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서해상에서 포격전을 벌이고 지구촌이 이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사태는 참담한 일이다. 남북의 무력 충돌 현장을 목격하고 공포에 떨어야 하는 주민과 대북 대응 임무를 수행하느라 고생하는 군 장병들의 고통 등을 생각하면 무척 가슴 아픈 일이다. 남북은 민족의 대 재앙을 몰고 올 전쟁을 전제로 한 군사행동을 벌이는 것은 극력 피해야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남북의 이번 충돌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독일 드레스덴에서 3대 대북 제안을 한 직후에 발생한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만약 박 대통령이 북이 수용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했다면 서해상에서의 충돌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를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한반도가 전쟁 위험 지대라는 것을 세계가 확인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역을 해야 국가 경제가 유지되는 구조라서 외국의 바이어들이 오지 않고 투자자들이 등을 돌리면 변고가 생기게 된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정치논리 사라져야
남북 충돌 시 북한에 대한 막힘없는 언급은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언론은 이번에도 남북을 360도 전 방향에서 살핀 막힘없는 논리 전개를 기피하고 있다. 분단 상황이라 해도 상대와 나를 정확히 살펴서 대안 제시를 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이지만 현실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분단과 관련해 남측 정부는 언제나 옳고 북은 틀려먹었다는 논리만이 언론 보도 논평에서 춤을 춘다. 그러다 보니 남측 언론은 남북 대결 상황에서는 남측이 추진하는 심리전의 주요 매개체로 전락한다. 북한은 언론의 위상이 남측과 다른 정부 기관 형식이어서 말할 필요도 없다.
이번처럼 군사적 충돌 사태가 벌어지면 국내 대부분의 남측 언론은 남측 정부의 주장과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 태도를 반복한다. 뒤탈이 없고 가장 안전하기 때문일까. 그러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에서 향하 발생할 전쟁은 너무 끔찍하다는 점에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 상황 파악과 대안 제시는 생략할 수 없다.
현대전은 군과 민간을 구분치 않고 살상하는 전면전의 형태다. 2차 대전의 융단폭격, 일본에 대한 핵 투하,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등에서의 공습 등이 그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구상을 담은 연설의 장소로 선택한 드레스덴의 경우 제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5년 2월 연합군의 공습으로 25만명이 사망한 세계사적인 비극적 장소의 하나다.
오늘날 한반도 긴장상태가 고조되면서 남북의 말싸움은 전면전을 전제로 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엄청난 군비 증강과 군사 훈련을 통한 상대 압박 방식이 지속될 경우 우발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전면전은 생지옥과 같은 처참한 피해를 가져온다. 특히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더욱 그러하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막아야 하는 것이 지상과제다.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정치논리는 사라져야 한다.
군은 안보를 위해 필요한 존재이지만 전쟁을 막는 군대여야 한다. 정치는 전쟁을 피하고 저지하는 목표를 앞세워 군을 통제해야 한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6.25 전쟁과 그 이후의 기나긴 냉전을 통해 확실히 경험했다. 그것은 7.4공동선언, 6. 15공동 선언 등의 결실을 낳았다. 이제라도 남북은 평화적인 방식으로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군축을 통한 전면전과 민족 전멸의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
어떠한 이유로든 '전쟁' 합리화될 수 없어
미국과 러시아의 전략무기 감축 합의 실천 방식을 한반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진정성 운운 하지만 그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미국과 러시아는 첨단 과학 감시 시스템 등을 활용한 효과적인 상대 전력 점검 방식을 통해 군축을 20년 넘게 실천하고 있다.
한반도의 비핵화나 군축 등도 감시 위성, 불시 방문 점검 등을 통해 원만한 수행이 가능하다. 상대방의 진정성을 구실 삼아 대화조차 하지 않는 것은 한민족 전멸과 동북아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기상황에 무지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소아병적인 정치적 야심 때문이라면 그것은 민족을 포함한 지구촌 전 인류에게 죄를 짓는 것이기도 하다.
남북간에는 군사적 대립과 도발, 보복에 대한 메시지가 상시적으로 쏟아지는 상황이지만 이런 불행한 상황은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 첨단 과학은 상대방의 진정성을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제 남북은 전쟁의 위험을 원천 제거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불가피한 전쟁이 존재한다고 하고 정의의 전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쟁은 그것의 방지가 가능한 여지가 손톱만큼이라도 존재하는 한 그 발생은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될 수 없다. 특히 한반도는 3면이 바다이고 휴전선이 직선으로 뻗은 형태로 육지에서 국지적인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전면전의 비화를 막기 어렵다.
남북 당국이 이런 면을 고려해서 일까, 걷잡을 수 없는 확전 위험이 그래도 덜한 바다, 즉 서해 해역에서 군사 충돌을 벌이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러나 제한적인 군사적 행동이라 해도 현재의 남북간 대립 양상을 보면 위태롭다. 우발적 충돌도 큰 피해를 가져올 군사력 사용으로 확대될 개연성이 매우 크다.
