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21살 여학생입니다.일단 방탈 죄송합니다. 이곳이 가장 활성화 되어있어서 글을 남기게 되었어요제가 판에서 글을 읽어보기만 하고.. 설명하듯 써본 적이 없어편하게 글을 쓰듯 써내려가려고 해요. 길더라도 꼭 읽어주시고조언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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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남자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내 기억의 시작은 이러하다. 아버지의 폭언..주눅들어 있는 나. 내 아버지는, 아버지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를 인간대 인간으로서 연민할수는 있으나, 아버지로서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아파서 기침하며 누워있는 나에게 기침소리가 시끄럽다며 목을 따버리겠다고 했으며, 거실의 무거운 공기를 피해 방에 숨어 벽을 보고 라면을 먹던 나와 언니에게 거지같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던 사람이었다. 어린 나이였기에, 반박하거나 화를 낼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아버지가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에 충격받고 눈물흘리기만 했다. 나는 늘 '거절당했다'고 생각했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나의 호의가, 나의 존재가.
부모님의 사이역시 좋지 않았다. 좋았던 적이 없었다. 나는 어느순간 각방을 쓰는 부모님의 모습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집안의 물건을 다 집어던지며 하루걸러 한번씩 싸움을 하고- 때로는 식칼을 들고서 언성을 높이는 모습이 평범한 모습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그 어리던 시절, 나는 손을 잡고 외식을 하러가는 다른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눈물지었다.
물론, 십수년이 흐른 지금- 나는 많이 무뎌져서 이러한 나의 상황에 실소하고, 오히려 비웃으려 든다.어쩌면 여전히 상처이겠지만, 나는 많이 무뎌졌다고. 익숙해졌다고 스스로에게 합리화하려 드는 걸지도 모른다. 사실은...이젠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기쁨, 슬픔, 절망.. 이 모든 감정이 나에겐 같은 회색빛깔이 되어버렸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주 어리던 시절인 초등학생, 중학생 시절에는 오히려 아무생각이 없었더랬다. 또래 남자 친구들과 어울리고, 다들 한번씩 들어보는 조폭마누라라는 별명도 가진 나였다.오히려 아무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그들을 편하게 대할 수 있었다.때로는 짝사랑을 하기도 했었는데, 용기가 없고 늘 주눅들어있었다. 하지만 크게 문제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짝사랑이란 것은 원래 그런 감정을 동반하는 것이라 여겼다.성격 자체가 소심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친구들로부터 유쾌한 아이, 눈에 띄는 아이라는 평을 받는 키크고 뭐든 잘 해 보이는, 반장의 역할을 도맡는 그런 여학생이었다.
이성에 눈을 뜬 건 아마 중학생3학년 즈음부터 인 것 같다.눈을 떴다는 건.. 갑자기 남자애들이 좋아졌다던지 그런게 아니라, 마치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부끄러움을 알게 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을 처음 느끼게 되었다. 나의 그늘진 부분이 부끄러웠다.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남자'라는 존재를 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져버렸다. '저 애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나의 (외적인 부분)을 혐오할지도 몰라'
고등학생 시절, 동아리에 들어갔다. 나는 여고에 다녔었다.타 학교 동아리끼리의 교류가 있었고, 나는 처음으로 한 남학생과 연락이란 걸 하게 되었다.사실 전화통화도 불편하하던 나였다. 아예 대면하는 것은 더 어려웠고, 상상조차 쉽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나를 만나고 싶어했다. 나는 정말, 정말 큰 용기를 내어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나는 너무 걱정이 되어 식은땀이 나고 손을 덜덜 떨었었다.그날은 중간고사 날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OMR 카드를 제시간에 마킹하지 못 할 정도로 손을 떨고, 배가 아팠다. 나는 무엇이 그렇게 걱정되고, 떨렸던 것일까.
그 이후로 크고 작은 만남들이 있었고, 역시나 쉬웠던 적은 없었다. 한 번도 관계가 진행된 적은 없으며, 짝사랑으로 끝났다든지, 그 상황에서 도망쳐버리든지 둘 중 하나였다. 나는 겁쟁이였다.
