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글을 쓰며 제 감정도 매듭지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홀로 끝맺지 못한 제 사랑에 대하여 몇 글자 적어봅니다.
그녀와 알게 된 것은 8년전 어느 게임 속에서였고,
오빠 동생으로 연락을 하고 지내다가 6년간 연애를 했습니다.
가정형편상 의지할 만한 사람이 없었던 그녀에게 전 버팀목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애버릇이 나쁜 바람둥이였습니다.
처음엔 그녀도 두번째 여자였죠.
저보다 7살이 어린 그녀는 처음엔 그저 귀여운 여동생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어서 항상 쭈뼛거렸고,
저와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곤 했습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저도 점점 빠져들었죠.
그렇게 3년째가 되던 해에 제가 바람을 피우던 것을 그녀가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는 말이라면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해도 절대적으로 믿었던 그녀였기에
받았을 충격은 감히 제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녀는 헤어지기에는 저를 너무나 사랑한다며 용서해주더군요.
1년이 넘게 계속 힘들어 했음에도 말이죠.
그녀가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는 바람피지 않겠다고 스스로에게 맹세했습니다.
그녀는 예전만큼이나 변함없이 절 사랑해 주었습니다.
저 역시 조금 복잡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었던 터라
항상 사람의 애정에 목말라 있었음에도
누구도 믿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했던 제게
그런 그녀가 얼마나 큰 구원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녀와의 결혼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부모님을 제외하면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그녀와 데이트를 하고 헤어질때면
그녀의 가족들에게도 가끔 이런 저런 것들을 들려보내기도 하고,
건강이 좋지 않은 그녀의 어머니께 약소하지만 보양제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그녀는 국시를 보고 싶어했지만,
사배자인 집안형편상 시험공부를 할 여건이 안되었습니다.
전 그녀의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하고 시험비용과 응시할 때까지의
생활비를 대주며 한번 열심히 해보라고 다독였지요.
그녀도 제게 정말 고마워했구요.
그런데 이게 이별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저와 그녀의 '열심히 한다'의 기준이 너무나 달랐던 겁니다.
그녀는 그리 길지 않은 준비기간임에도
친구를 만나거나 데이트를 자주하고 싶어 했습니다.
반면 저는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하는 건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녀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어려운 가정형편도,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천금같은 단 한번의 기회인데 왜 진지하게 노력하지 못하느냐며
그녀를 몰아세웠습니다.
그 당시 그녀가 사배자 전형에 응시할 수 있었던 마지막 해였거든요.
그녀보다 제가 더 초조했습니다.
이 몇개월만 참으면 건강이 안좋은 그녀의 어머니 병원비에 관해서도,
그녀의 가정형편에 대해서도,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무시하던
그녀의 친척들의 시선에서도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발판을 얻을 수 있을텐데
하고 말입니다.
그녀는 자기 나름으론 열심히 한다며 저와 맞섰지요.
그녀의 취약과목 공부를 도와주던 제 친구와 제 기준으로는
전혀 납득하지 못했구요.
결국 그녀는 시험에서 떨어졌고,
저는 시험결과가 아니라 진지하게 노력하지 못하는 그녀의 모습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내가 정말로 이사람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싹트기 시작했지요.
그녀의 가정형편은 어렵고, 그녀의 어머니는 막대한 병원비가 필요하고,
그녀와 그녀의 집에 있는 생활비 대출금 등등...
저와 결혼을 하게 되면 사배자 요건에선 탈락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저나 그녀의 벌이가 이런 문제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녀와 저 한명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
둘 다의 노력이 모두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거든요.
그래도 제겐 너무나 소중한 그녀였기에 이런 불안감을 애써 외면하고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벌 수 있도록 여기저기 기웃거려보고,
재테크도 공부하며 els도 시작하고.... 여러 노력을 했지요.
하지만 그녀에게 느낀 실망감과 이런 노력에 시간을 더 들이는 것으로
정작 그녀와의 관계에는 조금 소홀해졌습니다.
그녀는 그것이 제가 권태기가 왔다고 생각하더군요.
하지만 오히려 권태기는 그녀에게 찾아온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우리의 권태기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저는 애정이 식은 것이 아니라며 안심시키려 했지만
뜻대로 잘 되진 않더군요.
