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너에게 전할 수 있으면 하고 몇 번을 생각했는지 모르겠어
나는 이럭저럭 잘 지내는 것 같아
너 없이는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던 내 마음이 정말 단지 내 마음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구나, 문득 알게 되어 허탈함에 웃음짓기도 해
하지만 그것밖에 안 되는 내 마음이 가여워서 가끔씩은 눈물짓기도 하고
하지만 그 눈뭇이 너 때문인 것은 아니니 행여라도 그것 때문에 미안해하지 않기를 바라
나는 아직도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해
너와 처음 만난 날
난 태어나서 누구와도 사귀어본 적도 누군가를 좋아해 본 적도 없었고, 물론 첫눈에 반한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공상이라 치부하고 있었어
물론 있을수도 있겠지, 단지 나의 인생에서 그런 일은 없을것이라 생각했어
그 때 너를 봤고, 나는 24년간 지켜온 내 생각을 정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지
사람이 이토록 아름다울수 있구나, 그 때 처음 알았어
너보다 멋진 사람들은 많겠지. 하지만 너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
그 날 친구네서 자면서 나눈 수많은, 사소하고 아주 유치하고 간질간질한 대화들을 너는 알까
그 때 고장난듯 콩닥거리던 심장소리를 너는 들었을까
나는 그 날에, 첫사랑을 했습니다. 다른 누구도 아니라 바로 당신에게.
내가 처음 너를 본지 두달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내가 너를 본지 두달이 지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난지 두 달이 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기억하는지 모르겠네. 나는 네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원래 내 볼일이 있는 약속장소에 6시간이나 먼저 가겠다는 말도안되는 행동을 했어. 네가 거기 온다는 이야기를 친구로부터 들었거든. 지금 와 생각해보면 참 터무니없는 행동이었지 싶다. 그 때 정확한 장소도 모르고 그냥 그 주변이라는 말만 들었거든
그렇기 때문에 네가 있는 곳을 발견했을때는 뛸 듯이 기뻤고, 마치 짜여지기라도 한 듯이 너만 그 모임가운데서 먼저 나와서 나에게 인사했을때는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어떻게 나를 알아보는지, 내 이름은 또 어떻게 알았는지 그 때는 몰랐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물어보고 싶다. 너는 그때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어?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안 거야?
물론 물어볼 수는 없으니 대답을 들을 수도 없겠구나
그 때의 심정을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지만, 나는 그 날을 여전히 기억해. 몇월 몇일에 네가 나의 이름을 부르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는지. 그로부터 2주간 내가 너의 인사말만 머리에 그리며 행복해했던 일까지도.
꽃이라는 시 아니? 내안의 그대라는 노래는?
난 그 때 처음으로 내가 되었어. 내가 나인게 너무 행복해서 온 세상에 자랑하고 싶었어. 여러분, 내가 바로 나예요. 내가 나라구요
그 날 이후로도 너는 내게 항상 인사를 건넸지
내가 너를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칠 때에도 내 이름을 부르고, 웃으며 안부를 묻고. 나는 네게 변변한 인사도 제대로 건네지 못하고 당황한 채 안녕이라는 말만 간신히 뱉곤 했지
그거 알아? 나는 그 안녕이라는 한마디 말조차
수백 수천번 연습해서 간신히 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겐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이성에게도 그리 어렵지 않은데, 말 잘한다는 말을 그렇게나 듣고 사는 나인데, 너에겐 한마디 꺼내는것조차 그렇게 어려웠던 것을.
좋아하는 사람 앞에만 서면 바보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어. 머리가 새하얗게 되고, 어떤 말을 해야 좋을지 도저히 알 수가 없어서, 다른 어떤 것에도 신경이 미치지 못해서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알지 못한다는 경험
집으로 가는 방향이 달라서, 너와 같은 공간에 잠시라도 있을 수 있는 수요일 밤이면 항상 한시간 반씩, 친구와 너의 집 방향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린지 4개월쯤 지났을 무렵. 처음으로 네가 버스정류장에 모습을 보인 그 날. 나는 너와 잠시라도 말을 할 수 있었다는 행복감에, 기다림이 무의미하지 않았다는 기쁨에 젖어있었는데 친구가 말해주더라.