전혀 내 취향이 아닌, 내 머릿속으로도 그다지 잘생기지 않았다고 생각하던 사람일지라도 손을 잡으며 조금이라도 다정한 말을 건네면 나는 금세 걱정과 설렘으로 가득찼다.심지어 20살이 차이가 나는 누가봐도 아저씨인 그가 몇번 밥을 사주고 대화를 나눴다는 이유로, (나 혼자)마음을 쉽게 주기도 했다. (그는 미혼이었고, 부적절한 관계는 아니었다. 일하는 곳의 동료였다)워낙에 나를 잘 아는 친구들은 안타까워했다. 그들은 내가 그럴수있다는 걸 충분히 알기 때문이었다. 나역시도 내가 안타까웠다.
일반적인 '사랑'이라는 것을 보고 자라지 못해서일까, 나의 개념, 도덕관념 역시 망가져버린 듯 했다. '일반적'인 것은 나에게 일반적이지 않았다. 나는, 늘 나이차는 상관없다고 생각해왔다. 20살, 30살, 정말 나에겐 상관이 없는 듯 느껴졌다.학교 선생님, 지나가던 아저씨, 유부남, 나보다 어려보이는 아이, 그들 모두의 경계가 흐렸고- 나는 그들 모두에게 사랑받았으면 했다. 어쩌면 아버지에 대한 갈망과 사랑을 착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그것을 구분할 능력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었다.
21살이 된 지금, '연애'라는 것이 만연한 나이가 된 지금, 나는 많이 속상하다.저렇게나 쉬워보이는 연애라는 것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물론, 내 자신에 대한 비애감에 빠져 내가 가장 힘들고 속상하다고 징징거릴 생각은 없다.나보다도 어려운 사람은 있을것이다. 그렇지만, 역시나 나에대한 생각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관계를 진전시키기 전부터, 나는 '거절당할' 걱정을 한다.이런 나의 모습을 그가 혐오하면 어떡하지, 나의 호의가 거절당하면 어떡하지.나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기에 사실 얼마든지 거절당할수 있다. 그걸 알고있다.하지만 나는 거절당한 그 이후의 감정이 두려운것이다.분노, 절망, 자기 혐오... 정말이지 너무나 무서워서, 거절당할 일을 만들 용기조차 애초에 내지 못하는 것이다.
머리는 알고있다. 그리고 친구들도 말한다.부딪혀 보라고-, 첫 스타트를 끊어야만 너가 이 악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고.거절당할지라도, 그 이후의 감정이 너를 집어삼킬지라도, 너가 시도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너는 편해질것이라고. 그리고 이내, 그것이 아무것도 아님을 알게 될 것이라고.
어린 시절과 달리, 좀 더 성숙해진 나는 마음에 드는 누군가를 만나면 그저 좋기만 한 것을 넘어서'저 사람을 더 알아가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더 알아간다는 것은, 친구가 된다는 것이며- 그것이 흔히 말하는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진로를 걷고 있지 않기에, 지금 역시 남자를 만날 기회는 많지가 않다.더 알고 싶은, 마음에 드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쉽지가 않은 것이다.그러나 동시에, 나는 이제는 더이상 도망칠 곳이 없다. 멋도 모르는 어린애도 아닐뿐더러, 공부에 집중해야 하는 수험생 역시 아니기 때문이다. 21살의 나에게 오히려 '연애'라는 것은 권장되는 항목이 되었다.그러니 나는 나의 어리석은 태도를 더이상 합리화 시킬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글을 주절주절 써내려가는 이유는,마음에 드는 누군가를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그리고 도망치고 싶지 않아서이다. 내 감정을 똑바로 직시하고, 적절하게 대처하고 싶어서이다.나는 어느덧 21살이 되었고, 어리던 그날 처럼 성숙하지 못하게- 나를, 그리고 내가 만나게 될 그를 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이 벽을 허물고 싶다.거절당할지라도, 나의 모든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가 펼쳐질지라도, 온 몸으로 그것을 맞이하고 싶다. 열렬히 기뻐하고-한없이 슬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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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를 내서 솔직하게 글을 써내려갔습니다..제가 다른이의 의견을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 거지만.. 많이 지쳐있기에 조금은 부드럽게 조언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간 내어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댓글 써주시는 분들께도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