전쟁은 두 개 이상의 적대 세력이 부딪혀야 발생한다는 점에서 서해상 포격전을 볼 때 남북을 다 비판해야 하는 것이 정당하다. 그러나 휴전선으로 막혀 있는 상황에서 남측이 북에 대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기 어렵고 북의 태도 변화를 남측에서 유발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필자가 남측에 소속 되어 있고 박 대통령은 국민의 머슴으로 뽑힌 이상 국민의 입장에서 전쟁과 관련해 비판하고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박 대통령 드레스덴 공대 연설, 정작 남북 문제해결 핵심쟁점 외면
남북은 수십 년 간 전면적 대치 상태를 지속하고 있고 상대방에 대해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의 됨됨이에 대해 손바닥 읽듯 다 파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남북 당국이 주고받는 뼈 있는 메시지는 고도의 심리전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상대의 약점이나, 상대가 반드시 화를 내면서 대응할 것들이 농도 짙게 담겨 있다.
만약 박 대통령이 북한이 적극 호응할 그런 제안을 독일에서 했더라면 오늘의 상황은 박 대통령이 통일 대통령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란 국내외의 찬사를 받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박 대통령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국내외 TV가 실황 중계하는 가운데 세계를 향해 제안한 평화통일 방안의 여운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의 포탄 1백 여발로 그 흔적조차 사라져 버린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8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연설을 통해 ‘평화통일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북한 당국에게 세 가지 제안’을 한다고 밝혔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핵심쟁점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던 그 연설은 남북간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의 '3대 제안'과, 이 제안을 실현하기 위한 '남북교류협력 사무소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DMZ 평화공원 협력’까지 포함해 4대 제안 모두 인도주의, 경제발전, 신뢰구축 등 비교적 건설적이고 호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남북 교류를 원천 차단하고 있는 5.24 조치 해제, 평화체제 논의를 전제로 한 6자회담 재개, 남북간 기존 합의의 존중 등 교착된 남북관계를 타개하고 상호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들은 없었다.
박 대통령이 남북 대치 상태를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면서 자신이 종래 강조해오던 일방 통행식 대북 정책만을 언급할 경우 북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을까? 북이 핵 문제 등에 어떤 태도를 보여 왔는지를 청와대의 관련 비서들은 모르고 있었을까? 지난 수년간 남북 관계가 전쟁 직전의 상황으로 치닫는 일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이런 점을 떠올리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이 구상이 혹시 통일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의 부정선거 및 간첩 조작 사건 등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통일 대박’ 등을 주 의제삼아 관련 발언에 집중하는 모습은 정치 공학적 발상의 결과라는 의혹을 자초하는 측면이 있다.
현재 남북간 긴장 상태를 ‘북한 너 때문이야’라고 전적으로 북한 책임으로 돌리면서 미국과 함께 북한 급변 사태를 겨냥한 대규모 군사 훈련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60년 넘은 정전협정, 남북이 발 벗고 나서야
그러나 국가간 갈등이나 대치 상태를 해당 국가들이 어떻게 풀고 있는지 밖으로 눈을 돌려 보자. 일본과 북한은 한미 두 나라의 대북 강경 대응과는 거리가 먼 태도로 대화를 이어 가고 있다. 북일 두 나라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대화를 진행시킬지 속단키 어렵지만 일단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 모습에는 시선이 간다.
크림반도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가 극도의 대립 상태이면서도 대화의 끈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현재 남북은 체제의 두 지도자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다 보니 두 지도자의 성향에 주목하게 된다. 남측의 경우 부모가 비극적인 종말을 맞고 본인도 미혼인 상태에서 자기가 설정한 목표를 향해 무섭게 돌진하는 성격이다.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는 평가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북측은 고모부를 사형시킬 만큼 가혹한 성격의 리더십으로 압축된다. 상황에 따라 물불 가리지 않을 듯한 모습이다. 이런 두 리더십이 맞부딪힐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생각하면 으시시해진다.
남북 국력이나 군사력의 차이는 수십 분의 일이 넘는다. 한미 재래식 군사력은 북의 몇 십배에 달한다. 핵의 경우 미국의 핵우산은 북의 초보적인 핵무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더욱이 북은 미국과 유엔의 제재 속에서 사면초가의 어려움 속에 있다. 크림 반도 사태 등은 핵을 포기한 국가의 처지가 어떤 것인가를 드러내고 있어 북한의 핵 폐기는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이행 수준이 아니면 현실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남북은 60년이 넘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일에 우선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세계 전사에서 매일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최장기 정전협정의 독기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하다. 핵 문제는 이미 6자 회담에서 그 해법이 나와 있으니 ‘말대 말, 행동대 행동’의 원칙 속에서 실천만 하면 된다. 민족은 하나라는 차원에서 진정한 민족적 이익이 지구촌 전체 구성원의 이익과 직결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지구촌을 살필 때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에서 나타나는 집단주의, 국가주의, 민족주의 열기는 매우 뜨겁다. 이는 인간의 생체적 DNA가 발현되는 현상인지 모른다. 한반도의 경우 남북으로 분단되어있으나 하나의 민족이라는 것을 후천적인 것으로 무화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언젠가 통일이 될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점을 살펴 민족이 하나가 될 미래를 생각해 체제를 달리하는 민족에게 몹쓸 짓을 해서는 안 되고 한민족이 역사 속에서 생존해 나갈 전략은 남북이 경제 공동체를 이뤄 창조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고승우 1980년대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민중의소리》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