그렇게 지내던 중 크게 일이 터졌습니다.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가 크게 싸운겁니다.
감정조절에 능숙하지 못한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뿐만아니라 제게도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폭언을 보내오셨죠.
저는 그 일로 집을 나온 그녀를 다독이고 챙겨주느라 한동안은 이것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지만,
그녀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면서 그녀의 어머니에게
너무나 큰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대체 내가 지금까지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을 위해 했던 노력은 무엇이었나.
나 혼자, 혹은 그녀와 둘이서 먹고 사는 것 뿐이라면
이런 노력따윈 필요도 없었는데...
그저 화가 났다는 이유로 싸움의 내용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내게 이런 폭언을 하는 사람인데,
내 부모님과 내 가족에게 어떤 행동을 할지 모르는 이 사람과 가족이 되어도
괜찮은 것일까
이 사람에게 필요한 막대한 병원비를 계속 책임져가면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견딜 수가 없었죠.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저와 그녀의 벌이만으론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출이든, 제 부모님께 도움을 청하는 수밖에 없었죠.
저만 힘든 것으로 끝날 정도라면 감수할 수 있었지만,
평생을 하루에 3,4시간씩 밖에 주무시지 못하고 노력해서 모은
제 부모님의 돈까지 필요한 상황만은 도저히 받아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전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말았습니다.
그녀는 이틀에 걸쳐 제게 매달렸죠.
마지막으로 한번만 만나자. 만나서 헤어지자는 그녀를 뿌리쳤습니다.
만나버리면 제가 도저히 헤어지지 못할 것 같았으니까요.
그리고 헤어지고 4,5개월동안 하루도 제대로 잠든 날이 없습니다.
친구들과 부모님이 왜 그렇게 잠을 못자느냐,
병원을 가봐라,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으냐 하며
물을 때마다, 적당히 다른 이유를 대며 괜찮다고 대답했지요.
밤새도록 그녀가 보고 싶어서 몸부림치고,
가끔 몰래 페이스북을 훔쳐보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결국 몇일전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연락을 했지만
이미 좋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헤어져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이 사람을 만나서 진짜로 사랑받는 다는 게
이런 거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그녀에게 아무말도 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배신감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6년간 만나며 쌓아온 애정은 무엇이며,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하고,
어떻게든 그녀와 그녀의 가족 모두가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찾던 제 노력에 대해서 말이죠.
겨우 연애초기에 잘보이려 하는 행동 따위가
그녀와 그녀의 가족 모두가 조금 더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랬던
제 사랑보다 진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는 건가...
물론 그녀에게 비난 같은 것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평생 옆에 있어달라는 말만 전했고
거절당했지요.
그리고 이런 감정이 드는 제게 구역질이 나더군요...
결국 그녀의 손을 뿌리친 것도 저 스스로 였고,
그녀의 새로운 연인의 애정이 어떤지,
그녀의 지금의 애정이 어떤지는 제가 뭐라 말할 자격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요.
그녀와 마지막으로 한 연락에서 그녀가 오해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저 지금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데 연락을 한 제가 나쁜 거니까요.
헤어지고 나서야 왜 조금 더 현재의 그녀를 더 위해주지 못했나하는
후회가 절 괴롭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내가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욕심도
그저 제 이기심일 뿐이죠.
그녀가 헤어졌으면 하는 마음도 어처구니 없는 이기심이구요.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이런 생각을 하다니 말이죠. 하하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겨 있는 그녀의 모습이
멋대로 머릿속을 휘젓고 가슴을 찢어놓습니다.
가슴이 욱씬거려서 지금은 식사도 잘못하고 있지요.
시간이 흐르면,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
이런 아픔이 사라져간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굉장히 괴롭네요.
제가 바람을 피우는 사실을 알았을때
그녀가 느꼈을 아픔은 이것보다 컸겠죠.
그녀는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으면 합니다.
제가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하더라도 말이에요.
하지만 동시에 그 누군가가 나였으면 하고 바라기도 합니다.
지금 그녀의 곁에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이길 바라지만
동시에 한없이 나쁜 사람이길 바라고 있기도 합니다.
그녀가 상처입지 않았으면 하지만
상처를 입고 내게 돌아와주길 바라기도 하지요.
어리석고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