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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의 권태기로 헤어졌어요.

|2014.08.20 23:50
조회 3,426 |추천 4

28살 여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남자친구와는 2년 조금 넘게 만났고,

제목처럼 남자친구가 권태기가 왔다고 해서 헤어졌어요.

 

만날 때부터 같은 취준생입장이라 그런지 더 편안했고,

둘이 함께 열심히 취업준비한지 얼마 안되서 

결국 같은 대기업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취직도 성공했어요.

동갑에 외모, 집안, 직장, 연봉, 학력 모든게 거의 다 비슷했고

가정환경이 비슷해서 그런지 가치관이나 성격도 잘 맞았어요.

서로 취미도 잘 존중해주고 같이 하려고 노력했고..

이렇게 사소하게 다른 부분들은 잘 맞춰가려고 서로 노력했기에 주변에서도 좋게 봐줬어요.

둘다 결혼에 대한 책임감이나 그런것에 대해 자신감이 없어서 망설이긴 했지만

내년 봄부터는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준비해보자고도 했구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서로 의지하고, 편안했고, 배려하고, 맞춰가고

이렇게 아무런 문제가 없는게 오히려 문제였나봐요.

 

2달 전 갑자기 남자친구가 저에게 약간 거리를 두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술 한잔 하면서 물어보니

예전만큼 제가 좋지 않다고 하네요.

 

남자친구는 연애경험이 저 외에 딱 1번 있는데,

20대초반에 1년 정도 사귄 여자친구라서 거의 연애경험이 없는 것과 비슷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오랜 연애를 하면 마음이 줄어드는 게 맞는건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그래도 남자친구에 비해 장기간 연애도 2번 해보고, 여러번 연애경험이 있어서 차분히 얘기했어요.

 

대부분의 사람이 항상 설레고 가슴뛰는 연애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나도 너에게 매순간 설레진 않지만, 정말 편안하고 의지가 돼서 때로는 친구같기도 하지만 

한번씩 너에게 남자로서 설레고 가슴이 뛴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제가 요즘 예뻐보이지도 않고, 살도 좀 쪄보이고, 데이트도 지루하다고 하네요.

살이 찌지도 않았고, 화장도 옷차림도 그대로인데..

데이트 때에는 가벼운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가고, 전시회나 연극같은 것도 가끔 보고..

저희는 오히려 밥-영화-카페 이런 코스를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했었거든요..

그정도로 데이트도 항상 잘 상의해서 재밌게 했고, 서로 장난도 잘 치고 받아줬고...

모든게 그대로 행복한 것 같은데 그게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던 건지, 남자친구가 변한건지...

 

결국 그날 집에 저를 바래다주면서

남자친구가 생각할 시간이 갖자고 했어요.

눈물나는걸 끝까지 참고 집에 와서 울고 다음날이 되었는데 

점심시간 되자마자 회사앞으로 찾아왔어요.

익숙함에 속아서 소중한걸 잃는다는게 무슨 말인지 알았다면서

자기가 더 잘할거고 상처줬던 거 너무 미안하다고 울먹거리면서 사과하더라구요.

 

 

저는 사귀었던 남자친구들이 거의 바람피거나 제가 더 좋아해서 헤어진 경우가 많았어요.

사람들이 여자가 너무 잘해주고 너무 맞춰도 안된다고 하지만

저는 제가 좋은 만큼 다 진심으로 표현해야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남자친구는 제가 좋은 걸 표현하면 그 이상으로 표현하고

저보다 훨씬 섬세하게 잘 챙겨주고 다정한 모습이 2년 가까이 보여서

그런 남자들과 다른, 변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더 강했어요..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니까 그 믿음이 조금 깨지기 시작했어요. 

이사람도 내가 무조건적으로 헌신하고 잘 해주면 떠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그래도 많이 사랑하고 좋아하니까 이해하고 다시 믿기로 하고 넘어갔어요.

 

 

그뒤로도 잘 지내다가 남자친구가 7월 말에 조금 일이 바빠졌습니다.

그러더니 부쩍 짜증을 많이 내고,

내가 알던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 싶은 말을 많이 하더라구요.

계속 참다가 남자친구가 조금 일이 한가해진 뒤에 말을 꺼냈습니다.

일이 바쁜건 이해하겠지만,

아무리 바빠도 며칠간 너가 나에게 했던 이런이런 것들이 좀 상처였다고.

