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자긴 내 몸과 마음의 숙주 같은 존재야. 눈물나게 해줘서 고마워. 그리워할 수 있어서 행복해. 자기만 사랑할거야. 시간이 멈출 때까지...그녀와 헤어지기 전에 보낸 메일 중 하나다. 지금은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이 차단되었다. 메일도 카톡도 전화도 집도 다 알고 있지만 더 이상의 연락은 불가능하다. (아래 내용은 그녀를 만난 후 헤어지기까지 짧았던 1년을 간추린 것입니다)
1년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었던 사랑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 이전과 전혀 다른 세상이 열렸다. 그녀와 지내는 시간은 황홀했다. 마치 온 세상이 그녀와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을 닮았다. 오히려 더 거침이 없었다. 그녀에게 술마시고
노상방뇨와 애정 표현은 물 마시는 것보다 쉬워 보였다. 게다가 모든 분야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만큼 풍부한 지식을 갖고 있었고 몸매와 미모 또한 그녀의 세련된 패션감각을 빛내 주었다. 당연히 주위에는 사회와 학교에서 만난 많은 남자들이 있었고 그녀는 그들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고 했다.
나 역시 그녀로부터 새로운 에너지와 의미를 부여 받으며 내가 하는 모든 일상의 주파수는 그녀에게 맞춰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에 대한 사랑은 걷잡을수없이 커져 나중에는 그녀와 이미 끝난 과거 남자들까지 질투의 대상이 되었다. 그 부작용으로 사랑은 점점 집착이 되어 갔고 그녀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결국 술의 힘을 빌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드러내고 말았다. 사과와 용서를 반복하며 그녀는 지쳐갔다. 그녀를 힘들게 할 때마다 후회하고 반성하면서 그녀가 나를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미 내 몸과 마음은 24시간 그녀에게 향해 있기에 그녀가 사라지면 내 삶은 영원히 방황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생겼다.
나는 더 잘하려 노력했고 그녀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이기도 했지만 1년을 며칠 앞두고 두려워했던 그 일이 터졌다. 그녀의 과거 남 중 한명인 초등동창이 술자리에 합석한 가운데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우리의 사랑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녀는 최고의 지성과 미모와 따뜻한 시선을 가진 사람이었다. 나는 평생 한 번 올지 모르는 사랑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그녀에게 커다란 상처만 안겨주었다.
그녀가 사라진 후 나는 지금 방향을 상실한 채 이리저리 떠돌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다.
아직도 꿈을 꾸는 것 같고 그녀가 내 앞에 나타날 것만 같다. 눈을 뜨면 자동으로 그녀의 웃는 얼굴과 손짓 몸짓을 떠울리며 그리워하다 밤을 새우기가 일쑤다. 그녀와 함께 했던 1년의 시간이 급속냉각된 채 내 기억 속 창고에 고스란히 들어 온 것을 느낀다.
(시) 온기를 잃고 미궁 속을 헤매는 빛
네 뒷모습이 사라진 후 쓸쓸한 그림자 홀로 걷는다
온 몸으로 따라가던 빛을 외면한채 멀리 달아나던 네 뒷모습 보며 내 심장은 부서지고 발은 점점 땅 속으로 들어간다
구겨지고 찢어져 길 위에 버려진 휴지조각처럼 겨울 댓바람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빛의 초라한 흔적들을 슬픈 시선으로 바라본다
뜨거웠던 그 밤들을 어디에 숨겨야 할까 다정했던 손길과 미소는 어디에 묻어야 할까 네가 살기위해서 나를 버려야 한다면 바람에 숨겨둔 고통도 거두어들여야 한다
온기를 잃고 미궁 속을 헤매는 빛
발버둥치고 목말라 입술이 부르터도 그 길목에 서 있어야 한다
지난 흔적들이 한 방울 한 방울 모여서 십년 후 세상에 위로의 선물이 될 때 내 마음은 빛을 잃고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