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헤어진지 거의 2년이 되었습니다.
27살의 저는 4살 아래의 연하를 만났습니다.
당시 그는 대학 4년에 ROTC 복무를 하고 있었습니다.(즉 졸업과 동시에 군대로 가는 거였죠)
원래부터 5년 가까이 알고 지내던 사이였고 당시 첫사랑과 헤어졌던 저는 헤어짐의 아픔을 또 겪고 싶지 않아 이제는 결혼할 남자만 만날거라고 그의 고백을 거절하였는데,
자신보다 누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거다...
결혼할거기 때문에 사귀자고 하는거다.. 등등의 감언이설과 선물 공세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얼마 사귀지 않고 군대에 갔지만, 군대에 가서도 휴가 나오면 우리집에 와서 부모님께 인사도 드렸고, 워낙에 깔끔하게 생긴 외모와 말도 잘 하는 스타일이어서 부모님은 연하이고 집안도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교제를 허락하시고 그를 좋아했습니다.
저희 엄마는 다정하게 안부 문자도 보내시고, 위문편지도 써주시고 생일에는 용돈도 챙겨주시곤 하였으니까요..
저는 화천을 오가며 2년 반 연애를 하였습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계속되는 계약직 회사 생활에 이력이 난 저는 빨리 결혼을 하고 싶었습니다.저는 비서직을 하고 있었는데, 비서직은 워낙에 거의 다 계약직 뿐이라 회의감이 너무 컸고, 당시 생각으론 결혼을 하여 다시 하고 싶은 일도 찾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군대 제대를 한 후 빨리 취직하길 바랬습니다. 그도 저희 엄마에게 믿으라고 했기 때문에 (제가 나이가 있고하니) 당연히 취직을 하면 바로 결혼을 시킬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로 그를 믿었냐면,
군대를 제대할 무렵 우리 아버지가 태국에 계셨는데 그와 그의 어머니에게 비행기 티켓을 제외한 여행경비를 다 대면서 일주일 동안 태국 관광을 시켜 줄 정도였습니다.
주위에서는 모두가 남자는 군대에 갔다가 오면 변한다, 그렇지 않은 남자는 취직을 하면 변한다고 하였습니다. 할머니도, 오빠도, 친구도, 친구의 남자친구도, 회사의 남자 어른분들까지도...
3년을 넘게 들으면서도 그는 그렇지 않을거라 확신하였습니다. 워낙 그의 행동이 휴가를 나와도 저와도 원래 친분이 있었던 친구를 만나는 정도였고, 무조건 저만 만났고, 그의 친가 외가 친척들에게 다 소개를 시키고, 외가 친척 집에서 모임을 할 때도 데리고 갔으니까요. 그의 사촌과 여자친구를 만난적이 있는데, 둘이 왜 결혼할 거냐고 묻자 자신이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해준 사람이기 때문에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고 하더군요. 또한, 저와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며 부모님이 허락을 하지 않을 테니 애를 갖는건 어떠냐고 하곤 했습니다.
그러니깐 아무 의심없이 군대도 취직하기까지의 기간도 다 기다린거 였겠지요...
그런데 세상의 모든 일은 비슷한 방식으로 흐르나 봅니다.
이 사람만은 그렇지 않겠지 하였던 그 사람이, 취직을 하니 변하더랍니다.
대학도 이름 있는 대학을 나오지 못한 그였는데, 유통을 하고 있는 E 모기업의 매장관리 부서? 그런 부서로 서류를 넣고 1차 면접까지 가게 된 그는 워낙에 깔끔한 외모와 말솜씨 때문인지, 인사팀장의 눈에 확 띄게 됩니다. 그래서 인사팀장은 아예 인사팀으로 합격을 시킬 전략으로 2차 합숙 면접은 인사팀으로 면접을 보게 하고, 3차 임원 면접에서는 (인사팀은 최소 연고대의 학벌들만 합격점이었는데 그는 경기권의 학교여서 떨어질걸 대비하여) 다시 원래 지원했던 부서로 면접을 보게 하여 합격하게 됩니다.
