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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버스에서 자리맡아 놓는 할머니들....

헐퀴퀴 |2014.05.09 12:47
조회 2,020 |추천 7

서울과 경기도를 이어주는 광역버스, 일명 빨간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입니다.

출근길에 광역버스 타고 다니시는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시내버스처럼 내렸다 탔다를 자주하지 않고, 한번 타면 40분~1시간씩 타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제가 타는 광역버스에 항상 같은 시간대에 타시는 할머니들이 계십니다.

이 분들은 20분정도 타고 가시다가 한꺼번에 내리시는데요,

항상 엄청나게 큰 가방을 메고 다니시고 복장이 편한 일바지를 많이 입으시는 것을 보아,

근처 공장등에 일손도와주러 가시는 분들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하고 있었습니다.

 

이 분들이 내리실 때는 한꺼번에 내리시지만, 타실 땐 각자의 정류장에서 한 두분씩 따로 타시는데요

 

 

문제는 그 큰 가방으로 자리를 맡아둔다는 것입니다....ㅡㅡ

 

본인이 앉고 나서, 옆자리에 앞자리, 뒷자리 등에 가방이나 옷을 올려두고 다음에 탈 다른 할머니 자리를 맡아두는 거죠.

다른 승객이 거기 앉으려고 하면, 일행이 있다고 안비켜주십니다;

정류장을 많이 거쳐가면서 승객들이 늘어나면 그 할머니들이 맡아놓은 자리에는 못앉고 서서 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두어번 서서 간적이 있구요. 

다들 힘든 출근길에 자리를 2~3개씩이나 맡아두고 다른 승객들 못앉게 하는 모습을 계속 보면서, 못마땅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늘, 저는 이 할머니들 근처에 앉게 되었습니다.

역시 할머니들께서는 자리를 2~3개 맡아두고 계셨고, 항상 그래왔듯이 그 큰가방에서 빵, 사탕 등을 드시며 

자리를 맡느라 곳곳에 퍼져있는 본인의 일행들과 큰 소리로 이야기꽃을 피우고 계셨지요.

다들 피곤한 출근길에 눈감고 자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할머님들이 이야기하시는 것까지 제가 뭐라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소란스러웠지만  그냥 눈감고 반수면 상태에 있었습니다.

 

어느덧 자리도 꽉차고 서서 갈 자리도 조금은 부족한 상황인 듯 했는데, 할머니 한분이 더 타시더군요.

할머니가 자리를 하나 덜 맡아두셨는지 아차, 하며 안타까워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서서가는 자리도 부족한 그 상황에서, 할머니께서 제 뒤에 앉으신 할머니 옆으로 오시려고 많은 사람들을 헤쳐가며 자리를 옮기시네요.

그러던 중 저는 할머니의 가방에 맞았습니다.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어쩔 수 없다 치고 그냥 가만히 아무 반응도 안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제 뒤에 앉았던 친구사이인듯한 할머니께서 본인은 다음 정류장에서 내리신다고 자기 내리면 여기 앉으라고 하시더군요.

 

솔직히 저는 그 할머니께 자리를 양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저도 급행버스 타려다가 만석이라 2대나 그냥 보냈고, 오랫동안 기다려서 겨우 앉아서 갈 수 있는 버스를 탔습니다.

평소에 자리를 맡아두고 다른 승객들 못앉게 했던 그 할머니들께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제 뒤에 분이 곧 내리신다니, 그럼 거기 앉으시면 되겠다 생각해서 앉아있었습니다.

 

그런데 신호대기로 정차하고 있는 내내 할머니께서는 제 뒤에 앉아있는 일행분과 얘기를 하신답시고 계속 손으로 제 머리를 치시더라구요.

인상이 찌푸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제 표정을 보신 할머니께서 그 때부터 욕을 늘어놓기 시작하시네요.

젊은 사람이 참 성질이 고약하고 까다롭다면서,

사람이 많다보면 옷깃이 스칠 수도 있는거지 그걸 가지고 그렇게 짜증을 내냐며...

그렇게 불편하면 자가용을 탈 것이지, 대중교통 이용하면서 그런 것도 배려못하냐고

참 교양없는 아가씨라고 계속 욕을 하시더군요.

