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season1.e5. 프사이] 콩그라츄라이숀!! 10유로, 드디어 넘다!!!

vagabond |2014.04.06 20:07
조회 69 |추천 0
일일호프의 세계유랑버스킹 우정의 무전배낭여행  blog.naver.com/adaypubwww.facebook.com/adaypub

스페인 5일차 - 마드리드

이날 수입 : 10.45유로

 

 

 

Chueca역 근처에서 가장 번화한 SOL 광장.

밤기운에 젖어 이곳을 찾은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낯선 동양인들의 공연이 한창이지만 신기함과 경계가 뒤섞인 그들의 눈빛 속에서 흔쾌히 돈을 넣어주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나 : “와... 다들 사진만 찍고 가네, 너무한다 진짜”

힉스 : “그러게..두 곡만 더 부르고 일어나자.”

나 : “오케이.”

 

그 때, 한쪽 구석에서 우리를 주시하던 무리중 금발의 청년이 입에 담배를 물고 한손엔 맥주캔을 든 채 다가온다. 알 수 없는 미소와 불량한 걸음걸이. 묘한 긴장감이 척추를 타고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청년 : “안녕, 혹시 영어 할 줄 알아? 영어로 유명한 노래좀 불러줄래?”

나 : “어,, 안녕, 영어 쪼금 해. 혹시 콜드플레이 좋아하니? Yellow 불러줄까?”

청년 : “뭐? 대박!! 콜드플레이 완전 사랑하지!! 그러면 우리가 너희 관객 해줄게. 야~ 얘들아 이리 와봐! 다음 노래 Yellow래!!!

 

순식간에 열댓명의 백인 학생들이 우루루 몰려와 우리를 둘러싸고 앉는다.

‘하하,,, 이런’

10유로의 기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며칠동안 우리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실력과 따듯한 웃음을 지어주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만큼 조소를 날리며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 턱없이 부족한 공연수입,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짐과 이동을 해야 하는 체력적 한계 등..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를 힘들게 했던건 둘 사이의 관계가 아닐까 싶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하더라도 생각이 다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른데 이런 예민한 상황에서는 조금씩 핀트가 어긋나도 쉽게 회복되기 힘들다. 더구나 우리는 마초도 아니고 그렇게 쿨가이도 아니다.

 

특히, 관광이 주가 아니라 생활과 공연이 주가 되는 여행이라 짜여진 스케쥴이 없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추구하는 방향이 다를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다름들이 만들어내는 불편한 기류가 분명히 존재했다.

운동과 개인공부를 하고 싶은 나와 음악이론 공부와 글쓰기를 하고 싶은 힉스의 개인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연락 가능한 저렴한 유심칩을 알아보았으나 각국에서 매번 사야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터덜터덜 숙소로 돌아왔다.

 

힉스 : “10유로나 벌자! 나가자!!”

나 : “고고고!”

 

간만에 신라면과 짜파게티로 원기충전한 우리는 의욕을 불태우며 아침에 운동했던 공원을 찾았으나 웬걸,, 사람이 없다. 레알과 샬케의 챔스경기 때문일 거라고 결론지어 버리고 근처에 있는 랜드마크로 가기로 했다.

 

힉스 : “프라도 미술관! 너로 정했다!”

 

역시나 사람은 없다. 문득, 낮에 유심칩을 사기위해 들렸던 솔 광장이 떠올랐다. 샬케 팬인 독일 형님들이 장악하고 있던 바로 그곳. 공연하다가 맞을수도 있다는 진담 섞인 농담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광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보이는 무수한 펍과 레스토랑들.

‘홍콩에서는 지금 즐기고 있는 저 사람들 중 하나가 나였었는데’하고 생각하니 문득 서글퍼지면서도 이 상황이 재미있다.

 

결과적으로 광장에서의 공연은 우리의 첫 성공작이 되었다. 솔 광장을 택한 나와 두 곡만 더하고 가자던 힉스의 완벽한 타이밍의 하모니!

물론 순수하고 붙임성 있는 벨기에 청년들의 호의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고등학교 졸업여행을 왔다는 그들은 연신 담배를 피워대고 이미 맥주에 살짝 취해있었지만 그 나이대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여학생들은 Jason Mraz의 ‘I’m yours’를 수줍게 따라 부르고 남학생들은 Radiohead의 ‘Creep’에 열광했다. 맥주와 담배를 권하며 씨익 웃는 친구, 원더풀 하다며 팬이 될 거라고 살짝 립서비스를 해주는 귀여운 여학생들, 빌어먹을 자기 나라에 꼭 방문하라며 치어스!를 외치는 아일랜드 친구, 우리의 네임카드를 받자마자 자기 옷에 붙이며 너스레를 떠는 벨기에 친구까지

이름은 몰라도 그 순간엔 모두가 친구였다.

 

이날 경험은 기분 좋은 짜릿한 성취감과 동시에 남부유럽을 포기하고 언어가 통하고 ‘록’을 좋아하는 북유럽으로 빨리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뿐만 아니라, 마음 한구석에서 소리 없이 쌓여가던 스트레스와 불안, 서로에 대한 서운함 등을 잊은 채 공동의 목표를 다시 한 번 재고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돈통에는 정확히 10.45 유로의 동전이 짤랑거리며 뽐내기라도 하듯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 따듯했던 벨기에 친구들

 

 

프사이.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