그렇게 제대한지 1년 만에 합격하여 2012년 6월, 인재개발팀으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합격을 하면 좋은 일만 있을줄 알았는데,
빨리 결혼을 하자고 하니,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혼자서 파출부와 남대문에서 부인복집의 점원으로 일하는 어머니에게 작은 점포를 내주고 그 후에야 결혼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더욱이 그의 어머니는 더 가관입니다. 태국여행을 갔을 때, 우리 엄마가 취직하면 빨리 결혼을 시킵시다.라고 얘기하자, 딸을 겨울에 시집을 보냈더니 적적해서 더 데리고 있다가 2,3년 후에 시키고 싶다고 하더랍니다. 정말, 저한테 말을 한것도 아니고, 저희 엄마한테, 그것도 태국 여행지에서.... 웃긴건, 그 집은 어떤 피가 흐르는지 그의 누나는 대학 졸업후 공부를 한답시고 일본에 가서 사귄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다 돌아와 30살에 처음 직장에 들어가 남자를 만나 그 해 5월에 결혼식장을 잡고 결혼식 후에 호주로 같이 워킹을 간다고 통보를 하더랍니다. 그의 누나 결혼식에서 그가 축가를 부르며 멘트를 했는데, 매형 우리누나 울리지 마- 였습니다.)
또, 저는 한낯 계약직 직원인데, 그는 대기업에 입사하여 많은 동기들과 페이스북 친구를 맺으며 모임을 갖곤 합니다.
2012년의 여름, 올림픽이 있었던 그 해..
저는 그가 페이스북에 제가 모르는 여러 여자들에게 댓글을 달고 좋아요를 누르고 제가 모르는 여러 여자들이 그에게 댓글을 달고 태그를 하고 좋아요를 누르는게 신경이 쓰였습니다.
특히나 그 회사가 패션 유통업계여서 젊은 여자 직원들이 많다고 들어 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페이스북을 하는게 싫어 여자들과 그렇게 지내지 말라고 하며 그 일로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와 연락하지 말아라, 페이스북에서 여자들과 놀지 말아라.. 가 제가 하는 말이었습니다.
원래 정말 밤낮으로 문자 전화를 하던 우리였는데,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오히려 페이스북의 누군가가 남긴 저녁 모임에 올거지? 네 라는 이런 류의 글을 보고 저녁에 약속이 있구나를 알 정도였고,페이스북의 글을 보고 금요일 새벽 같은 조 사람들과 축구 경기를 보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 였습니다.
군대에 있을 때는 축구 경기는 저와 보던 그 였는데, 회사 동기들과 보는 것도 사실 서운했지만 꾹 참고 가기 전에 집에 들릴 거라고 하길래 잠깐만 나 보고 가면 안되냐고 했더니 시간이 없다고 합니다. 그것도, 자긴 조장인데 조원들이 보자고 해서 어쩔수 없이 보는 거라고 합니다.
그 날, 새벽 4시에 경기가 있었고, 신경쓰고 싶지 않아 일찍 잠들길 바랬고, 날이 밝도록 깨지 않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골을 넣었는지 바깥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에 잠에서 깼고, 잠이 오지 않아 경기가 다 끝나기를 기다려, 이제는 사람들과 헤어졌을 시간에 그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하철을 탔는데 피곤하다며 계속 끊겠다고 합니다.
참지 못한 저는 아침 9시쯤 그의 집에 찾아 갔습니다. 스무번이 넘게 벨을 누르자 겨우 문을 열어 주더군요. 그래서 그냥 피곤하면 자라고 하며 옆에 누워 있으니 잠이 듭니다. 처음부터 그 때를 기다려 핸드폰을 볼 작정을 하고 찾아 갔던 건 아니었는데, 핸드폰이 손 닿는 위치에 있어 보게 됩니다.
