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년 12월 20일
백화점 슈퍼에 갔다. 그곳에서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는데 아기를 안은 부부가 보인다. 계산이 끝났는데도 비키지 않고 서있어서 카우터 앞으로 다가서며 밀쳤더니, 아기를 안고 서있던 남자가 “씨..”라고 말한다. 들은 척 하지 않고 계산을 마친 뒤 두 부부를 따라갔다. 그들은 근처아파트에 살고있었다. 멀찍이 따라가니 알 리가 없지……
아파트 동 호수를 알아냈다. 그리고 조용히 집으로 돌아와 어떻게 할지 밤새 생각하고 잠이 들었다.
2001년 12월 30일
시간을 두고 해야할일이다. 자신의 행복에 겨워 남의 불편은 아랑곳않는 인간들을 나는 경멸한다.
2002년 1월15일
지금쯤이면 백화점에서의 불쾌한 순간을 잊어버렸겠지…..하루하루 늘어가는 아이 재롱을 보며 즐겁게 지내다 보면 하루한순간 남을 기분나쁘게 했었던 혹은 자신이 불쾌했던 기억 따위 금새 사라지는 법이지….
2002년 1월 16일
가발과 선그라스를 쓰고 화장을 짙게 한뒤 아파트로 찾아갔다. 나이도 어리고 그래서 생각도 어리다. 자신의 아이가 최고이며 잘못돼도 다 남의 탓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그들에게 슬픈일도 얼마든지 일어날수 있다고 가르쳐주기로 작년 12월 어느날 결심했었다.
집엔 아무도 없었다. 아기를 자랑하러 친척집이든 부모님집이든 찾아갔겠지……
아파트 현관문 어디에나 붙어있는 열쇠수리 딱지를 보고 열쇠공을 불러 문을 땄다. 그리고 그가 돌아간뒤 다른 열쇠공을 불러 열쇠를 하나 만들었다. 집에 들어가서 달력을 봤다. 달력에 그 가족의 월례행사가 적혀있는 법이다. 특히나 어린부부들은….
2월17일…아이의 돌잔치를 하는 날이다. 그날이 좋겠다.
2002년 2월 10일
인터넷으로 업소용 믹서를 하나 구매했다. 왠만한 뼈도 갈 수 있다고 선전했는데 곧 시험해볼수 있을것이다.
2002년 2월 17일
돌잔치를 축하해 줘야지…다시 그때 가발을 쓰고 안경을 쓴 뒤 돌잔치를 하는 부페식당으로 갔다. 흔한 꽃다발을 들고…꽃다발은 가족비디오를 찍어대는 멍청이로부터 얼굴을 가리기 위함이다.
돌잔치 자리로 가서 서먹하게 앉자있지 않고 사람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히려 이런자리에선 침묵하고 있으면 눈에 띄기 쉽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날 알 리가 없는데도 내 인사를 받아준다. 이것이 잔치다.
아이는 이리저리 어른들의 품으로 돌려지고 있었다. 지친 아이가 심하게 울어대자 아이 엄마는 아이를 화장실로 데려가 기저귀를 확인하려 할 것이다. 그러면서 숨을 돌리려고 하겠지…나는 태연하게 뒤를 따랐다.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는데 아기엄마가 기저귀를 확인하고는 화장실에 가려는지 전화를 걸어 남편에게 잠깐 나오라고 한다. 시끄러운 연회장안에서 남편이 잘 못 알아 듣는지..여자가 계속 큰소리로 말한다. 나는 아이엄마의 이름을 부르며 볼일을 볼동안 아이를 봐주겠다고 말한다. 아이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고맙다고 하고는 급히 화장실로 들어간다.
난 여자가 옷을 내리고 볼일을 보는 소리를 들은 것과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차를 세워둔 곳으로 향했다. 아이에게 억지로 가루수면제를 먹였다. 그리고 아이를 가방에 담아 집으로 가져왔다.
아이는 여전히 잠에 빠져있다. 아무 느낌이 없다. 그 다음엔….
2002년 2월18일
고양이들은 날고기를 좋아한다. 곱게 갈린 빨간 고기를 도둑고양이들에게 던져주었다. 아버지가 마당으로 나서며 왜 그깟 도둑고양이들한테 돼지고기를 주냐며 핀잔을 주신다. 나는 그저 빙그레 웃었다.
고기는 아직 반정도 남았다. 전부 갈아놓으니 양이 꽤 많았다.
죽음의 확인보다 더 미칠것같은 고통은 영원한 실종이다.
아파트에 찾아가 보았다. 전단지가 붙어있다. 한심하다. 걸을수도 없는 아이가 어디갔다고 전단지를 붙여놓았는가…아이는 동네 고양이들이 아주 좋아하던데...