 

참다참다못해,

"자꾸 손으로 치시니까 그런거에요."

라고 했더니 또

옷깃을 스친 것 같고 저렇게 눈 똑바로 뜨고 나이 많은 사람한테 버릇없이 얘기한다며,

너는 부모도 없구나, 젊으면 다인줄 아냐, 니가 젊은 게 자랑이냐며

정말 쌍욕빼고는 온갖 욕을 다 퍼부으십니다ㅡㅡ

 

아니...제가 짜증을 낸 것도 아니고, 욕을 한 것도 아니고,

인상을 찌푸린 것 뿐인데 그렇게 욕을 얻어먹으니...

저도 가만히 있기는 참 힘들었습니다.

 

그만하시라고 했더니, 내가 왜 니 명령에 따라야하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곧 제 뒤에 앉아있던 할머니가 내리시고, 저에게 욕을 하시던 할머니가 그 자리에 앉으시더니

뒤로 젖혀진 의자나 앞으로 다시 당기라며 의자를 발로 퍽퍽 차시네요ㅡㅡ

그 의자요...

할머니 친구분이 이미 아까부터 계속 잡아당기시고 가방걸어놓고 그러느라 뒤로 제껴진거에요...

 

발로 퍽퍽 차시고 의자를 흔들면서 계속 아까와 같은 욕을 하시길래

참다참다 뒤를 돌아보고

"말씀으로 하시면 되지, 왜 의자를 차고 흔드세요?"

라고 맞받아쳐버렸네요.

그 때는 저도 너무 어이가 없어서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할머니께서는

니가 지금 나랑 한번 제대로 싸우려고 계속 이러는 거냐며,

어디서 시비를 거냐고 계속 소리를 지르시네요.

 

할머니께서 먼저 저에게 시비를 거셨잖아요, 라고 말씀드리니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시네요.

그럼 뭐라고 부르나요ㅠㅠ

 

그러면서 그 옆에 앉아계시던(항상 자리 2~3개씩 맡아두던) 친구 할머니랑

있는 욕 없는 욕을 다 늘어놓으시는데..

 

어후...

생긴 것도 쫙 찢어져서 사납게 생겼다느니,

가정교육을 제대로 못받았느니, 자기 할머니한테도 저럴 거라느니

말세다 말세...젊은 사람이 교양없이 무슨 짓이냐고..

자리를 양보하지 못할 망정~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리를 양보해줘도 나는 그냥 앉지 않는다고, 거절하고 거절하다가 미안해서 앉아간다며~

 

아...

그냥 대꾸하지 말 걸 그랬네요.

참다참다 한마디씩 대답한 것으로 오히려 저를 더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가네요.

만원버스에서 자리도 양보안하고 자리 머리 쳤다고 할머니한테 대드는 파렴치한 젊은이로요.

 

그렇게 교양타령하시는 분들이 어찌하여 맨날 광역버스 내에서 자리를 맡아두고 다른 승객들은 앉지도 못하게 하신건지...

 

더 말을 붙였다가는 일이 커질 것 같아서 그냥 듣고만 있었는데

부모가 없니, 가정교육이 잘못됬느니, 교양이 없다느니,  생긴것도 못되게 생겼다느니 등등

있는 욕 없는 욕 가만히 듣고 있던게 억울하네요.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다른 승객들한테는,

할머니한테 자리 양보도 안하고 따박따박 말대꾸하고 화내는 개념없는 젊은이로 찍혀있을 것 같네요.

 

어떤 상황이 되었든, 젊은 사람이 말대꾸하면 젊은 사람만 더 욕먹는 세상인 것을 제가 깜빡했네요.

 

지인에게 이 얘길 해줬더니, 그 욕을 먹고서도 가만히 있었냐고

다음부터 또 그러면 녹음을 해서 신고를 하라고 하더군요.

 

사실, 정말 한계치까지 참았었습니다.

한번만 더 욕하면 경찰서에 신고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일을 크게 만들기 싫어서 그만뒀거든요.

근데 신고를 했더라도, 증거가 없으니 아무 소용이 없었겠다 싶더라구요.

그렇다고 정말 녹음까지 하진 않겠지만요.

 

똥이 더러워서 피하는 거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라는 옛 말이 절실하게 와닿네요.

추천수7
반대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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