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히로부미는 한때 일본 지폐 천엔 짜리에 얼굴이 실릴 정도로
일본인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왜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인들에게 존경받는가?
그것은 그가 일본의 근대화에 공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다.
이토는 조선 침략과 중국 침략을 통해서
일본이란 나라에 수많은 이익을 준 인물이었다.
그의 생전에 내세웠던 '정한론'과 '대동아 공영권'은
쉽게 말해 조선과 중국을 노략질해서 일본을 이롭게 하자는
사상이었던 것이다.
이토는 이 사상을 실현하기 위해
조선에 을사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중국 침략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갔다.
그러나 이토 히로부미는 만주의 하얼빈에서
기자로 가장한 한 남자로부터 총을 맞아 살해당하고 만다.
총을 쏜 사내는 콧수염을 기르고 눈이 맑은 사내였다.
총을 쏜 후에도 침착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던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은 바로 안.중.근.이었다.
안중근이 이토를 죽인 것은
그가 살인을 좋아해서도 아니고
테러범이라서도 아니었다.
이토의 사상이 동양 평화를 위협하고
조선을 노략질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안중근은 사실 무척 책을 많이 읽은 지적인 인물이었다.
감옥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고,
직접 쓴 붓글씨가 아름다울 정도로
학문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었다.
그가 이토를 죽인 것은
이토라는 인물을 죽임으로써
동아시아에 평화를 가져오기 원했기 때문이었다.
감옥에 갇힌 안중근은 일본인 간수들의 감시하에
여러 번의 재판을 받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본인 간수들은
안중근의 인품에 깊이 감화를 받게 된다.
사형 집행일 당일 안중근 의사는
일본인 간수 한 사람에게
붓글씨 한 점을 써 준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것은 군인의 본분"이라는 글이었다.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인의 존경을 받을지는 몰라도
한국인이나 중국인으로부터는 결코 존경 받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안중근은 일본인들의 영웅을 죽였음에도
가까이에서 그를 본 일본인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가까이에서 안중근을 접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존경할 만한 인물이 바로 안중근이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써 준 그 붓글씨,
그것은 그 일본인 간수의 후손들에게 가보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