그랬더니 정말 ...
조원들이 가자고 해서 어쩔수 없다던 축구관람은 본인이 더 옷을 맞춰 입고 갈까, 다른 조 어디어디 조인하자... 등등..
제가 전화를 걸 때 피곤하다고 했던 시각 다른 여자에게 전화를 걸었던 흔적,
그리고 제가 여자와 카톡하지 말라고 해서 그랬는지, 본인이 보낸건 지워져 있고, 여자로부터 온 " 보다 잠들었어요" 라는 카톡 메세지.
동기 어떤 남자와 주고 받은 동기 어떤 여자가 매력적이지만 인기가 너무 많다..라는 메세지..
그리고 조 창에 써 있는 제 욕..
그렇게 부글부글 속이 끓기 시작할 때 눈을 뜬 그.
제가 화를 내자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늘어 놓으며 오히려 저를 집에서 쫓아 내더군요.
하지만 그때는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고 하며 화해를 하였습니다. 그도 잘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한달후.
헤어지기 일주일 전의 대화...
그는 항상 입사한 회사에 대해 자부심이 컸습니다.
원래가 성공에 대한 야심도 많았고 (성공을 하여 나중에 자서전을 내는게 그의 꿈이었으니까요) 참 뜻밖의 절차로 입사를 하게 되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또한, 본인의 팀장에 대한 존경심(?)도 대단했습니다. 원래가 출근이 빠르고 야근이 많기도 유명한 E기업인데 저와 동갑인 그의 팀장은 팀원들이 다 퇴근하면 그때서야 퇴근을 한다고 합니다.그래서 그러면 와이프가 싫어하지 않아? 라고 했더니 와이프는 E기업 복지재단에 있는데, 서로 바빠서 신경 안 쓰나봐 라고 합니다.
그 다음주 수요일, 회사에서 일찍 집에 오게 된 저는 너무 심심하여 페이스북을 열어 그의 사진을 보았는데, 원래 저와 같이 찍은 사진들을 많이 올렸던 그 였는데, 하나도 보이지 않더군요.그리고, 제가 취직 축하한다고 남긴 메세지 등 저와 관련된건 하나도 보이지 않더군요.
순간 또 너무 예민한 저는 그에게 장문의 메세지를 보내고, 서로 문자로 싸우다가 끝에 제가 안녕 하고 보냈는데 3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습니다. (원래 싸워도 밤을 넘기지 않았습니다. )
저도 지치고 예민해진터라 게임을 하며 마음을 달래었는데, 3일이 지난 토요일 밤,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를 봤더니 친구를 끊었더군요.밤 11시가 넘어 전화를 했는데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를 보내도 카톡을 보내도 답이 없습니다. 어떻게 어떻게해서 겨우 전화를 받게 했습니다. 그랬더니 하는 소리가 제가 안녕이라고 했고 연락이 없었으니 헤어진거라고 합니다.
만나서 얘기하자고 해도 더이상 할말이 없다고, 네가 안 만나면 나는 너의 팀장을 만나겠다고 하니 겨우 한번 나왔지만 귀를 닫고 마음을 닫더군요.
정말, 이게 끝입니다.
마치 헤어지는 건덕지의 말을 기다린 사람 마냥..
(누구도 안녕이라고 했다고 헤어지자는 소리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입니다.)
나이 먹어서 군대와 취직하기까지의 과정을 다 기다려 주고 5년 넘게 사귀었던 사이가 "안녕" 이라는 두글자에 바로 정리가 됩니다.
