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란 운명 앞에서
<감자>.
이 책을 읽고 나의 50년 전 어릴 때의 시골 생활이 떠올랐
다. 그때는 집집마다 식구들은 많고 곡식이 귀해 너나 할 것 없이
배고파하던 시대였다. 복녀가 살았던 백여 년 전은 더 어렵지 않았을
까 싶다.
부지런히 일해도 목에 풀칠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복녀네도 예외
는 아니었다. 더구나 복녀의 남편은 천하의 게으름뱅이로, 돈만 생
긴다면 남편 있는 복녀가 몸을 팔든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
인간이었다.
복녀도 친정에선 규율 있는 농부의 얌전한 딸이었는데, 시집으로
팔려온 뒤 세상인심에 닳고 닳아 돈에 눈먼 인간이 되고 말았다.
복녀는 왜 일명 삼박자 ― 돈 받고, 즐기고, 거지 노릇 안하고 몸
파는 일 ― 로 나섰을까?
도덕이고 가치관이고 따질 일이 못 되었다. 남편 잘못 만난 죄라
고 할까, 그 시대의 희생자라고 할까?
돈으로 모든 것을 사고파는 사회……. 복녀를 죽인 왕서방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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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아는 복녀 남편은 복녀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고 돈만 챙기는
사람들이었다. 구역질이 난다.
‘가난’이란 운명 앞에서 희생된 복녀의 죽음을 어디에서 하소연한
단 말인가…….
하지만 오늘날은 먹을거리가 넘쳐 나는데도, 일하기는 싫어하면
서 화려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삶의 비극을 벌이고
있다. 백여 년 전의 복녀가 그 모습을 보면 뭐라고 할까?
그러고 보면 먹을거리가 풍족하거나 부족한 것과 관계없이, 사람
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언제나 비극이 꼬리를 문다.
양원주부학교 이상임(02-704-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