바쁜 와중에 이런말 하는건 아닌거 같아 참다가 늦게 말하게 됐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많고 반복되는 일이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긍정적이고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던 사람인데, 그런 말을 하기에 좀 놀랐습니다.

무엇이 원인인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적으로 너무 힘든 상태라면서 괴로워하길래

맥주 한잔하면서 남자친구 얘기 들어줬고, 잘 풀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바로 저번주 수요일 데이트까지도 계속해서 남자친구에게 더 신경쓰고

계속해서 짜증내고 말도 안되는 억지부리는 거, 막말 등등

바보같을 정도로 다 받아주고 이해해줬습니다.

 

 

그러더니 그 날 데이트 때 남자친구가 말하더군요.

자기가 권태기가 온 것 같대요.

그러면 안되는지 알면서도 

막상 만나면 짜증이 나고 투정을 부리게 되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게 된다구요.

스트레스받았다고 말했던 것이 사실은 저에 대한 감정때문이었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극복하려고 하는데 잘 안된다고 미안하다고 하네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또 저번과 같은 일이 생겨서 남자친구에 대한 믿음도 사라지고 복잡해졌어요. 

당장 제 입에서는 헤어지자는 말밖에 나오지않을 것 같아 

감정을 추스리고 내일 얘기하자고 하고 각자 집에 갔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틀동안 서로 연락을 하지않았는데

저는 남자친구가 또 다시 저에게 권태감을 느꼈다는 것밖에는 생각나지 않았어요. 

20대 후반이고 결혼도 생각을 해야하는데 이렇게 흔들리는 남자를 또 믿어도 되는걸까

또 만나면 나는 더 불안하고 이 사람의 사소한 말 행동까지 신경이 쓰이겠지

이런 생각이 드니까 헤어지는 것밖에는 답이 없어 보였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얼마전까지도 밝고 긍정적이고 다정한 사람이었는데

저 때문에 힘들어한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감당이 안됐고..

자꾸 저를 자책하게 됐어요.

심지어 과거의 남자친구들이 바람피고 했던 것까지 떠올라서 제가 초라해지고 괴롭더라구요.

 

 

남자친구도 변하지않고 마음껏 사랑할 인연을 만나고,

저도 한없이 사랑받을 수 있는 남자를 만나서 행복해지고..

서로가 인연이 아니라고 최대한 이성적으으로만 생각하면서 마음정리를 해가고 있는데

남자친구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이틀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우리 사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우리사이에는 나보다 너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너는 어떻냐고 물어보니

그때와 마음이 달라지진않았고 여전히 저를 보면 괜히 화를 내고 그럴 것 같다고 하네요.

그 말을 이틀전과 변함없이 똑같이 들으니 그냥 힘이 빠졌습니다.

'더 노력해야겠다, 이번 고비를 넘기면 우리는 계속 행복할거야' 하고 생각했던 약간의 마음까지 사라졌어요. 

 

 

그래서 이별통보를 했습니다.

마음이 떠난건 남자친구인데, 제가 헤어지자말하니 우습기도 했지만

그냥 차분히 말을 했습니다.

화도 내지않았고, 제 마음 그대로를 말했어요.

너의 마음이 이런걸 보면 우리는 인연이 아닌것 같고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으니

그만 하고 서로 행복해지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며칠지나니 단호했던 마음이 점점 흔들리네요.

조금 더 노력해볼 걸, 2년쯤 되면 권태기가 오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라는 생각도 들고

그러다가도 더 밑바닥을 보기전에 여기서 끝낸게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그러다 또 후회한다는 남자친구의 연락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이성적으로는 백번을 생각해도 이 결정이 맞다고 결론짓게 되지만

정말 잘 맞았고 함께 했던 시간들이 즐거웠던게 떠올라서 힘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봐요.

 

 

헤어졌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지려니 힘듭니다.

시간이 다 해결해주기를 기다리는데

오늘따라 자꾸만 더 생각이 나서

판에 적으면서라도 연락하고 싶고 기다려지는 마음을 정리하고 있어요..

 

 

내가 남자를 질리게 하나

나는 매력이 없는 여자인가

나는 왜 항상 사랑받지 못하지

자꾸 초라하고 작아지지만 힘내보려고 합니다.

어디엔가 저를 끊임없이 사랑해주는 인연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려구요.

그래도 다음 연애에는 더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라는 걸 기억하면서 연애 해야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직장인이 가장 지친다는 수요일이네요.

모두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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