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정략결혼 현실판.ssul

JA |2014.10.19 00:08
조회 3,199 |추천 1

 

 

사실 제 이야기를 아주 친한 친구가 아닌 사무적인 관계나 친분이 많지 않은 사람이 듣는다면

 

 

"그런거 드라마 속 이야기 아닌가?"

 

 

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드라마에서 정략결혼을 깨버리고 제 사랑 찾아 떠나는게 더 드라마죠.

 

 

저도 제 이야길 꺼내기가 참 난감하지만

 

 

제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말이에요ㅠ

 

 

 

 

 

전 올해로 28살이고, 5월 즈음에 부모님의 권유로 맞선을 보게 되었어요.

 

 

2년전에 첫사랑과 헤어지고는 처음으로 남자를 진지하게 만나보는거라 왠지 모를 떨림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보단, 그 자리에 가기 싫은 마음이 더 컸어요.

 

 

그리고 막상 그 사람을 만났을 땐, 그 사람도 어지간히 저를 싫어하는 티를 내더라구요.

 

 

물론, 모임이나 파티에서 안면이 있었고, 전 고등학생 시절부터 그 사람을 봤어왔기에

 

 

그 사람에 대해 어느정도 안다고 생각했지만, 선자리에서 본 그는

 

 

"내가 너랑?" 그런 눈빛을 보내더라구요. 차갑기 짝이 없었죠.

 

 

그리곤 대답하기 싫은, 어려운 질문만 골라서하더라구요.

 

 

'그쪽도 이런 결혼 싫지 않느냐, 난 혼전순결인 여자가 좋은데 그쪽은?, A컵 맞지?, 한국에서 공부했나?, 주변에 아는(유명한) 사람은 누가있는지?' 등등등

 

 

이 사람은 분명 저에게 자신의 나쁜 인상만 심어주려는 심산이었나봐요.

 

 

첫만남은 지금 글로 쓰면서 느끼는 감정보다 수백배 수천배 최악이었지만

 

 

그간 부모님께 늘 실망만 안겨드렸기에, 결혼이라도 잘해보자는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나름으로 그 사람의 마음을 열어보려고 노력했고

 

 

늘 냉소적인 그에게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며 구애를 떠는 내가

 

 

마조히스트같다는 생각에 자괴감도 들고 갈등도 겪었지만 

 

 

나중엔 나 자신도 모르게, 오기로 그를 붙잡으려했어요.

 

 

결국 그래서 잠자리까지 가져버렸는데

 

 

그 분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역시 처녀는 아니구나" 였네요.

 

 

그저, 최소 그 사람의 마음의 문은 조금 열었다는 생각을 했죠.

 

 

근데 그게 틀린 생각이란걸 깨닫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어요.

 

 

맞아요, 난 그 사람의 마음의 문을 연게 아니라, 단지 그의 지퍼만 연 것에 불과한 거에요.

 

 

잠자리가 있고 몇 주 뒤에, 진전이 없는 저희의 관계에 답답함을 느끼신 제 부모님이 직접 그와 저를 불러서 이야기를 가졌는데

 

 

저도 그와 연락이 안된지 2주일이 넘었고, 갑작스럽게 만나

 

 

그가 싫어할 소리, 예를 들면, 너희들 결혼은 생각이 있는거지? 자네 부모님도 기대가 크시다. 와 같은 말씀을 하시니

 

 

혹시 저러다 그가 제 부모님께 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을까 두려웠어요.

 

 

그게 두려웠던걸 보면, 저도 그가 저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졌을진 잠재적으로 알고있었나봐요.

 

 

그리고 역시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고, 그는 제 부모님을 똑바로 바라보며

 

 

"저 여자는 매력없다, 결혼상대로 못느끼겠다."라며 비수를 꽂아버리고

 

 

본인은 혼전순결이 좋다느니, 말같지도 않은 위선을 떨고 확인사살까지 확실히 하고 가버렸어요.

 

 

몇가지 제 마음을 훅훅 쑤셔헤치는 발언을 더 했지만 기억해내서 써내리고 싶진 않네요 .

 

 

아무튼 그 말을 들으신 아버지의 표정은 정말;;

 

 

전 정말 그자리에서 한대 맞은 것 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부모님이 자리에서 일어설때까지 그대로 정신이 나간 상태였을거에요.

 

 

도저히 부모님께 무어라 할 말이 없었고, 그저 수치감에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울 뿐이었죠.

 

 

그 일이 있고, 다시 그를 만났을 때, 저는 아무것도 기억안나는 바보인 척을 하며, 또 다시 그 앞에서 재롱을 부렸고

 

 

몇 번의 잠자리를 더 가지고, 오늘까지 오게됐어요.

 

 

진짜 제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이 사람이랑 결혼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결혼을 해도 행복하지 않을게 뻔할 거 같아요.

 

 

난 뭐 때문에, 정말 부모님께 지은 잘못이 많아, 결혼이라도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러는건지

 

 

그 남자와의 잠자리가 즐거워서 이러는건지

 

 

아님 내가 정말 마조히스트가 되버린건지, 알 수가 없지만

 

 

적어도 분명한건, 이건 확실히 잘 못 되어가고있는게 맞는거같아요.

 

 

저에대해 조금도 알려하지 않는 타인들이, 그저 무심하게,

 

 

"아 그럼 그딴 결혼 안하고 딴 사람 만나면 되는 거 아냐?" 라는 말 들을 때 마다,

 

 

정말 내가 그런 생각을 못해내서 이러고 있는 줄 아는지, 정략결혼을 드라마로 배운건지  모르겠어요.

 

 

글이 길어졌네요. 정략결혼이 금수저로 누려온 생활의 댓가인지, 악습인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론 그와 결혼하겠다는 마음을 굳혀버린거같아요.

 

 

 

 

 

 

그래서 도대체 너는 이 글을 쓰는 이유가 뭐니 라고 묻는다면

 

 

드라마에서 비추어지는 정략결혼이, 정말 우습게만 비춰지고 있어서 화도 나고

 

 

실제로 그런걸 우습게 여기는 사람(그냥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는거 아냐? 식)이 있어서 답답하고

 

 

이 세상엔 이런 답없는 사랑을 하고 있는 여자도 있다는걸 말하고 싶어서였나봐요ㅋㅋ

 

 

사실 오늘 오후에 동창들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다보니 다들 반응이

 

 

멍청이 취급하길래 오후 내내 화가 좀 났던 터라...ㅋㅋ

 

 

잡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시에 드러누웠는데 아직도 잠이 안와서 이러고있ㅠ

추천수1
반대수6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