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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지겹도록 문자가 온다.

괴르디올라 |2014.05.12 18:25
조회 1,090 |추천 3

씨팔...또왔다..

지겹도록 문자가 온다. 

번호를 바꿔봐도. 답장을 써봐도.

누군가 나의 조울증을 자극하는거라면. 그래. 이젠 성공이라고 말해줄께.

 

 

그 시작은 2달전까지 거슬러간다.

엄청나게 폭우가 쏟아지는 일요일 오후.

와이퍼 소리만 가득하게 들리던 내 차가 영동의 한 터널을 지날때 시작되었다.

 

보낸사람 : 666666

메세지 내용 :  야. 너 남자 생겼다며?

 

번호를 보고는 스팸문자라고 생각하곤 핸드폰을 던져놓곤 가던길을 재촉했다.

우라질놈의 날씨는 전방 20-30m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친듯 비를 퍼붓고 있었고,

그나마 터널에서의 고요함이 반겨질정도로 시끄럽게 차를 두드렸다.

오후였지만, 잔뜩 어두워진 하늘은 시간감각을 둔하게 만든다.

 

잠시후.

 

보낸사람 : 666666

메세지 내용 : 야... 내 문자 씹는거야?

 

왠 등신들이 대낮부터 지랄 들인지... 지랄맞은 날씨에 지랄같은 문자까지..날씨때문에 차들을 엉금엉금.. 정말 미쳐버리겠다 싶었다.

 

음악도 없이 비 떨어지는 소리랑 와이퍼소리만 들으면서 달려가는길이 문득 외롭다 생각이 든다.

30이 넘었지만 변변치 않은 직장에 아직 애인도 없다. 부산에 있는 엄마는 괜찮다고 하시지만

그래도 괜시리 불효라는 생각과 이유없는 자괴감에 잠시 상념에 빠진다.

 

"끼이이이익!"

 

하마터면 박을 뻔했다.  천천히 갔으니 망정이지, 속도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앞차를 박을 뻔했다.

 

그때..

 

보낸사람 : 666666

메세지 내용 :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전화할테니까 받아!!!

 

아....스트레스다.. 이렇게 전혀 관련도 없는 문자로 누군가로부터 스트레스를 받다니..짜증이 솟구친다.

 

 

웅~ 웅~ 진동이 오기에 전화기를 들었다.

 

발신번호 : 발신번호 제한..

 

왠지 어울리는 번호다. 666666번호의 미친놈인지 년인지 모르겠지만 전화를 했다면, 왠지 발신번호 제한으로 오는게 당연하다 싶었다.

 

나 : 여보세요?

X : ..............

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X : 히힉...힉...

 

할머니인지 할아버지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노쇠한 목소리의

아주 기분나쁜 히죽거림.

 

나 : 누구세요? 야!

X : 맞.네.

나 : 네? 뭐라구요?

X : 히..힉.힉..

나 : 왠 잡병신이 장난전화질이고, 잡히면 쳐죽인다!

 

기분이 더러웠다.

그보다 그 전화에서 나오던 히죽거리는 소리가 귀에서 떠나지 않아서

이상스럽게 손에서 힘이 죽 빠지면서 덜덜 거렸다.

가까이 보이는 휴게소에 들어갔다.

 

담배한대를 피워물고는 도착했던 문자를 다시 확인해보고 상상해본다.

전화한 사람은 분명 늙거나, 노쇠한 사람인듯 했다.

그리고 목소리의 느낌상..여자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누군가로 오해하는 나에게 '여자가 생겼다. 그리고 문자 답장이 없다고 화를 낸다?'

그럼 질투나, 같은 남자를 좋아하거나..뭐 이따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한편으론 내 목소리를 듣고서는 '맞네' 라고 한건 문자를 받는 사람이 남자라는건가..

 

에이 무슨 병신같은 생각인지..그냥 장난문자에 장난전화인데..

 

발걸음을 재촉했다.

 

서울에 도착해서 아무도 없는 집에 들어가 침대에 쓰러지듯 누웠다.

피곤하고, 지쳐있었다. 난.

 

 

얼마나 잤을까. 진동소리에 잠을 깼다. 몇개의 문자가 와있었다.

 

 

보낸사람 : 666666

메세지 내용 : 놀랐어?

 

보낸사람 : 666666

메세지 내용 : 미리 조심했었어야지. 목을 따도 모자랄...지켜본다. 내가.ㅋ

 

문자는 그 이후로 한참을 오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일주일 이후에 친구들과 술한잔하는 자리에서 얼큰하게 취한 나에게 다시 온 문자.

 

보낸사람 : 666666

메세지 내용 :  보고싶어?

 

난 친구들에게 이 괴상한 문자에대해 말해주었고, 혹시나 몰라 너희들중에 장난친 새끼가 있으면

진심 죽여버린다고 엄포도 놓았다.  그때. 다시 온문자

 

보낸사람 : 666666

메세지 내용 :  내가 갈께..그.립.잖.아.

 

이때부터 였다. 뭔가..이상한 느낌이 든것은...

그 이상한 느낌이라는 것은... 왠지 이 문자의 주인이 나일수도 있을 거 라는 생각때문이었다.

사실. 마지막 글자에 마침표를 하나씩 찍어서 보내는건. 대학시절 나의 문자 습관이었다.

대부분이 연애문자의 끝에 표식처럼 쓰곤했지만. 상대적으로 문자 보다 전화할 일이 많아지고 나서는 저런 문자를 더이상 쓰지도 않았고, 기억속에서도 지워버렸었던 내 습관.

