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난대응력, 남재준 해임요구도…뉴스 없는 깜깜한 세상
사고 사흘째. 탑승자와 구조자 수조차 여전히 오락가락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명단에 없는 사망자가 나왔다며 탑승자 수를 또 정정했다. 가축이나 짐짝을 세는 것도 아니다. 귀중한 인명을 확인하는 작업이 이토록 엉망이라니.
가축이나 짐짝 세는 것도 아니고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오후 정부는 탑승자 수가 476명이고 이중 368명이 구조됐다고 발표했다. 경기도 교육청이 확인했다며 단원고 학생들은 전원 구조된 상태라고 밝혔다.
몇 시간 뒤 구조자 수가 확 바뀐다. 180명만 구조됐고 290명이 실종됐으며 단원고 학생들은 77명만 구조됐다고 말을 바꿨다. 생존자들을 중복 계산해 발생한 착오였다고 해명했다. 200명이나 잘못 세놓고도 착오란다. 소문난 멍청이도 이보다 낫겠다.
‘멍청한 정부’는 이후에도 수치를 수시로 바꿨다.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탑승자수는 476명-457명-459명-462명-475명-476명으로 널뛰기를 했다. 심지어는 살아있는 구조자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179명이라고 최종 발표해놓고 19일 아침 다시 174명으로 정정했다.
그러면서도 꼭 핑계를 댄다. 안행부는 “해군, 해경, 민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구조하다보니 착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착오가 아니라 ‘무능의 극치’다.
정부 무능함, 구조작업에도 그대로 재연
사람 수조차 제대로 세지 못하는 무능함이 실종자 구조작업에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선체 산소주입과 구조대의 선체 진입은 초미의 관심사다. 통로를 확보하고 산소주입에 성공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실종자 가족들은 아들 딸 이름을 부르며 팽목항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는 달랐다. 산소 주입이 이뤄진 게 아니라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가족들은 정부를 맹비난했다.
선체 진입만을 학수고대하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던 가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들려왔다. 18일 오전 11시 안전행정부 대변인은 “구조대가 10시 5분 선체 진입에 성공했으며 식당칸까지 통로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인 만큼 모든 언론들은 이 소식을 ‘속보’로 다뤘다.
하지만 같은 시각 해경의 발표는 달랐다. “구조대가 선체 식당칸에 진입한 게 아니라 단지 공기를 주입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발을 동동 구르던 가족들은 “이게 무슨 대책본부냐” “정부 못 믿겠다” “대통령과 직접 얘기하겠다”며 고함을 치며 항의했다.
무책임, 핑계, 거짓 해명...희생자 가족 원성 높은 게 당연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대책본부는 입을 닫았다. 오후 늦게 다시 기자들 앞에 선 안행부 대변인은 또 황당한 핑계를 댔다. 엉터리 발표가 아니라 “용어 선택 혼선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둘러댔다. 거짓 해명이다. 절대 잘못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실종자 가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를 듯 높다. 대통령이 “최선을 다해 한명이라도 더 구조해라”고 지시하는 동안에도 해경은 “수색작업으로 전환한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크게 분노할 수밖에.
진도 현장으로 달려간 대통령은 부모가 실종돼 고아나 다름없게 된 6세 아이를 병실에서 데려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막중한 사태를 책임져야 할 대통령이 이런 와중에 취할 행동이 아니었다.
사망자 유족들도 부처장관들의 조문조차 거절할 정도로 정부에 대한 원성이 높다. 정부가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이번 사건과 관련된 모든 책임을 선사와 선장에게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능함에 무책임한 발언과 행동, 거짓 해명까지 난무하니 아들 딸과 부모 형제를 잃게 된 이들이 왜 분노하지 않겠는가. 세월호와 함께 정부의 재난 대응능력도 침몰했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 정부 재난대응력 뿐만 아니다
함께 침몰한 건 또 있다. 국정원과 검찰의 간첩조작 사건이 그것이다. ‘세월호 블랙홀’에 빨려들고 말았다. 궁지에 몰렸던 국정원-검찰-청와대. 내심 얼마나 좋아할까.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잦아들고, 국정원의 조작질을 개탄하는 국민의 함성도 들리지 않는다. 검찰도 조작질의 공범이라는 비난도 수그러들었다. 특검을 해야 한다는 외침도 세월호에 묻혀버렸다.
간첩 증거조작, 채동욱 불법 사찰, 부정선거 논란 등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며 국정원과 검찰,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 준 셈이 됐다. 국정원은 기사회생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모든 언론들은 ‘세월호 침몰’ 이외의 뉴스는 다루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 못지않게 중요한 사건과 정보들이 국민의 눈과 귀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 깜깜한 세상이 됐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것 참 많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실종자 가족 여러분, 국민이 함께 통곡하고 있습니다. 힘 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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