너 아까 진짜 바보같은 표정 짓고 있었다고.
사람이랑 말할 땐 항상 눈을 보는 아이가 계속 턱만 뚫어져라 보고 있더라고. 티 다 난거 아니냐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아. 티 많이 났을려나? 그랬겠지?
그렇지 않기를 바라. 혹 티가 났더라도... 그렇지 않기를 바라.
그 날 이후로 너와 나에겐 참 많은 접점들이 생겨났어. 네가 건 sns 친구 신청, 함께 하는 여러 일들.
그 전까지 접점이 너무 없어서 안타까워 하던 생각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만큼 갑자기 만날 일 투성이가 됐지
특히 그 프로젝트에서 너를 만난건 하나님께 감사했어. 네가 여기에서 함께한다면, 하고 수도없이 기도했던게 이루어진것만 같아서.
자주 보면 티가 날까 피하고 만나도 무뚝뚝하게 대하고... 오히려 그게 티날까봐, 또 너무 무뚝뚝하게 대하기는 싫어서 막 챙기기도 하고... 하루하루의 모습이 달라서 더 티가 났겠지. 돌이켜보면 참 못났다.
우리 함께 한 프로젝트가 끝나갈 무렵에서야 친구를 통해 알게 된 사실. 너 교제하고 있는 사람 있다며?
3개월쯤 된, 나도 아는 사람. 알아보면 충분히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너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나 좋지 못한걸 알아. 나는 여전히 네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나도 잘 아는 그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알지 못해
난 항상 예방선을 치고 있었어. 너를 보며 설레는 그 순간에도 항상. 이렇게나 멋진 사람에게 교제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sns를 통해 좋은 사람이 없는듯한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기뻐하는 그 순간에도 끊임없이. 그게 만에 하나라도 있을 내 상처를 방지해주는 것이라면 기꺼이, 하고 말이야
근데 그게 실제로 사용되리라고는 사실 생각지 못했던 것 같아. 하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예방선이 도움이 된 듯 해
난 너의 사귀는 사람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찢어지는듯한 고통을 받지 않았어.
억울하고 슬프지도 않았어. 죽고싶지도 않았어.
그게, 그렇잖아? 교제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 정도가 무에 그리 대수라고. 결혼한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냥 눈물이 나더라.
별 생각 없이 눈물만 나더라.
마음도 머리도 무덤덤한데, 그래서 눈물샘을 제어하는걸 잠시 잊은 모양이라, 그냥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더라.
그 현실에서 도망치기 싫어서 정면으로 맞서려고 참지 않았더니 한시간 반 가량을 눈물만 흘렸더라 ㅎㅎ 사람 눈물이라는게 저장량이 이토록 많은지 처음 알았어
난 말야 너에게 감사하고 있어
너와 함께 길을 걷고 싶었어
너와 영화를 보고, 너와 함께 좋아하는 책을 읽고, 너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고, 밥을 함께 먹고, 커피를 마시고, 하늘을 보고, 놀이공원에 가고, 함께 노래하고 피아노를 치고,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매일의 궂은 일 좋은 일 시시콜콜한 일을 다 말하고,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서로의 꿈을 지지하고, 장난치고,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 욕심이 이제는 그만 쉬어야 함을 알아.
네 곁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아니게 된 지금 그것들을 품는 것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아.
그래서 하나하나 풀어가며 놓아주려고 한다.
신경질적으로 내팽개치지도, 소중한듯 끌어안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하나하나 흘려보내려 한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사랑이야.
아직도 먹먹해질 때가 있지만, 네가 보고 싶고 네 이름으로 다른 것을 착각할 때가 있지만
너를 만나 내가 알게 된 모든 것들에 감사해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려줘서 고마워
슬플 때도 단지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어줘서 고마워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게 해 주어서 고마워
나란 사람을 스스로 알도록 해 주어서 고마워
서툰 나에게 항상 먼저 웃는 얼굴로 인사해 줘서 고마워
이름을 불러줘서 고마워
항상 고마워
안녕,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