 

순간 머리속에 많은 사람들이 스쳐간다.

그리고 내가 잘못했던 많은 일들도 함께 스쳐간다.

시간이 지났다고

그 사람을 더이상 보지 않는다고

내가 기억하지 못했었던

많은 일들.... 막 몇배속 영화처럼 지나간다.

 

누굴까..

누굴까..

 

이상한 표정으로 문자를 보는 나에게 친구가 말한다.

 

'야 궁금하면 통신사에 물어봐 어떤새끼가 장난치는지, 그거 스토킹으로 뭐 스트레스 받는다고 경찰신고하면 알수 있지 않냐?'

 

'뭐 그렇게 까지나..'

 

라고 말했지만, 난 여전히 기억의 INDEX를 뒤척거리고 있다.

 

정확히 나에게 이럴만한 대단한 타당성을 가진

 

누군가와, 혹시있었을 사건, 그 사건의 한장면 을 떠올리려고 술자리에는 전혀 집중이 되지 않았지

만 돌아오는 술잔에 내 눈앞의 잔들이 흔들거린다.

 

비틀거리며 택시에서 내려서 비탈길을 올라가는 시간이

 

새벽4시. 너무 피곤하다.

 

큐빅같은 방이라도 어서 내방에서 기절하듯 잠들고 싶다.

이미 베터리가 없는 핸드폰에는 더이상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실 주머니에 핸드폰이 있는지도 모를정도로 난 취해있다.

 

방에 들어와 더금거리며 불을 켰다간 이내 다시 끄고선 침대로 쓰러진다.

더듬거리며 찾은 핸드폰 충전단자에 핸드폰을 꽂아두고는 그대로 잠이 든다.

내일 하루종일 잠을 잤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웅..웅..

웅..웅..

웅..웅...

 

 

무심결에 울리는 진동에 실눈을 뜨고 핸드폰을 본다.

 

안경을 벗어서 그런지 번호도 보이지 않고 밝은 불빛만 보고는 전화를 받는다.

사실 '받는다' 아니라 귀에다가 전화기를 얹혀놓는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야!!!!!!!!!!!!!!!!!!!!!!!!!!!!!!!!!!!!!!!!!!!!!!!!!!"

 

깜짝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침대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그 소리는 시퍼렇게 날이선 여자 목소리였고

 

늙지도 거칠지도 않는 까랑까랑한. 그래서 그 새벽에 듣기에는 미치도록 치가 떨리는.

 

목소리.. 침대위에 떨어진 전화기를 부들거리면서 바라보다가 주섬주섬 안경을 찾아서 쓴다.

 

전화기에서 계속 들려오는 소리

 

"내가 간다고 했잖아!!!!!!!!!!!!!!!!!!!!!!!!!!!!!!!! 이 찢어죽일 새끼야!!!!!!!!!!!!!!!!!!!!!!!!!!!!! 간다는데!!!!!

그리고 갔는데!!!!!!!!!!!!!!!!갔잖아!!!!!!!!!!!!!!!!!"

 

부들부들 떨렸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소리를 치는여자가 아니었다.

정말 악을 품고 시퍼렇게 나를 보면서 소리치는 목소리..

마지막에 고함을 칠때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걸 보면 정말 힘을 다해서 악을 쓰고 있는것처럼

보였다.

 

전화를 끊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종료버튼을 누르기 위해 전화를 잡는데.

 

"야. 끊지마"

 

아까의 흥분과는 정반대의 차분하고 굵은 여자가 천천히 느긋하게 이야기하는 목소리다.

 

아무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전화기를 귀에다가 살짝 가까이 해보았다.

 

"..........흐흐...."

"...킥킥....흐흑....힉힉..."

 

웃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방에 불을 켜고는 벌벌 떨었다.

장난전화라고 정말 찾아서 벌을 주고 싶다.

장난전화로 아무련 관련없는 나한테 이럴순 없는거다.

근데..

 

장난전화가 아닌거 같다.

 

무섭다.

 

나한테 제대로 전화를 한거라면.

그래서 지금 그 상황을 즐기고 있다면..

 

무섭다. 크게 누구한테 잘못하고 산적은 없는거 같은데..

너무 무섭다. 그리고 그 여자의 목소리가 너무 선명하게 아직 들리는거 같다.

 

있는대로 악이 오른..

내가 앞에 있다면 긴손가락 긴손톱으로 정말 내 목을 뚫을 정도로 잡고 나에게 악을 쓰고 싶은듯한

그런 여자의 한서린 목소리는 정말 내 트라우가 될거같았다.

 

 

시간은 새벽5시50분

아직은 날을 밝지 않았고

머리는 깨질듯 아프다.

 

전화를 쳐다볼수도 없을 정도의 어둠과 정적이 내방에 가득하다.

 

어쩔줄 모르는 나는

 

 

 

 

아까부터 달빛이 비치는 도로로 난 창문을 응시하고 있다.

 

 

 

전화를 끊은 직후부터

 

 

달빛에 선명하게 비치는 머리가 길고 키가 큰 여자의 실루엣이

 

 

어깨가 들썩 거릴 정도로 히죽거리며 마른웃음을 웃다가

 

 

창문에 귀를 대고는 내 숨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기 때문이다.

 

 

난 그녀의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그녀가 그 문자의 주인공임을 알게 된다.

 

 

보낸사람 : 666666

메세지 내용 : 놀랬어? 그러니까 문열어....

 

 

 

 

 

 

 

 

 

 

 

 

 

이어지는 판 (총 6개)

  1. 6회 6. 지겹도록 문자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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