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 않은 기간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내 기억안에 추억 말고는 물질적인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의 안타까움과
이 기억들을 남겨놓고 싶다.
그리고 한편으로 풀리지 않는 내 마음속 응어리들 풀어버리고
나와 함께했던 지금은 남이된 그 사람처럼 담담하게 생활할 수 있길 바라며…
내 나이 20 후반을 향하고 있고,
나름대로 보통의 연애경험과 보통의 개념을 가지고 있던 보통 여자라고 생각했다.
예상치도 못하게 이루어졌던 만남은, 내가 많이 부족한 상태였다.
그는 나보다 모든 것이 놀랍도록 뛰어났다.
행동, 생각, 일, 경험까지도.
지금 생각해보면 나이차가 좀 났던탓이었으리라.
난 그게 좋았는지, 아니면 나에게만 웃어주는 그가 좋았는지..
작은 회사 안에서 다른영역에서의 합을 맞춰가며,
혹은 내가 많이 배워가며,
그 어떤 사귀자는 말한마디 없이 서서히 물들어갔다.
아니다 사실, 나는 먼저 좋아하고 있었고 내가 먼저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었다.
그때의 그 반응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럴줄 알았다는 표정, 부담스럽다는 표정, 그렇지만 나쁘지는 않다는 표정..
글쎄, 어떻게 그 몇초 안에 사람 표정에서 그런게 느껴졌을까?
술의 탓일지도 몰랐다.
회사가 많이 어려워지면서 그는 더욱 힘들어했다.
난 그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고, 어떻게해서든 도와주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능력이없었다.
그저 옆에서 응원의 말과 내 자리에서 묵묵히 일하는것 외에는.
가끔 여행도 다녀오고,
휴식도 취하고,
영화도 보고,
맥주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맛집을 찾아가 식사도 하고..
그렇게,
그렇게 우린 더욱 가까워졌다.
남들 다 하는 포옹도, 키스도, 잠자리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그런 가까운 사이가 되어있었다.
어떤것들은 닮아가면서
어떤것들은 부딪히면서
여느 연인과 다를바가 없는 그런사이가 되었다.
내 모든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수 있는 모든것을 해주었다.
정말 최선을 다했다.
물질적인 것도, 정신적인 것도.
그도 나에게 그랬으리라 믿었다.
좋은 것을 보면 사주고싶고,
맛있는 것은 같이 먹고싶고,
사실, 혼자 소풍을 갈 생각에 이것저것 준비까지 했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거였으니까...
내 사람이 멋있게 보이는게 좋았다.
원래 멋있는 사람이었지만, 내 마음이 더해졌으면 했다.
기념일 같은거 챙기지 않는 우리였기에
그냥 아무날이나 생각이 날 때 선물을 사주며
너무 기뻤다.
그의 기뻐할 표정을 생각하면서 몇날 몇 일을 행복해했다.
콧노래까지 부를정도로.
그렇게 난 행복했다.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연애이지만, 그래도 그 순간이 너무 좋았다.
더할나위가 없었다.
그가 회사를 옮기면서 나는 너무 아쉬웠다.
잘된일이지만, 무언가 불길했다. 그냥 그랬다.
나도 모른다. 그 감정들은 그때 내가 왜 그런기분이었는지.
"우리 맨날 만나다가 이렇게 만나지못하니까 아쉽다"
"뭐가 아쉬워, 메신저 하면 되는거지"
"정말? 자주 해줘야해~"
그는 바빴다. 정신없이.
"나 들어왔어~, 피곤하다."
"잘자요"
난 변했다고 생각했다.
아니다, 내가 우선순위에서 밀린것에 대한 심통이었다.
여느 커플처럼 그렇게 난 심술을 부렸고,
그는 지쳤다.
일에도, 나에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주는 행동과 말들이 늘어갔고,
화를 푸는 방법이 정반대 였던 우리는 서로 그것들이 쌓였다.
나는 말을 못해서 쌓이고,
그는 내 일방적인 말들에 쌓이고,
이주만에 만났다.
바쁨과 서로에 대한 원망이 뒤섞인.
글로 써놓으니 참 짧은 시간인데,
그땐 그 시간들이 왜그렇게 길었는지 모르겠다.
그는 날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 말한마디로 모든것이 녹여질만한 마음이 아니었다.
그때는 그랬다.
조금 더 나에게 믿음을 줬으면 했다.
사랑한다면 그래줬으면 했다.
나 기다린 시간이 많았으니까. 그정도는 해줬으면 했다.