그렇게 9월 말 추석 즈음에 헤어졌고 11월의 페이스북에서 여자와 갔을 거라고 짐작되는 사진을 보았고,칼로 한살 한살 도려내듯, 하나 하나씩 싸이 일촌을 끊고, 비트윈 친구를 끊고, 네이트 친구를 끊더군요. 그리고, 제가 아이폰에 하트이모티콘 넣는 법을 가르쳐 주었는데, 12월 초 카톡 플필에 어제보다 오늘더 하트 라는 문구가 있더군요.
저는 내가 너무 화를 많이 내서 그런거야.. 라고 자책과 한편의 죽여버리고 싶을 만큼의 미움 두가지가 공존하며 시간을 죽였습니다.
그런데, 여자의 촉이란 정말 가끔은 섬뜩할 때가 있습니다.
작년 8월 말..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준것도 아니었는데, 그 일주일동안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나오더라구요.정말 회사에서 모니터를 보며 울고, 집에 와서도 잠이 들 때까지 울고, 눈물이 마르지 않아 계속 우는 일주일이었습니다.
참다참다 토요일, 페이스북을 찾아 보니 역시나 11월부터 시작된 듯한 여자를 찾을 수가 있었습니다. E기업 복지재단(팀장 부인과 같은 재단)에 근무를 하고 있더군요. 그리고, 함께 돈을 모아 샀던 DSRL을 그의 집에서 보관을 하고 있었는데, 헤어질 때 그것에 대한 언급은 없더니, 그카메라로 그 여자와 찍은 사진도 있더군요.
근데 하도 울어서 그런지 오히려 담담하더군요.
그리고, 월요일,
그도 아는 남자 후배와 점심을 먹게 되어 주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헤어졌는데, BSH 결혼해. 페이스북 봐봐. 라고 합니다.
주말까지만 해도 그런건 없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들어갔더니, ##와 약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본인 엄마 가게 차려줄 때까지 결혼을 못한다던 놈이 입사 1년 만에 저와 헤어진지 1년 만에 결혼을 한답니다.
처음에 헤어질 때는 그를 잊고 좋은 사람 만나서 사는게 복수하는 거야 라고 했던 친구들...
인과응보라고 했다고, 그런 놈은 언젠가는 꼭 벌을 받을 거라며 그냥 잊으라고 했던 친구들...
그리고 지금.
아직까지도 가끔은 자다가도 잠에서 깨기도 하고 길을 가면서도 가슴이 끓어오르는 저...
2년이나 지나 승진도 하고 결혼하여 애도 갖고 오히려 그는 승승장구 하는데 아직까지도 복수심에 차오르는 마음을 누르고 있는 저...
사실 2년이라는 시간이면 길다면 길고 이제는 그만해도 되지 않겠니라고 묻는다면 그럴 수도 있는 시간이겠지만, 아직까지도 매주 얼굴을 마주 보는 그의 어머니...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그의 어머니...
가끔씩 들려오는 나 잘나가~ 라는 그의 소식.
오늘은 우연히 그가 쓴 페이스북 글을 보게 되었는데 사는게 너무너무 즐겁고 재밌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인복이 많다고 한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썼더군요.
저에게 배신자였던 그가, 하늘이 보기에는 티끌만도 못한 작은 잘못을 한 사람인가 봅니다.
저는 권선징악이라는 말이 요즘 세상에도 통하는지가 너무.. 모르겠습니다.
또한 맞은 놈은 두발 뻗고 자도 때린놈은 두발 뻗고 못잔다던 옛말... 맞지 않습니다
가끔은 헤어진 후 여친을 살해했다는 기사 속의 남자의 심정도 이해가 갈 정도입니다. 표면 상으론 무조건 칼을 든 자가 나쁘겠지만 그만큼 복수심이 차오를 만큼 당했을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하늘이 벌을 주지 않을거니 내가 복수를 해야하나, 언젠가는 벌을 받을거니 그냥 견디며 살아야하나.. 매일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그런데, 인복이 많다..는 말.. 이건 분명한거 같습니다.
네가 인복이 많은게 아니라, 네가 좋아보이는 쪽을 택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