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7.30 울산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송철호 후보의 큰 딸입니다.
제가 이렇게 아버지에 관한 글을 쓰기까지 정말 무수한 고민을 하였습니다.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 출마하신 아버지와 심하게 다투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22년간 아버지는 울산에서 야권후보로서 총 여섯 번의 선거를 치루면서 매 선거 때마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쓰라린 경험으로 인생의 절정기인 40대와 50대를 보내셨고, 이를 옆에서 응원하던 저희 가족도 함께 정말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이제 60대가 되셨는데도 야권과 시민사회의 권유로 무소속 시민후보이자 야권단일후보로서 다시 선거에 출마하시기로 결정하셨을 때 저희 가족은 당연히 반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야권 불모지인 울산에서, 질 것이 뻔한 이 선거를 치루시겠다는데 만류하지 않으면 가족이 아니겠지요. 그러나 아버지는 결국 수개월간의 고심 끝에 출마를 결심하셨습니다.
정말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계시면서 다시 몸을 던지신 아버지를 저희 가족은 다시 마음을 다해 응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우린 한 가족이니까요. 그러나, 실제로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후보 자녀들의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활발해졌지만, 이미 울산에서만 여섯번의 선거를 치루면서 알만한 분들은 아시는 아버지를 저희 4남매가 이제와서 SNS 활동으로 홍보하는 것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반감을 사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컸습니다. 결국 다시 한 번 유권자 한분 한분을 만나서 인사드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는 생각에 시장에서, 광장에서, 공원에서 유권자분들을 만나던 중 며칠전 아버지가 상대후보와 함께한 TV토론회의 마지막 연설에서 본인이 울산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울산시민이라는 점을 호소하다가 울먹이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아버지가, 누구보다도 강인하신 우리 아버지가 눈물을 보이시는 모습을 저는 난생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버지가 그동안 저렇게 힘드셨는데 가족들에게는 늘 밝고 강한 모습만 보이시려고 필사적으로 애쓰셨구나라는 마음이 먼저 들어서이기도 했지만, 이런 아버지의 눈물을 연기라고, 쇼라고 폄하하는 분들을 보며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버지를 조금이라도 아신다면, 아버지가 살아온 인생을 조금이라도 곁에서 지켜보신 분이라면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으실텐데...그래서 제가 용기를 내어 이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1992년 제가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울산에서 첫 선거를 치루셨습니다. 당시 아버지의 나이는 43세, 한창 울산에서 활발하게 인권변호사로서 노동자들과 서민을 열심히 변호하고 계시던 때였습니다. 아버지는 정치라는 것이 한번 발을 들이면,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을 얼마나 희생시켜야하는지를 잘 알고 계셨기에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몇번이고 아버지를 찾아와 정치에의 참여를 권유하여도 계속 고사하였습니다. 그러나, 두 전 대통령의 치열한 설득과 시민단체들의 열렬한 지지 끝에 아버지는 결국 야권불모지인 울산에서 야권후보로서 정치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 뒤로부터 2002년까지 2년마다 국회의원선거와 시장선거를 치루시면서 매번 여론조사에서는 상대후보에 월등히 앞섰지만, 선거 막판 지역언론과 상대후보의 악의적인 지역감정 부추기기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했습니다.
제 초/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학창시절을 오롯이 이렇게 힘든 선거에 바치시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 많았습니다. 남들이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변호사 활동하면서 우리 가족이 적당히 먹고 살면 될텐데, 왜 굳이 힘들게 정치를 하려고 하느냐고 원망한 적도 많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언제나 저희에게 "얘들아, 아빠가 정치를 하는 것이 만약 우리 가족을 조금이라도 힘들게 한다면, 언제든지 말하렴. 그러면 아빠는 과감하게 다 접을거야"라고 하시면서도 한결같은 자신의 소신을 말씀하셨습니다. "민주주의는 힘있는 사람들이 잘 사는 세상을 추구해서는 안된다. 힘없는 사람도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어야 하고, 공평하게 기회를 가져야 하고, 잘못된 제도는 바르게 고쳐야 한다. 그것이 누군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 사람을 참 좋아하는 아빠가 꼭 한번 해 보고 싶다."고...이런 신념과 소신을 가진 따듯한 인권 변호사셨기에, 야당의 불모지 울산에서 아버지는 비록 계속 낙선하시긴 하였지만, 매번 50%에 육박하는 높은 득표율을 얻었습니다. 그 와중에 여당에서 프로포즈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돕고자 하는 신념으로 야권후보로 남겠다고 고집하셨습니다.
제가 13살부터 선거를 치뤄오신 아버지를 때로는 원망도 하고, 때로는 응원도 하면서 저는 어느덧 아버지와 같은 사회인이 되고, 한 가정을 이루게 되고, 이제 곧 아이를 출산할 예비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늘 사회활동으로 바쁘신 와중에도 저희 4남매와 어머니를 한명 한명 보다듬고 챙기시려고 단 하루도 밤잠을 설치지 않은 날이 없으신 아버지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용기와 뚝심은 없기에 제가 아버지처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저의 젊음을 다 바쳐 일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따듯한 사랑과 가르침은 제 아이에게 그대로 물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말 가능하다면, 정말 기적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할아버지의 진심어린 눈물이 울산 시민분들의 차가운 무관심을 녹여주었다고, 너도 늘 그렇게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하고, 진심을 다해 사람을 대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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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음 아고라에 올라와있는 글입니다. 저는 울산의 20대 유권자로써
저의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하기전 많은 생각을 들게 해준 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저와 같은 감동을 조금이라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