욕심이었다.
그냥 욕심.
결국엔 또 그가 화가났다.
그날도 어김없이 내 말 한마디에 화가나서 집에 들어간날
미안하단 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던 날
내 사과를 단한번도 받아주지 않았던 사람이기에
그날도 그런거라 생각했다.
마음이 너무 속상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근처 공원에서 몇시간동안
한숨을 푹 쉬고 돌아온것 밖에는.
그리고 여느때처럼 메신저로 나의 입장과 생각들을 남겨놓는거 밖에는.
딱딱한 감정없는 답장이 왔다.
"내 마음을 돌아봐야겠다. 생각을 해봐야겠다."
난 그 말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많은 시간동안 자기 자신에 마음을 돌아보았지 않았는가,
그 시간들이 이미 날 힘들게 했고
결론은 사랑이었지 않았던가... 나만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었던가.
그냥, 한번 더 두고보자 였었던가.
많은 생각의 시간들이 지났다.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시간들이 너무 짧았나보다.
내가 연락을 했을때에
그는 답이 없었다.
내가 왜그러는지 모른다.
그냥 머릿속에서는 이사람이 아니면 안될것같다는 생각과
이사람은 나에게 돌아올수밖에 없어 라는 생각과
우리들의 시간들이 왜이렇게 허망하게 끝이나야 하는거지.
라는 생각뿐...
잡았다.
집요하게
집착을 담았다.
진심을 담으면 돌아오기도 한다고 했지만,
메신저로는 그 마음을 담을 수가 없었다.
내 표정을 보여줄 수가
내 목소리를 들려줄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 답답함
화난 그의 표정이 우리의 마지막이라는 먹먹함
갑자기 돌연 헤어짐을 바라보는 그에대한 원망
지금까지 한결같았던 내 마음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그에대한 배신감
정말 평생동안 못보면 어쩌지라는 불안감
그래 내가 싫으면 어쩔수 없지라는 포기
하루에도 감정이 수십번씩 요동을 쳤다.
그 감정들을 숨길 수 없을만큼이 되었을때,
난 그에게서 헤어지잔 말을 들으면
빠른 포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잠수이별에 대한 원망을 섞어 연락을했고,
당연히 묵살될 줄 알았던 마음과
일주일간 잠한숨 못잤던 심신이
나를 잠에 빠지게 했다.
아침에 눈을 떠 답장이 왔음을 깨닫고,
그 답장을 보고는 그자리에서 움직일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온
헤어짐의 문자.
알고있었음에도 감정하나 섞이지 않은
그 몇줄에,
난 이전보다 더 큰 나락에 빠졌다.
멘탈붕괴라는 말이 이럴때 쓰는거였구나.
정신없이 매달렸다.
회사에도 못가고,
아무것도 먹지못하고,
방에서도 나가지못하고,
그냥 정신없이 매달리기만 했다.
물론,
그 많은 말에도 점하나의 답장도 없었다.
끝내는 차단해버렸다.
어제까지의 일이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길에
그와 만났던 장소들, 그와 차를 타고 지나갔던 장소들이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그와 오랫동안 일을 함께 해왔던 장소로 도착을 했고,
빈 자리를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우스운건,
이 모든 장소들이 우리집에서 회사까지의 장소들이었고,
나만느낄수있는 장소다.
난 하루종일 매일 봐야하는 곳이지만,
그에게는 애써 찾아오지 않으면 올 일도 없는 그런곳.
어떻게 해야할까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내가 이렇게까지 사람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었던가,
그가 나에게 무슨 믿음을 줬길래
도대체 이런식으로 사람이 미쳐가는 걸까.
내가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에 관련한 일만큼은 예외였다.
그는 그런 나에게 공과 사도 구분하지 못하는
애송이 취급을 했다.
마지막까지도... 헤어짐을 말하는 그 순간까지도 말이다.
난 그냥 물어보고 싶었다.
오랫동안 생각해서 결론이 난 그 마음이.
혹시,
우리 만난날부터 오늘까지 "사랑"이 없었던거냐고 말이다.
우리의 끝이 메신져일줄은 상상도 못했었다고.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단칼에 끊어낼 수 있는 것들이었냐고.
맞다고 해도
아니라도 해도
상관없었다.
난 단지 그 일년간의 추억들을
나 혼자 기억하고있는건지,
함께 기억해가는건지
알고싶을 뿐이었다.
그랬을 뿐이었다.
그냥 그 말 한마디만 해주면 됐었는데.....
잘지내라는 말이
그렇게 정없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