 2가 된 나는 상사병 때문에 죽었다던 신화속 많은 인물들처럼
너 때문에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신경 안 쓸텐데,
괜히 나 혼자 움츠러들고, 눈물났다. 한밤중에 쿨쩍거리기도 했다.
네가 다른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즐겁게 웃으면
난 고백조차 안될 질투가 생겨 괴로웠다.
그리고 죄책감이 생겼다. 날 그냥 고교친구로 생각할 네게
미안해졌다. 그건 생각보다 무거운 마음들이었고,
너와는 점점 어색해져갔다. 그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어쩌면, 이렇게 널 잊을지도 모른다고, 잘 된 일이라고 날 다독였다.
눈은 오직 너만을 쫓는데.
5월의 어느 날, 교무실 앞에서
네 입술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보였던 그 날을 난 아직도 기억하는데.
고3이 되었다. 베프가 너와 같은 반이 되었다는 사실에
베프 핑계로 널 보러 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서
유치찬란한 날 자조적으로 여기면서도 난
매일같이 네가 있는 그 곳으로 향했다.
'매점가자'고 베프한테 얘기하는 핑계로 한번이라도
널 더 보고 싶어서..이제 졸업하면 널 볼 수 없으니까.
제발. 졸업의 시간이 더디게 가길.
조금이라도 미뤄지길. 어떻게라도 되길.
수능이 끝났다.
드디어 핸드폰이 생긴 너.
번호교환하자했더니 '왜?'라고 되물어서
말문이 막혔던 나.
너와 같은 학교에 붙었다. 쪽팔렸다.
너한테 잘 보이고 싶었나보다. 같은 일도
네가 하면 천지창조처럼 대단해보이는데
내가 하면 왜 이리 초라한지.
우기고 우겨서 재수했다.
재수하는 동안에도 네 생각이 났다.
그 때 처음 알았다. 얼굴 안 본다고 사랑하는 마음이 멀어지진 않나보다, 젠장.
그리고 담배를 배웠다. 그러다가 웬지 나중에라도 널 만났을 때
담배향이 나면 네가 얼굴 찌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끊었다.
재수는 대실패였다.
난 장학금 받는 조건으로 작년에 붙은 대학에 가게 됬다.
널 볼 수 있는걸까.
그건 너무 오만한 생각. 학년도 과도 다른 우리는 그럴 수 없었다.
물론 네가 활동하는 동아리는 알고 있었다.
내 앞에 갈린 두 개의 길. '들어갈까. 말까.'
날 아는 2명의 친구들은 들어가라고도, 들어 가지말라고도 했다.
고민하다가..동기핑계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밤, 자기전
속으로 많이 울었다.
그래도 행복해. 네 얼굴을 본다는 건 생각보다도 내게
좋은 일이였다.
4년째다.
지겨운 4년. 행복한 4년. 우울한 4년.
그동안 나도 나름 썸 타보고, 사귀어볼까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도무지 마음이 가질 않았다. 설레지를 않는다.
수치심마저 살짝 들었다. 그래, 이 마음을 억지로 버리진 말자.
근데 이런 생각하다가 지금 4년씩이나 끌어오고 있는걸.
너에게 고백조차 할 수 없어. 지금의 아슬아슬한 관계조차 끊어지면
난 지금...이 글을 쓰는 순간조차도 눈물나.
상상만 해도 그건 싫어. 친구관계조차도 깨지게 된다면...절대로 안되.
..설령 고백이 성사된다 해도
내가 무슨 권리로 너에게
이 세상에 비난 받을, 너의 부모님이 속상해할, 네가 힘들
관계를 강요할 수 있겠어. 안돼.
그냥 오늘 꿈이나 꿔야겠다. 네가 내 꿈에서라도
내 손을 잡아주고, 나와 벛꽃이 휘날리는 길을 걸어준다면
난 그걸로...내일도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난 멀쩡한 척 즐거운 척
최대한 '푸하하'웃을 것이다. 적당한 친구니까, 난.
정말로 좋아하면, 쉽게 그 말을 내뱉지 못하게 된다는게,
혼자가 되도 그 말을 못 내뱉게 된다는 게..실감난다.
글로도...널 사랑한다고 할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